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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4-12-24
미디어 한겨레신문 이다혜

[출판] 옛 문장에 숨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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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양 고전에 대한 몰이해를 깨우치는 <강의>

▣ 이다혜/ 자유기고가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논어>에서 인용한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건 모르건 사람들은 쉽게 저 경구를 입에 올린다. 하지만 왜 지자가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신영복의 <강의>(돌베개 펴냄)는 그동안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사용해온, 동양 고전에서 온 많은 문장들과 옛 이야기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거대한 우주를 그려 보인다. 대학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제아무리 태산준령 같은 문장과 사상이라 하더라도 쉽게 읽히는 것은 물론이다.

신영복은 동양 고전과의 특별한 인연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간 뒤부터였다고 설명한다. 서양 철학 중심의 식민지 의식을 반성하는 것과 동시에, 한번에 3권 이상의 책을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감옥에서 멀리 계신 부모님의 책 수발 노고를 덜기 위해 한권으로 오래 읽을 수 있는 고전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영복은 급격한 사회 변혁기인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사상을 중심으로 강의하면서, 그때 당시는 지금의 이곳과 다르지 않은 사회였다고 설명한다. 근본적 담론을 재구성해야 하는 시기에 ‘관계론’적 관점에서 동양 고전을 읽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가 동양 고전의 문답 속에, 시구 안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강의>는 학교에서 단편적으로 습득했던 동양 고전에 대한 이해가 실은 몰이해였음을 깨우치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경>에 저항시와 노동요가 대단히 많이 실려 있다든가, <장자>가 일탈의 논리나 패배의 미학이 아닌 대단히 낙천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문장들로 사상의 본질과 깊이를 파헤친다. “군자는 무일(無逸·편안하지 않음)해야 한다. 먼저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지를 알게 된다”는 <서경>의 구절이 현대 중국의 하방운동의 근원임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시경>으로 시작한 강의는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를 거쳐 마침내 한비자에 이르고 중국은 진의 시황제에 의한 통일을 이룬다. 신영복은 어느 한 사상에 편향하지 않고 각 사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공자가 “군자는 그릇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전문화라는 이름으로 파편화되는 현대인들을 그려낸다. 해체주의자 노자를 설명할 때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 굽듯이 해야 한다”라는 말을 통해 오늘날 국가와 사회를 경영하는 방식에 일침을 가한다.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묵자의 삶과 문장을 읽다 보면 기독교와 닿아 있음을 느끼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 담론이 실종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반성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감각적인 신세대를 위해 강의를 하고 그 내용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는 것이 신영복의 말이다. 그는 ‘우직하게 암기하라’고 권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 마음에 드는 문장을 자꾸 읽고 암기하라고. 한자에 강박을 느끼지 말라는 충고다. 동양 철학의 광대한 세계관과 다양함을 그와 유사한 서양 사상이나 알기 쉬운 현대 시구들과 비교하여 설명한 신영복의 <강의>는 빼어난 인문 교양서이다. 곳곳에 인간 관계와 직업관, 삶의 자세, 정치, 앎과 삶에 대한 잠언들이 가득한 책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윽한 묵향이 책에서 배어나오는 듯하다.

< 한겨레 - 이다혜/ 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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