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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시평]거리가 아니라 가슴에 답이 있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신영복 선생은 오랜 감옥생활에서 나온 깊은 사색을 통해 얻은 지혜로 우리를 감동시켜왔다. 그중 하나가 그의 ‘머리, 가슴, 발 이론’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고 이에 못지않게 먼 것이 ‘가슴으로부터 발로의 여행’이라는 주장이다. 머리로 알기는 쉬워도 이를 진정으로 가슴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고 이를 발로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성찰이다. 최근의 정국, 특히 새누리당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보이콧에 저항해 가두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신영복 선생의 ‘머리, 가슴, 발 이론’이다.

 

현 정국의 핵심에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근본을 흔드는 아주 심각한 사안이다. 그 결과 사상 처음으로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가 이루어지게 됐다. 또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줄줄이 성명서를 냈고 중·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시국회의가 구성돼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정원장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안의 엄중함을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세 번이나 파행시켰고 20여일간 국정조사를 중단시켰다. 주요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가 하면 주요 당직자들이 외유 등으로 여의도를 떠났다. 이 같은 행태는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분노하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잘해야 무능의 극치로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라는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를 단순한 여야 간의 정쟁으로 보고 있을 따름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물타기 위한 보수세력의 북방한계선(NLL) 논쟁에 쓸데없이 뛰어들어 문제의 초점을 흐렸을 뿐 아니라 논쟁에서도 백전백패하고 말았다.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무능과 무기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일주일 쉬기로 합의를 해주는가 하면 이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일자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어머니의 심정” 운운하며 이를 합리화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서니 별 감동이 없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돌입에 대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논평은 불행하게도 정곡을 찌르는 정확한 것이다. “NLL 대화록 국면에서 민주당이 큰 실수를 했고, 또 이번 국조특위 과정에서도 막말 논란 등으로 자기들이 얻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취득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민주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흔들리게” 돼서 결국 거리로 나선 것으로 “하려면 진작 했어야 하는데 파행의 원인을 우리 새누리당에 돌리고 그걸 빌미로 장외투쟁하려는 의도가 아주 명명백백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뒤늦게나마 전면적인 투쟁에 나선 것은 어쨌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야 머리를 넘어 발로 실천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진정성과 가슴이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에서 가슴은 건너뛰고 발로 내려간 기분이다. 나아가 국민들의 가슴을 움직이기에도 너무 부족하다. 문제는 국민의 가슴을 움직이는 것이지 단순히 거리로 뛰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장외투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민의 가슴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서 거리에 백번 뛰어나와 봐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투쟁 상황을 둘러보려고 서울시청 앞 투쟁본부를 가보았는데 민주당이 정신을 차려도 한참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시청 앞 천막당사 옆을 지나가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광장 옆으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늘어선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의 호화스러운 고급 승용차의 행렬이었다. 그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비상시국의 가두투쟁에 나서며 구태여 고급 승용차들을 타고 나올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투쟁본부 옆에 구태여 금배지 스티커를 부착한 승용차들을 줄줄이 세워놓아야 하는 것인가? 해답은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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