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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5-01-05
미디어 오마이뉴스 권성권기자

부족한 듯 비운 듯 물 흐르듯...


[오마이뉴스 권성권 기자]


"유럽 근대사의 구성 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이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존재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체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개별적 존재는 부단히 자기를 강화해 가는 운동 원리를 갖습니다. 그것은 자기 증식을 운동원리로 하는 자본운동의 표현입니다."

이는 신영복 교수가 쓴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2004)에 나오는 말이다. 신영복 교수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 등 여러 책들을 써서 사람으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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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겉그림입니다.  
ⓒ2005 돌베개

그런 그가 이참에도 동양고전을 읽어나가며 알찬 생각들을 던져 주었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순으로 동양 고전 간추려 읽어나갔는데, 그 모든 이해의 초점을 '관계론'에 두고서 새롭게 읽어 나갔다.

서양 과학 기술과 자본주의에 휘둘린 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다시금 동양고전이라는 거울에 비춰보게 해 주었고, 참되게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동양 사상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인(仁)이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인이 무엇인지는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논어>에서 그것을 묻는 제자에 따라 공자는 각각 다른 답변을 주고 있습니다만, 인(仁)은 기본적으로 인(人)+인(人) 즉 이인(二人)의 의미입니다. 즉 인간관계입니다. 인간을 인간(人間), 즉 인(人)과 인(人)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혹시 여러분 중에 간(間)에다 초점을 두는 '사이존재'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존재에 중심을 두는 개념입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로서의 관계론에서는 '관계가 존재'입니다."(41쪽)

왜 관계론인가. 신영복 교수가 관계론에 초점을 두고서 동양 고전을 읽어나간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가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 체제와 신자유주의 질서가 우리 사회의 인성과 우리 사회의 인간 관계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까닭에서다.

우리나라는 그토록 공기 좋고 살맛나고 또 사람 사는 도리를 알고 살아왔다. 사람들도 어른들을 섬길 줄 알았고 누군가 즐거워하면 함께 즐거워하고 또 누군가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 왔다. 더불어 사는 게 뭔지를 참되게 알고 있던 우리나라요 우리 사회였다.

그런 우리나라에 존재론적 입지전을 몰아붙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들어오면서부터 사람들은 갈기갈기 찢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들 마음이 한데 어우러지기보다는 우선 나부터 잘 되고 잘 살아 보겠다는 마음으로 나뉘어 갔다. 그러니 자본은 사람들 삶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더욱 어긋나게 하고 또 소외시키는 장본인이 되었다.

"유럽 근대사는 존재론적 논리가 관철되는 강철의 역사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근대사의 정점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패권적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논리가 바로 존재론의 논리이며 지배, 흡수, 합병이라는 동(同)의 논리입니다."(164쪽)

그러나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그런 속도전에 열을 내면 낼수록 더욱 황폐화되고 소외와 고립만 가득 차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 까닭에 신영복 교수는 동양사회의 구성 원리인 '관계론'에 입각해 우리 삶을 다시금 비추어 봐야 하고, 또 그런 삶으로 새 틀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그런 '관계론'에 입각한 참된 삶을 우리가 살아 갈 때 인(人)은 인(仁)으로 나아가고, 인(仁)은 덕(德)으로 나아가고, 덕은 치국(治國)으로 나아가고, 치국은 평천하(平天下)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곧 천하는 온전한 도(道)를 이루어 좋은 사람 좋은 사회 좋은 역사를 이루어나갈 것이다.

그 동양 고전 강독 가운데에서도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노자였고, 노자 중에서도 '상선약수(上善若水)'였다. 그것은 우리 삶이 무언가를 채우고 쌓고 욕심 부리기보다는 그저 부족한 듯 비운 듯 물 흐르듯 자연 순리를 따라 살아야 되는 까닭에서고, 그 가운데서도 물이 주는 뜻은 더욱 깊이 와 닿았다.

그 물과 관련해 신영복 교수는 세 가지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뜻이 참 새롭고 깊게 다가왔다. 첫째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둘째 물은 다투지 않고, 셋째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이다.

물은 우로(雨露)가 되어 만물을 이롭게 하고, 물은 목표 설정에나 진행 방식에 있어서 무리가 없기 때문에 다툼이 없고, 그리고 물은 가장 비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곳을 찾아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삶이요, 아마도 그런 삶이 관계론적 삶을 이루는 원천적인 길이 아니겠나 싶다.

"노자 사상을 몇 마디 말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것의 핵심은 동(動)보다는 정(靜)을, 만(滿)보다는 허(虛)를, 교(巧)보다는 졸(拙)을, 웅(雄)보다는 자(雌)를, 그리고 진(進)보다는 귀(歸)를 더 높은 가치로 보는 데 있습니다. 노자 사상은 마치 수학에서 '0'의 발견이 갖는 의미와 공헌을 중국 사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304쪽)

<오마이뉴스 - 권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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