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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4-11-06
미디어 경향신문

[안희정의 내 인생의 책](4) 청구회 추억 - 사람도 세상도 사랑으로 변한다


안희정 | 충남도지사


청구회추억s.jpg


▲ 청구회 추억 | 신영복



1990년대 초 격동의 시기였다. 충격적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사회주의권은 몰락했고, 1990년엔 3당 합당이 벌어졌다. 한국 정당정치에 환멸을 느꼈다. 정치, 인간, 역사의 진보…. 모두 잊자고 결심했다. 돈이나 벌자며 생업에 뛰어들었다. 출판사 영업부장이 되어 전국을 떠돌았다.


대구의 한 서점에 들렀다가 카운터 옆에 놓인 손바닥만 한 문고가 눈에 들어왔다. <청구회 추억>이었다. 덜컹거리는 포항행 시외버스 안에서 읽고 또 읽었다. 가을 햇살보다 포근한 온기가 마음속에 퍼졌다.


신영복 선생이 감옥 가기 두 해 전(1966년) 소풍 길에 우연히 만난 가난한 소년들과 나눈 우정 이야기다. 신영복 선생은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낯선 어른 질문에 당황하지 않게, 그들이 답하면서 긍지를 느낄 수 있게 세심한 질문을 고르고 또 골랐다. “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이 틀림없지?” 초행길인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던진 질문에 아이들은 우쭐대며 화답했다.


이렇게 시작된 우정은 매달 서울 장충체육관 앞 회합으로 이어졌다. 선생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아이들 모습 속에서 행간의 의미를 찾아냈다. 낡은 털실로 다시 짠 성치 않은 스웨터에서 곤궁한 일상을, 수줍게 내민 한 묶음의 진달래꽃에선 착한 심성을, 서툰 글씨로 쓴 편지에선 진솔함을 읽어내려갔다.


아이들은 점차 변화해갔다. 시키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동네를 청소했다. 선생의 사랑 속에 변화되는 아이들 모습이 놀라웠다. 사람을 사랑해야만 만들 수 있는 공명이었다. 이 울림이 모여 사회를 바꾸고, 궁극에 역사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환멸로 몸부림치던 내게 남은 것은 역사와 세상을 바꾼다는 앙상한 논리뿐이었다. 알맹이는 빠진 채 껍데기만 부여잡고 있던 초라한 나를 일깨워 주었다. 혁명과 사회운동, 그리고 정치권에서 다 떨어져 나와 출판사 무협지 영업부장을 하던 나. 조락해 버린 인생 끝자락에서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책,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줬던 책, 바로 <청구회 추억>이다.


경향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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