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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안에 악마가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 제 안에 악마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악마이던가요. -
-왜 그런 생각이 들지요? -
-갑자기 열이 나고 화가 치밀면 상대방에게 마음에도 없는 가장 가슴 아픈 말들만
쏟아내요. 그렇게 하고 나서 정신이 들면 제가 어떻게 그런 말들을 쏟아냈을까, 는 생각에 가슴이 떨리고 제가 너무너무 싫어져요. -

-어떻게 싫어지지요? -
-아주 우울해지고 침울해지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져요. -

-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세요? -
-저의 마음을 몰라줄 때요. 그때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져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요. 그렇게 하고 나서는 언제나 후회하고 자책해요. -

-예를 들면 어떤 말들을 쏟아내지요? -
-저도 소름끼칠 만큼 아주 잔인한 말들이요. 상대방에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르는 말들이예요. 너무 비겁한 말들이요. 그런데 더 괴로운 것은 그런 말들을 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어요. -

-어떨 때 그런 분노가 나지요? -
-정말 처음에는 너무나 사소한 일들이에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생각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너무나 사소한 일들로 시작해요. 제가 조금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에요. 그런 사소한 일로 상대방이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돌아버려요.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떻게 내가 그런 말을 했을까, 제가 생각해도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서운 말들을,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제가 아닌 악마가 퍼부은 것처럼 심한 말들이예요. -

-그런 때 제어가 안 되나요? -
-그때는 제어라는 단어조차 생각할 수 없어요. 부들부들 떨리고 분하고 맨 정신으론 도저히 할 수 없는, 제 안에 악마가 말한 것 같아요. 너무 분하면 몸이 떨리고 난폭해져요. -
-어떻게 난폭해 지지요? -
-맨 처음에 병을 던지고 발로 차고 난리를 쳤어요. 정신이 들어 병을 던지고 발로 찼던 제 자신을 기억하고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저도 제가 그렇게 난폭한 면이 있다고는 정말 생각하지도 않았었거든요. 기억하기도 싫고 제자신이 너무 혐오스럽고 수치스럽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우울했어요. 그 후론 병을 던지거나 발로 차거나 하지는 않는데  몸을 떨면서 악을 쓰다 결국엔 책들을 던져버려요. 그리고는 너무 우울하고 제 자신이 싫어져 목까지 차도록 꾸역꾸역 밥 한 솥을 다 먹고 웩웩 거리며 토해요. 그러면 좀 시원해져요. -
-우울증에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
-고칠 수는 없나요? 선생님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나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
-약을 꾸준히 드시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약을 조금 더 첨가하겠습니다. -

의사는 언제나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약을 꾸준히 드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그 말이 나를 더 우울하게 한다.
그 외엔 정말 나을 방법이 없는 걸까.

집안을 어둡게 해 놓지 마세요. 날이 우중충할 때 집에 있는 불을 다 켜두세요.

‘전기료가 얼마나 비싼데 우울할 때마다 전기로 온 집에 불을 켜두란 말인가.
하지만 우울해져서 병원에 오고 가고 약에다 진료비를 생각하면 차라리 불을 켜두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자신의 병은 자신이 고쳐야한다. 아무리 상담을 해도 그 말이 그 말이다.
분노
이 분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난 왜 이렇게 분노를 느낄까.
나와 다른 타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하지만 너마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다른 사람들이 다 이해하지 못해도 적어도 넌 이해해야지, 란 생각에 서럽고 분하고 배신감이 들어 머리뚜껑이 열린다.
아직도 난 이렇게 기대가 많은 것일까.
말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말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며 사는 나.
아직도 버릴 것이 많은 것일까.

비가 온다.
어둡다.
불을 켜 두었다.
그런데도 나의 마음은 불만큼 촉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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