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14-07-09 |
---|---|
미디어 | 경향신문-서현 |
경향신문 2014. 07. 09
[서현의 내 인생의 책](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말년 병장 때 길 보여준 ‘금서’
서현 | 건축가·한양대 교수
인생의 선택이 번민스러운 것은 미래를 알 수 없어서가 아니다. 선택과 미래가 바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숙영지의 밤하늘은 어두웠다. 나는 군인이었고 곧 인생의 방향을 정해야 했다. 제대 두 달 전 휴가에서 싸들고 온 것에는 금지된 물품, 책이 들어있었다. 그것도 무기수의 편지를 엮은 책이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문장은 쉬웠으나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검열과 감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글에서 드러나는 지독한 감수성이 자꾸 발부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20년을 복역하였고 여전히 미래가 닫힌 무기수가 그의 감정과 글에 무슨 분칠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일컫는 단어가 진정성일 것이다.
팬지꽃을 피우는 흙 한줌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감방 안에 들어온 귀뚜라미를 보고 신기해할 수 있을까. 그때 내 주위에 흙은 산더미 같았으며 거기에는 호명이 불가능하게 많은 생명이 묻히고 덮여 있었다. 전방의 초소에서는 귀뚜라미가 아니고 고라니가 출몰했지만 그들은 내 미래의 변수가 아니었다.
책 밖의 나는 가진 것에 심드렁했고 갖지 못한 것에 초조해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인생은 내게 비교를 요구했다. 나의 어두운 시간은 사치스럽고 과분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단 한번의 20대를 넥타이 매고 출근하여 출근부에 사인하며 보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제대 후 나는 좀 더 자유로운 길을 선택했다. 연봉은 3분의 1이었고 해야 할 일은 거칠었다.
그 선택은 이어지는 사건들의 진폭을 훨씬 크게 부풀렸다.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선택이 요구되었고 그 결과들이 꼼꼼하게 내 인생에 개입했다. 그러나 내게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하나 있었다. 나는 항상 어떤 선택이 미래의 나를 더 자유롭게 할지를 가늠했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바로 처음처럼.
분류 | 제목 | 게재일 | 미디어 |
---|---|---|---|
기고 | 2015 만해문예대상 수상 소감 | 2015-07-26 | 더불어숲 |
기타 | KBS 일요스페셜 "신영복 교수의 20세기 지구 마지막 여행" 대본 1999.12.25~26 | 1999-12-25 | KBS |
기사 | [ 신영복 론] 생매장의 고통 상상해 봤나요? | 2016-01-19 | 부산일보_정다은 |
대담/인터뷰 | [2009 신년 대담] 경제위기 근본 성찰하고 학습하는 사회 되기를 - 경향신문 2009.1.1 | 2009-01-01 | 경향신문_장회익교수 대담_이영경기자 |
대담/인터뷰 | [CNB-TV] 책읽는 사람들_신영복 <청구회 추억>.1 - CNB뉴스 2008.11.17 | 2008-11-17 | CNB-TV |
대담/인터뷰 | [CNB-TV] 책읽는 사람들_신영복 <청구회 추억>.2 - CNB뉴스 2008.11.18 | 2008-11-18 | CNB-TV |
대담/인터뷰 | [CNB-TV] 책읽는 사람들_신영복 <청구회 추억>.3 - CNB뉴스 2008.11.19 | 2008-11-19 | CNB-TV |
대담/인터뷰 | [CNB-TV] 책읽는 사람들_신영복 <청구회 추억>.4 - CNB뉴스 2008.11.20 | 2008-11-20 | CNB-TV |
기타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국어판 | 2015-02-01 | 더불어숲 |
기사 | [감옥으로부터의사색] [서평] - 말년 병장 때 길 보여준 ‘금서’ | 2014-07-09 | 경향신문-서현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