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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5-06-24
미디어 부산일보 김은영기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 부산강연


| 기사입력 2005-06-24 12:12 | 최종수정 2005-06-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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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던대로, 달변이었다. 3시간이 넘는 강연에도 말하는 이도, 듣던 이도 아쉬움으로 자리를 떠야 했다. '감옥으로부터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64·성공회대) 교수가 '고전으로 보는 성찰과 모색'이라는 강연을 위해 23일 오후 부산을 찾았다.

전교조 부산지부,부산민주공원 등 8개 단체가 '연합' 전선으로 초청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을  펴냈고,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초청강연이 줄을 잇고 있다.

"숨가쁜 시대에 왜,한가하게 고전타령이냐,미래가 무엇이냐"는 그의 자문자답으로 강연은 시작됐다.

"미래는 미래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과거로부터,현재로부터 재구성되는 것이며 그래서 과거의 중심,고전으로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의 고전에 대한 관심은 1960년대의 절망과 근대성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그는 왜 고전독법을 썼을까?'. 신 교수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상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숙명여대 등에서 경제학 강사로 있던 중 통일혁명당 사건(1968년)으로 20년 징역살이를 했다.

당시 그는 "좀더 근본적인 것, 우리 것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고전읽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가장 먼저 제시된 화두는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 그는 "근대사회는 자본의 운동원리가 관철된 사회이며 '동'(同·흡수합병으로 통합되는)의 논리가 관철된 강철의 역사"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근대사가 풍요의 역사,진보의 역사였다는 환상을 청산해야 한다"면서 "자본주의는 빈곤 무지 질병 오염 부패 등 인류의 5대 공적 중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살아있다는 것은,서로 소통하는 것이며 물질과 생명은 존재가 아니라 '관계'"라고 정의하며 "'동'의 논리를 청산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적 공존을 존중하는 '인간의 관계'를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의 현실은 황폐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하지만 "연대가 희망"임을 강조했다.

"왜,연대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라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역량 등 우리 사회의 운동역량이 대단히 약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민초들의 철학'인 '물의 철학'을 배울 것을 권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되듯이 '하방(下方)연대'를 가르치며, 부쟁(不爭·다투지 않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는 '주역'에 나오는 석과불식(碩果不食·잎을 다 떨군 감나무에 단 하나 남아있는 감과 같이 위태로운 상황)을 예로 들며,"우리의 현실이 어려울수록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며 "가장 근본(뿌리)이 되는 사람을 길러내야 할 것"도 주장했다.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속도와 효율로 대변되는 도로의 마인드보다 과정 그 자체를 아름답게 생각하는 길의 가치를 지닐 것과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구조를 통절하게 깨닫는 자기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은영기자 key66@

사진=정종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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