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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1.12.27 18:53

모두모임을 마치고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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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이다.
모두모임에서 선생님을 뵙고 다음 해 신년산행에서 선생님을 뵌 것이.
그동안 뭐했었냐고?
글쎄 뭘 했을까……
문창과를 2년을 미친 듯이 다니고 돈이 아까워 공짜라 다시 일본학과 2년을 더 다니고 문창과 대학원에 들어갔다.
사돈과 딸과 싸우며 딸이 결혼을 했고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다. 난 골다공으로 호르몬제와 칼슘 약을 먹고 정신과 약을 밥보다 더 열심히 챙겨먹었다. 간간이 언니 동생들이 모여 실없는 잡담을 나누고 그러다 얘깃거리가 떨어지면 연예인의 루머로 열을 올려 흉을 보고 그렇게 시간이 가고 갱년기가 오고 난 늙었다.

아! 그렇지!
나의 생에 잊혀 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감기약과 소염제를 먹고 잠을 자기 위해 우울증 약을 평소의 2배로 털어 넣고 와인까지 한 잔 마시고 자다 응급실에 실려 간 일.
삶과 죽음의 문턱을 들락거리며 아이들 때문에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살아야한다고 기를 쓰며 힘들게 힘들게 너무 힘들게 정신을 잃지 않고 돌아왔던 일.
그 일 이후에 급격한 체력저하와 약물에 의한 후유증으로 3년을 고생했다. 그리고 지금에야 정신이 돌아온 듯 눈이 떠진 것 같다.  정신이 들고 차분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난 50이 넘어있었다.
오십!
반세기!
나와는 너무나 멀었던 단어.

젊었을 때.
백년은 내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먼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나와는 상관없던 시간.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나 짧은, 빛의 속도로 내게 찾아왔다.
그때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황당하고 믿을 수가 없던 느낌……
눈을 떠보니 유명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50이 되어 있었던 어처구니 없던 느낌

그래 거기까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50년이란 시간 뒤에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지 생각해 둔 적이 없었다는 거다.
왜냐고?
그저 시간이 간다는 막연한 느낌일 뿐,
50이란 나이가 나에게 올 것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길을 잃고 휘청거렸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지?
어디로……
무엇을 하지?
무엇을.......
왜 내가 50이후를 생각해 두지 않았을까……
후회를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반세기를 산 나를 인정해야했다.

반세기!
백년의 반!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짧은 나이다.
나의 삶이 평탄하지 못할 뿐더러 평온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살았는데도 이렇게 빨리 50년이 찾아왔는데 나머지 시간들은 또 얼마나 빨리 갈까.
아찔했다.
허둥댔다.

산다는 것은 그 순간순간은 길지만 그 순간을 벗어나면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달려가는 자동차처럼 빠르지 않던가.
흔히들 말한다.
나이는 자신의 나이에 2배의 속도로 간다고.
그렇담 난 지금 시속 100K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결코 만만한 속도가 아니다.
시속 100K를 허용한 도로가 있던가……

시속 100K로 달리는 나는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하늘에 뜻을 안다는데
난 아직도 하늘에 뜻은커녕 땅의 뜻도 모르고 산다.

솔직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닥나 버린 나는 쉬었어야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쉴 수 없었다.
쉰다면 다시는 다시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동안 난 너무나 용감했던 것이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나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나는
5년 만에 모두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5년은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풋풋했던 처녀들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고.
아기 아빠가 된 사람도 있고
곧 아기아빠가 될 사람.
곧 결혼할 사람……
숲의 나무들은 그렇게 변해 있었다.

신 선생님께선 약간 여위셨으나 건강해보였고 5년 전이나 똑 같은 모습이었다.
주름 하나 없는 얼굴이 신기하다며 동생이 거듭 감탄을 했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신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좌 선생님께선 더 순수한 눈동자와 미소를 가지고 계셨고
배기표님 역시 그대로였고 아기를 낳은 배기표님의 마눌님 또한 아이엄마인지
아닌지를 모를 만큼 그대로……
이승혁님은 약간 여위긴 했으나 역시 그대로였고
신선한 새벽에 정준호님은 몰라보게 여러모로 세련되어 있었고
배성호님은 결혼할 여자분을 데려와 입이 귀에 걸렸고
우리 조였는데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다는 얼굴만 아는 분(아마 떡을 해주신 분이 아닐까 짐작한다)
더 날씬해졌으나 건강해 보이는 김인석님,
곧 아기아빠가 될 김동영과 부인,
임신부가 된 최윤경(양해를 구해 두 분의 배를 다 만져보았는데 아기들이 엄마를 위해 자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뱃속에 생명이 있다니 너무나 신비하고 기적 같았습니다)

저도 분명 아기를 가진 적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사는 것에 급급해 아기를 신비하다고도 기적과 같다고도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점이 저의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손자를 길러주진 않을 겁니다.

아!
그리고 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과숙성하셨지만 미남인 것은 맞는 정용하님.
그러고 보니 저도 좀 이름을 아는 사람이 늘었네요.
저에겐 기적입니다.

제가 신선생님께 질문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였는데
왜 변방인가? 라는 질문에 답변은 받았고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산유화란 무엇인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꼬박 2시간을 앉아 계시며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시는 신선생님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모두모임에서 나올 때 문득 아래를 보니 불빛들이
쏴한 공기에 선명하게 차가운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엔 하늘에 별이 있는데 여긴 땅에 별이 있구나……’


모두모임에 함께 갔던 영혼이 외로운 동생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언니 외로울 정도로 움츠리게 하는 추운 날씨야. 그렇지?”
도대체 얘에게 외롭지 않을 때는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답 문자를 보냈습니다
“난 돈이 없으면 외롭다. 그래서 지금 무척! 너무! 외롭다.”
동생의 문자.
“언니 문창과 맞아?”

“문창과고 문풍지고 간에 난 공짜니까 치매예방 차원에서 다니는 거야.
머리는 나쁘지만 다행히 난 내 자신을 잘 알아.
난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기꺼이 배부른 돼지로 살 거야.
속물이지.
그러니까 문학은 외로운 네가 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의 이익을 착취하지 않은 돈 싫다는 사람 있음 나와보라고 그래. 난 동굴에서 살아도 돈만 있음 외롭지 않은 사람이야."
"동굴에서 살면 돈 필요없거든!”
"왜 필요없어? 오히려 더 필요하지! 발전기 사야지, 습기제거 하는 것은 물론 동굴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지."
"난 오히려 돈 깔고 동굴에 누워 있음 더 외로울 것 같은데?"
"야! 넌 밥 먹는다고 쌀가마 부둥켜 안고 있니?"


“히히....그건 그렇다……”
"그래, 그러니까 문학은 외로운 네가 해."
"내가 어떻게 문학을 해?"
“문학이 뭐 대단히 거창한 것 같니? 네가 매일 나에게 보내는 문자를 글로 쓰면
그게 시고 문학이야.
추워서 외롭고 더워서 외롭고
비가 와서 외롭고 눈이 와서 외롭고 화창해서 외롭고
날이 흐려서 외롭고
도대체 넌 언제가 외롭지 않니?”

“언닌, 정말 외롭지 않아?”
“외롭긴 개뿔!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외로울 시간이 어디 있어!
그리고 난 이렇게 추운 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추위에 떨지 않고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난 추운 날 행복해”
“휴~~! 언니와 무슨 말을 해…… ”
"그래, 난 속물이니 문학은 네가 해라. 그럼 난 이만 총총....
2011년 모두모임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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