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함께여는새날(공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경향신문 2014. 07. 09

[서현의 내 인생의 책](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말년 병장 때 길 보여준 ‘금서’


서현 | 건축가·한양대 교수



인생의 선택이 번민스러운 것은 미래를 알 수 없어서가 아니다. 선택과 미래가 바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숙영지의 밤하늘은 어두웠다. 나는 군인이었고 곧 인생의 방향을 정해야 했다. 제대 두 달 전 휴가에서 싸들고 온 것에는 금지된 물품, 책이 들어있었다. 그것도 무기수의 편지를 엮은 책이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문장은 쉬웠으나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검열과 감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글에서 드러나는 지독한 감수성이 자꾸 발부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20년을 복역하였고 여전히 미래가 닫힌 무기수가 그의 감정과 글에 무슨 분칠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일컫는 단어가 진정성일 것이다.


팬지꽃을 피우는 흙 한줌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감방 안에 들어온 귀뚜라미를 보고 신기해할 수 있을까. 그때 내 주위에 흙은 산더미 같았으며 거기에는 호명이 불가능하게 많은 생명이 묻히고 덮여 있었다. 전방의 초소에서는 귀뚜라미가 아니고 고라니가 출몰했지만 그들은 내 미래의 변수가 아니었다.


책 밖의 나는 가진 것에 심드렁했고 갖지 못한 것에 초조해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인생은 내게 비교를 요구했다. 나의 어두운 시간은 사치스럽고 과분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단 한번의 20대를 넥타이 매고 출근하여 출근부에 사인하며 보내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제대 후 나는 좀 더 자유로운 길을 선택했다. 연봉은 3분의 1이었고 해야 할 일은 거칠었다.


그 선택은 이어지는 사건들의 진폭을 훨씬 크게 부풀렸다.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선택이 요구되었고 그 결과들이 꼼꼼하게 내 인생에 개입했다. 그러나 내게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하나 있었다. 나는 항상 어떤 선택이 미래의 나를 더 자유롭게 할지를 가늠했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바로 처음처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 돌베개, 30년 넘게 사랑받는 비결 - yes24 채널예스 2014.02.07 뚝딱뚝딱 2014.02.10
43 동양고전에서 길을 찾다 - 디트news24 2014.06.17 뚝딱뚝딱 2014.06.18
42 동탄후마니타스아카데미 <특별강좌 신영복 교수님의 "공부-가장 먼 여행"> 1 뚝딱뚝딱 2012.10.26
41 무기수출 중단-가자 침공중단 요구해야 - 신문고 2014.08.04 뚝딱뚝딱 2014.08.04
40 변방과 여백 - 경향신문 2014.11.29 뚝딱뚝딱 2014.12.01
39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다 - 중부매일 2014.09.16 뚝딱뚝딱 2014.09.23
38 서울도서관, 시민이 뽑은 ‘올 한해 읽고싶은 책’ 전시회 뚝딱뚝딱 2015.02.11
37 성공회대, 개교 100주년 후원의 밤 개최 - 신영복 석좌교수가 기부한 서화작품 24점 전시 뚝딱뚝딱 2014.10.08
36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공개 특강 - 9월 13일(금) 저녁 7시 40분 뚝딱뚝딱 2013.09.13
35 세미나 신영복 다르게 읽기 뚝딱뚝딱 2017.02.03
34 세상에 이런 엇박자가 또 있을까 - 매일노동뉴스 2013.12.23 뚝딱뚝딱 2013.12.27
33 스승의 스승, 신영복에게 길을 묻다 - 교보문고 뚝딱뚝딱 2015.05.18
32 신영복 『담론』출간기념 강연회 (예스24) - 5월22일(금) 저녁7시30분 뚝딱뚝딱 2015.04.30
31 신영복 교수님을 만나다 뚝딱뚝딱 2013.09.30
30 신영복 교수의 아름다운 글씨로 만든 그릇들 1 뚝딱뚝딱 2012.10.24
29 신영복 서화 '書三讀' 책도장 - 알라딘 뚝딱뚝딱 2015.05.22
28 신영복 선생 추모 1주기 신영복체 무료배포 뚝딱뚝딱 2016.12.23
27 신영복 선생님 또는 선생님 책과의 인연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뚝딱뚝딱 2015.03.09
26 신영복 선생님을 기리는 작은 전시회 (돌베개 ~3/27일까지) 뚝딱뚝딱 2016.02.17
25 신영복&더숲트리오 북콘서트 - 2015.8.22 오후3시 광화문 교보생명 23층 컨벤션홀 뚝딱뚝딱 2015.08.09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Next ›
/ 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