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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2.02.08 15:53

5번 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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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에는 5개의 뼈가 있는데 여기 5번 척추가 공간이 없이 서로 붙어 있지요? 이건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진행되었는데 이제 사인을 보내는 겁니다. 이게 첫 번째 사인인데 첫 번째는 잘 낫습니다. 하지만 재발되면 힘들어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다.

힘들다……
디스크가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척추측만인가?
척추노화?


구정 무렵부터 허리가 아팠다. 아들 말대로 집안을 너무 과하게 치운 것이 화근이었나? 이번에 허리가 아픈 것은 예전에 아픈 것과는 달리 묵직하게 아픈 것이 아니라 움직일 때마다 말랑말랑한 신경을 바늘로 찌르는 아픔이었다. 장을 보던 E마트에서 갑자기 통증이 찾아왔을 때 너무나 당황했다. 그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아들이 옆에 있어 조금 안심이 되지만 말만 대학생이지 아직도 코미디 프로를 보고 대나무처럼 마른 몸으로 바닥을 구르며 웃는 아들 녀석에게 나를 업으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진땀이 났다.
조금 시간이 지나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었더니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휴~
숨을 돌리고 발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서둘러 차에 올랐다. 장보는 목록을 적어 아들에게 사오라고 하고 자동차 안에서 기다렸다.
아들은 걱정으로 얼굴이 하얘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안심을 시키고 운전을 했다.
아들이 한다고 우겼으나 이미 밖은 어둠이 뿌려져 초보아들에게 운전을 시키기엔 위험했다.
겨우 운전을 하고 돌아와 그대로 누운 후 구정연휴가 끝나 내 발로 병원을 찾은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병원은 원만해선 찾고 싶지 않은 곳이다.

88년도 가을에 검사를 한다고 개구리 자세로 모로 누워 허리에 바늘을 찔러 요추천자로 뇌척수에 물을 빼었을 때 의사가 하루는 움직이지 말고 쉬라고 했다.
하지만 하필 그날 철없는 동생들이 나이트를 간다고 한 살 된 어린 내딸 소윤이를 입원한 나에게 맡겨두고 춤을 추러 갔다.
병원에 홀로 남겨진 칭얼대는 딸을 달래느라 아픈 허리로 업고 병원을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두 번의 제왕절개 수술로 허리에 마취를 하고 여러 번 허리를 건드렸었다. 모든 것들이 지금 허리 아픈데 원인이 되었으리라.

둘째 아들을 낳을 때는 예정일 보다 빨리 갑자기 밤에 진통이 왔다.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두 번째 수술이라 위험하니 빨리 오라고 했다. 딸과 둘이 있을 때라 딸을 태우고 통증을 참으며 운전을 해서 병원에 갔다. 택시를 부를 정신도 없었고 20년 전에는 지금처럼 119를 부를 때도 아니었다. 있다고 해도 정신이 없어 부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기억이 없는데 퇴원할 때 보니 어디에 부딪쳤는지 차 앞 범퍼가 찌그러져 있던 기억이 난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로 갔다. 담당 의사선생님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당직의사가 수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여자 인턴 두 명이 요추마취를 했다.
“어머, 물이 계속 나오네. 어떻게 하지 ……”
개구리 자세를 하고 모로 누운 나의 귀에 마지막으로 들린 말이었다.

그 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난 수술을 받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27살 때 첫 아이를 낳고 난 후부터 허리는 자주 아팠다.
그러다 드디어 이번에 제대로 아팠다.
진통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약을 2주분 타 와서 복용하고 있다. 전같이 바늘로 찌르는 통증은 없지만 항상 묵직하게 아프다. 이만하면 참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는다면 어떨지는 아직 모른다. 날도 차고 해서 멀찌감치 월요일로 예약을 해놓았다.
의사선생님이 알려 준대로 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리 차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것들이 노화의 증상 아니겠는가.

소름 끼치도록 질기디 질긴 인연으로 형제자매로 맺어진 언니들은
자신들도 아직 멀쩡한데 네가 뭐가 그리 나이가 많다고 벌써 노화냐고 하지만
죽음과 병에 차례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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