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382호] 2015.01.10
당신의 새해 첫 영화는, 이 영화로…
<내일을 위한 시간> 감독: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출연:마리옹 코티야르·파브리지오 롱기온
김세윤 (방송작가)
전화가 걸려왔을 때,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는 파이를 굽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파이였다. 오븐에서 꺼낸 파이를 먹기 좋게 자르려는 찰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이야기. 다 듣지도 않고 산드라가 전화를 끊어버린다. “울면 안 돼. 버텨.”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파이는 아직 자르지도 못했다. 회사는 이미 산드라를 자르고 말았다는데.
딱 두 명뿐이라고 했다. 산드라를 선택한 사람이. 나머지 열네 명은 보너스를 선택했다고, 전화를 건 친구가 말해주었다. 그 친구와 함께 사장을 찾아갔다. 통사정했다. 간신히 재투표를 약속받았다. 월요일 아침에 산드라의 동료 직원 열여섯 명은 다시 한번 선택해야 한다. 산드라를 복직시킬래, 보너스를 받을래? 사장이 내미는 잔인한 투표용지를 받아 쥐고 다시 한번 고심해야 한다.
오늘은 금요일. 산드라의 운명이 걸린 주말의 첫날. 그녀는 자신의 복직을 반대한 직원 열네 명을 일일이 찾아가기로 한다. 그중 적어도 일곱 명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최소한 일곱 명의 보너스와 싸워 이겨야 한다.
다행히 생각을 바꾸는 동료도 있다. “보너스를 택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라면서 “월요일엔 꼭 너에게 투표하겠다”고 약속하는 직원이 있다. 힘이 난다. 용기가 생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동료도 만난다. “네가 없는 만큼 일감이 늘어나 돈을 더 벌어서 좋다면?” 산드라를 빤히 쳐다보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직원을 만난다. 힘이 빠진다. 주눅이 든다.
가장 곤란한 상대는 이렇게 말하는 동료들이다. “네가 해고되는 건 싫지만 난 그 돈이 꼭 필요해.” “1년치 가스비와 전기료를 포기할 순 없잖아?” 나름 절실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 앞에서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 같아도 눈 딱 감고 보너스를 선택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 같아도. 내가 그들이어도. 그들이 지금의 나였어도….
그러므로 이건 결국 내가 나를 설득하는 이야기. 산드라가 산드라에게 던지는 질문들. 나라면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나라면 그 돈을 뿌리칠 수 있을까? 나라면 월요일 아침, ‘이익’을 포기하고 ‘인간’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라면? 정말?
이 땅의 ‘산드라들’도 지금보다 덜 외롭길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이 전작 <자전거 탄 소년>(2011)에 이어 또 한 번 굉장한 작품을 만들었다. “오래도록 기억될 가장 단순한 이야기.” 영국 잡지 <엠파이어>의 ‘한 줄 평’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겠다. 당신의 2015년 첫 영화는 반드시 <내일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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