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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6-03-30
미디어 네이버
   
  <칼의 노래>를 쓰신 김훈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 사용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청을 받으신 선생님은 주저 없이
<논어>를 꼽아주셨습니다. 김훈 선생님 뿐만 아니라
무수한 인생의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에게 일독, 재독을
권하는것이 바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등의 동양 고전입니다.
   
  하지만 세로 줄 가득 메운 빡빡한 한자가 떠오르며 처음 읽기에 조금 어렵게도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동양 고전이기도 한대요. 작년 이런 어려운 동양 고전을 우리가 접근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 한 권의 책이 나와 2005년 최고의 출판물 중 하나로 꼽히며 베스트셀러와 각종 올해의 책 명단에 그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인대요.
   
  바로 1968년 7월 이른바 통혁당 사건으로 투옥,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복역하시고, 지금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이신 신영복 선생님의 저작입니다. 지금까지도 대학 신입생들의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많이들 읽어보셨죠? 본인 스스로 치열한 한 세상을 치뤄 내시면서도, 참으로 단정하고 깨끗한 문장들을 통해 소박하지만 깊을 울림을 주셨죠.윤택한 한국어 문장의 한 경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 받는 그 느낌을 <강의>에서도 그대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편한 글, 쉬운 글, 말을 듣는 것 같은 구어체 문장으로 우리에게 동양 고전의 깊은 맛을 전해주시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내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선생님 앞에 앉아 읊어주시는 동양 고전들을 한 구절 한 구절 받아 적으며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리뷰 로그에 jmh5000님이 남겨주신 말처럼 ‘고통을 희망과 믿음으로 승화시켰던 마음과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눈 대상에게 따스한 손을 내미는 마음이 담긴 신영복 교수 삶의 결정체'라고 할까요? 딱딱한 한문 해설이 아닌,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이켜 보게 하는 귀한 마음의 강의입니다.

네이버 오늘의 책에서는 신영복 선생님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진행한 아쉬운 만남이었지만, 선생님께서 직접 보내주신 글이기에 여러분들과 함께 합니다. :-)
첫째는 유년시절의 집안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님께서 서예와 한문을 소일 삼아 가르쳤습니다. 둘째는 대학시절의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우리 것에 대한 모색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문화의 궁극적 가치는 인성(人性)의 고양(高揚)이라고 할 수 있고 바로 이 점에서 동양고전의 사상은 제 인생의 어려운 상황을 단련의 기회로 받아들이게 하였습니다.
  『강의』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만 ‘관계론'을 기본적 독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계론은 엄밀한 철학적 개념으로 정립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근대상회의 존재론적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정체성은 내가 만났던 사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규정된다'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며, 이 인성의 내용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결국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근대적 가치와 사회모델을 뛰어넘기 위한 실천적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도와 효율을 반성하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목표나 성과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하는 사고를 기르기 위한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적 담론에 대한 친근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 동양고전에 가장 많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치세(治世)에는 유가(儒家)를 읽고 난세(亂世)에는 도가(道家)를 읽는다고 합니다. 저는 현대의 상황이 거대담론이 필요한 변혁국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장(老莊) 쪽의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厲之人夜半生其子
遽取火而視之 汲汲然 惟恐其似己也 (天地)
장자의 일절입니다. 불구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들어 비춰보는 내용입니다. 혹시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엄정한 자기반성을 담고 있는 성찰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厲之人夜半生其子
遽取火而視之 汲汲然 惟恐其似己也 (天地)

厲之人(여지인) : 불치병자.
汲汲然(급급연) : 급히 서두르는 모양.
惟恐其似己也(유공기사기야) : 오직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하다.

“불치병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들어 살펴보았다.
급히 서두른 까닭은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서였다.”

내가 이 구절을 좋아하는 까닭은 자기반성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한 구절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선생’들이 읽어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선생들은 결과적으로 자기를 배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지요. 자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거나 자기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를 기준으로 남에게 잣대를 갖다 대는 한 자기반성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미혹(迷惑)을 반성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어지는 것이지요.

신영복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고전 귀절 <강의> 본문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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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선생님 홈페이지
인터넷은 엄청난 힘을 가진 새로운 소통문화입니다. 그 속도와 넓이는 경이적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회변혁의 새로운 실천적 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여전히 일방적 소통구조로 왜곡되어 있고 왜소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모든 사람이 스승이듯이 모든 책이 ‘인생의 책’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독법입니다.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들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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