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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1.05.09 11:38

상견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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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쳤어? 왜 축의금 안 받는다고 그런 거야!”
상견례에서 사위가 될 부모님께 아시다시피 우리는 아이들 아빠가 일본인이고 나 역시 산에 묻혀 사는 사람이기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축의금을 받을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 배려해 달라고 말한 것을 두고 딸이 집에 돌아와 하는 말이다.  
“엄마가 축의금 준 사람만 해도 몇 십 명인데 왜 축의금 안 받는다는 거야? 이 동네 사람들만 해도 이장 칠순에 갔었고 아래 동네의 결혼식에 전부 갔잖아. 엄마 학교에서도 그렇고 며칠 전 희자 아줌마 아들 결혼식에 가서도 축의금 냈잖아? 그러니 받아야지! 내 친구들도 있고!”
“네 친구들에게는 네가 받아. 엄만 몸이 안 좋아 식에는 가지 못하고 그냥 전부 건네줬잖아.”
“가지 않고 건네주면 더 좋은 거지! 받는 쪽은 밥값도 안 들잖아?”
“그렇게 따지는 년이 결혼하겠다고 고른 신랑이 달랑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집이냐? 엄마가 저희들 좋으면 됐지! 하고 마니까, 정말 엄마 마음이 좋아서 그런지 알아? 마음 다 비우고, 나도 자식 키우고 사는 사람이고, 고생을 경험하며 살았고, 어차피 사돈 될 사람들이라면,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나, 앞으로 20~30년인데, 같이 늙어가고  부모 마음은 다 똑 같은 건데, 이왕 사돈이 될 사이라면 사이좋게 지내자! 아이만 반듯하면 됐지, 저희들이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아들 잘 길러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지, 정말 이 결혼이 흡족하고 좋아서 그런 줄 알아?”
“그러니까, 신랑 집인데도 그 집 어머니 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엄마를 만나기 전까지 조마조마 했다고 하잖아?”
"그래 그래서 엄마가 좋게 식사하고 나온 거야. 난 일주일 전만 해도 사돈이 생겨 상견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자신들의 아들이 낙동강 오리알 될까봐 여자 쪽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그 쪽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결혼하자고 하는데, 신랑 쪽에서 달랑 월세 2천만 원에 딸 살게 하는 결혼, 순순히 그러겠다고, 하는 사람 없어. 그렇다고 네가 얼굴 어디가 찌그러진 것도 아니고, 학벌도 그렇고, 집안? 너는 식구들 고생만 시킨, 독립투사가 뭐 대단한 거냐고 하지만, 그래도 넌 독립투사 장군의 외손녀야. 너도 외할아버지가 기자와 인터뷰한 신문 보여 봤잖아.”
“마적단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무슨 독립투사?”
“그거야 엄마가 속상할 때 하는 소리지, 반민특위 탐정 위원장이면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야. 그런 할아버지가 한강 골채권과 3.1빌딩 자리만 잘 지켰어도 엄마 형제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팔자가 이렇게 됐겠니? 그럴 때 마다 속이 상해하는 소리지. 그런데 이제 보니 너도 외할아버지 많이 닮았다! 제 이익 안 챙기고 사랑 밖에 난 몰라, 하는 것도 외할머니와도 닮았고. 하긴! 그 핏줄이 어디 가겠니!”
“엄만 그럼 사랑이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그 분들 앞에서 월급은 각자 관리하고 생활비만 서로 내놓게 하라고 한 거야?"
“야! 사랑이라면! 엄만 이가 갈리는 사람이야! 그 사랑인지 뭔지 때문에 할머니가 질투에 화신이 돼서 네 외할아버지만 따라다니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 골채권이고 뭐고 다 잃어버리고 엄마 형제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너도 알잖아? 이모들도 엄마 닮아 다 사랑타령에 얼마나 고생을 하니? 내가 그놈의 사랑인지 뭔지 만나면 죽여 버리고 싶은 사람이야!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 이란 소리만 들어도 엄만 몸이 떨리고 이가 갈린다. 바람을 피던 말 던 외할머니가 그 재산 챙겼음 엄마나 형제들이 고생 했겠니? 팔자가 달라졌겠지! 하긴 그것도 다 엄마가 복이 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 엄만 그 돈 때문에 사랑이고 뭐고, 잠 잘 곳이 없어서 결혼하고 사과가 먹고 싶어서 너를 낳았지만 넌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야지.엄마에게 사랑은 사치였지. 그리고 월급은 그렇다. 나도 아들을 기르고 있지만 왜 남편이 부인에게 월급을 다 줘야하지? 그리고 왜 용돈을 부인에게 타서 써야하는 거야? 서로가 번 돈은 생활비와 공동의 저금만 떼어놓고 각자 알아서 쓰는 거야. 서로 네 엄마에게 더 좋은 선물해주었느니, 돈을 왜 이리 많이 썼느니 신경 쓰지 말고. 남자는 왜 자신이 돈을 벌고도 부인 눈치를 봐 가면서 돈을 타써야하지? 난 그게 이해가 안 가. 남자가 돈을 헤푸게 써서 부인이 관리한다고 하는데 헤푸게 쓰면 나중에 자기가 거지 되는 거지. 그 책임은 각자에게 있는 거야. 네가 돈을 관리하게 되면 넌 남편의 인생까지 책임져야해.부부가 되어도 서로의 프라이버시와 생활은 있는 거야. 왜 다 공동이고 하나여야해? 분명 따로 숨 쉬고 몸이 따로 있는데. 뭐? 둘이 하나가 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때문에 남자는 나중에 백수되서 부인이 용돈 안 주면 힘을 잃는 거야. 그러면 결국 너도 힘을 잃게 되는 거야.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관리하지 않되 서로를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마음과 믿음이 없으면 결혼하지 말아야지. 남편들도 자신이 번 돈 자신이 알아서 쓰게 놔 둬. 권리를 주라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게. 자기가 번 돈 관리조차 못하는 남자라면 같이 살 필요없어. 하지만 네가 남편의 인생까지 완벽하게 책임질 자신이 있으면 관리해야겠지. 엄만 결혼이 남자의 인생을 관리하는 거라는 생각엔 반대야. 자신의 삶은 부부라도 각자 관리하는 거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선택을 잘 해야 나중엔 원수가 되기도 하고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는 거야. 그건 결국 각자의 몫이야. 원수냐, 친구고 동지냐는 서로가 만드는 거야. 하지만 네가 돈을 관리하면 네가 그 책임을 다 쳐야해. ”
“안돼, 저 녀석은 그러면 다 풔줘. 내가 괸리해야 해, 엄마, 사과가 먹고 싶어서 나를 낳아서 미안해서 그렇지?”
딸년이 헤헤 거린다.
“그래, 그럼 관리해.네 남편 인생까지, 완벽하게, 거룩한 사랑이고 희생이다. 일단, 엄마의 생각은 그러니 너희들의 생활이고 너희들 문제고 인생이니 알아서 해. 그리고 엄마는 비록 사과가 먹고 싶어 너희들을 낳았지만, 너희들 고생 시킨 적 없고, 호적 바로 잡아주고, 너희들이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을 정도로 준비해 놓았어. 다만 너희들에게 평범한 아빠의 정을 주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지……그리고  소윤아, 엄마 축의금 돌려받기 위해서 한 거 아니야. 그냥 축하하는 마음에서 했어. 그리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다 살기 힘든데 결혼 한다고 청첩장 받으면 솔직히 부담되고 ‘그냥 대충 살지 이런 불경기에 무슨 결혼이냐!’ 할 거다.”
“불경기라고 결혼 안 하고 살아?”
“결혼식이 뭐 그리 중요해? 안 하고 살면 좀 어때? 드레스 안 입으면 여자가 평생의 한이 된다던데 엄만 이해를 못하겠다. 드레스 못 입은 게 무슨 한이 되니? 한이 될 것도 없다! 정 입고 싶으면 드레스 한 벌 사서 입으면 되지. 그리고 한복도 신혼여행 갔다 와서 절 할 때 한번 입고 마는 건데 그 한번을 위해 몇 백만 원을 넘게 쓴다는 것 자체가 난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그 분들도 어려운 살림에 악착같이 돈 모아 정년퇴직 앞에 두고 결혼 시키는데 생략할 건 생략하고 최대한 간편하게 치르는 게 좋잖아. 너보다 네 신랑 될 인물이 더 철이 없어 걱정이다.”
“엄마, 내 팔자가 남편도 자식같이 기르며 살 팔자래.”
“좋겠다!  자식으로 키워서! 지 좋다고 따라다니던 멀쩡한 사람 다 싫다고 쳐다보지도 않고……”
“아~ 정말! 엄마는 너무 속물이야. 언제는 그런 것 안 따진다더니……”
“아니,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확실한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파트 한 채 날려가며 공부 시켰는데 너보다 나은 것이라곤 체격 하나뿐이니…… 직업만 확실해도 이렇게 서운하진 않을 터인데, 원래 사위는 쳐다보고 고르고, 며느리는 내려다보고 고르라는 말도 있잖니.”
“스포츠 의학 괜찮은 직업이야.”
“그래 잘 되면 대학병원 재활센터에 취직하고 안 되면 개인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는 거지.”
“유학 갔다 오면 대학병원에 취직 될 거야.”
“제발 그렇게 해서 지 밥벌이는 하길 빈다.”
“지금도 나보다 많이 벌잖아?”
“넌 지금 인턴사원이니까 그렇지!”

“00야! 너 부모님께 월세 보증금 2천 받으면 그냥 그거 가지고 튀어.”
“네?”
사위될 녀석이 눈을 껌뻑 거리며 쳐다본다.
“너 여기서 결혼하고 뭐 때문에 일 년씩 월세를 내고 한국에서 사니? 너 한 달에 백만 원 씩 저금 한다며? 그러니 너 저금한 돈과 월세금 가지고 일본으로 튀라고!”
“무슨 말씀이신지……”
꿈뻑꿈뻑 하며 나를 쳐다본다.
'이그, 이런 것들이 결혼을 하고 내 속을 얼마나 썩일까.'
“너 월세 내면 백만 원씩 저금 못해. 너의 부모님들께서 결혼하고 나서도 너희들 월세 내주시진 않을 것 아니니?”
“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아마 그럴 것 아니라 그럴게 확실해. 너희 둘이 여기서 비싼 월세 내며 저금도 못하고 살 필요가 없잖아. 일본을 가려면 하루 빨리 가서 빨리 공부 끝내고 들어오는 게 낫지 않니?”
“네, 그렇지요.”
“네가 집에서 받는 것은 결혼하고 나면 이제 2천이 전부야. 그럼 너희들은 이제 그걸로 사는 거야. 소윤이가 앞으로 인턴사원을 더 해야 하는데 네가 번 것과 합치면 300만원이 안 돼. 맞지?”
“네.”
“그러니까 너희들 비싼 월세 내며 여기 살 것 없이 이왕 갈 거 빨리 가라고. 여기서 100만원 씩 저금해서 돈 모아서 간다는 생각하는 것 같은데, 생활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 뜻대로 100만원 씩 저금 하게 되지도 않고, 그러니 차라리
그 돈으로 빨리 일본 가서 어학원 다니고 알바 할 정도로 말이 트이면, 젊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돈 벌고 공부하고 돌아오는 게 낫지 않니?”
“엄마, 어떻게 그 돈을 가지고 튀어? 어머니께 갈 때 돌려드려야지.”
“기가 막혀! 야! 이 바보들아! 이런 바보들이 무슨 결혼을 하겠다고? 그건 돌려드리는 게 아니라 이제 너희들이 앞으로 살아갈 집값이야! 이제 넌 너의 집에서 2천으로 독립 하는 거야! 땡전 한 푼 없는 너에게 몇 천을 써가며 결혼 시켜주시잖아! 너 올해 졸업해서 돈 벌어 놓은 거 없잖아?”
"네, 그렇지요."
“엄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딸이 또 거든다.
“그래! 바로 그것 때문에 엄마가 미치겠단 거야. 이건 완전히 부모들이 다 해줘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 그 이천 만원 있을 때 빨리 가서 공부하고 오란 말이야! 가면 우선 집값은 안 내잖아. 마침 아파트 하나가 비었다니까.”
“네! 그러네요!”
녀석이 또 눈을 껌뻑인다.
“엄마, 우리 계약기간 끝나고 가야지 안 그럼 회사에서 소송 당해.”
“무슨 소송? 너 신랑 될 분이 괜찮다고 하잖아?”
“엄마! 저애 바보야! 아무 것도 몰라!”
“그런 너는 알고? 소송 당할 일 없어, 다만 후임자가 올 때까지는 해야지.”
“그런가……”
“됐고! 어이! 신랑 분!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네!”
“모든 사람들이 일본에 집세가 비싸서 공부하러 못가. 그런데 일단 너희들은 집세를 내지 않아도 돼. 그건 소윤이가 하는 것으로 치고 넌 생활비를 대. 학비는 각자하고. 소윤이는 집 세를 넌 생활비를 대는 거야.”
“네, 그런데, 일본 물가가 비싸다면서요? 라면 하나에 6천원이라던데……”
“그래서 대지 않으시겠다고? 네가 남자라면 생활비 정도는 대야지! 안그러니?"
"네! 물론이지요!"
씩씩하게 대답한다. 바보 맞네. 하지만 눈동자가 해 맑아 그 점 하나는 마음에 든다.
"그건 시켜 먹을 때 그렇지, 집에서 해 먹으면 싸, 인건비가 비싸서 자기가 하지 않는 일은 다 비싸, 그런데 기초 생활비는 우리나라보다 더 싸. 그리고 거긴 인건비가 비싸 알바도 한 시간에 지금은 엔화가 올라서 만오천 원 쯤 돼.”
“그래요? 그런데 요즘 일본에 지진이 와서 생수를 우리나라까지 와서 사 간다던데.”
“그런 걱정 하지 마, 너희들은 비행기 값이 없어 생수 사갈 일 없을 거야. 일본은 침착한데 외국에서 더 큰일 난 것처럼 시끄럽지, 사실, 일본인들은 지진에 대해 유치원 때부터 공부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도 많이 받고, 평상시에도 작은 지진은 매일 일어나니까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전쟁 난 듯 난리치지도 않아. 그러니 독한 민족이지. 어쨌든 일본에 지진이 일어났으니 너희들 알바 할 곳이 더 많아질 거야. 경기가 활성화 될 터니까. 우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아! 네……”
“엄마 그러면 돌아와서 우린 어디에서 살아?”
“야! 그건 삼년 후에 일이야! 너희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 봤니? 당장 너희들이 5개월 전만해도 결혼하려고 생각이나 했니? 인생은 이런 거야. 이렇게 황당하게 뒤통수치는 거라고! 지금 우리들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인생은 우리 말 안 들어. 그것이 인생의 실체야! 그러니, 그건, 그때 가서, 그 시간에, 생각하자! 우리 제발 편하게 살자!  삼년 후에 일을 지금부터 걱정하지 말고! 우리의 시간은, 지금! 바로 이 시간뿐이야. 그러니 우리의 시간이 아닌 삼년 후에 일은 그때 생각하자고!”
“그래도 대충 미리 생각은 해 놓아야지.”
딸년의 말이다.
“그러세요? 그래서 대충 생각해서 만들어 놓으신 것이 지금 이 상황이에요? 대충 생각이 이정도 라면 정말 훌륭하네요! 댁들의 생각과 계획은 놀래 킬 일밖에 없으니 또 놀래 킬 생각을 하지 않아 무료하다면 지금부터 대충 생각하세요. 엄마는 댁들의 대충 생각에 지금으로도 충분히 놀라고 정신이 없거든요? 그러니 나머진 삼년 후에 걱정할게요. 엄마는 삼일 만에 결혼 결정하고, 삼일 전만 해도 계획에도 없는 사돈이 생기고, 그분들과 상견례하고 결혼 날짜까지 잡고 예식장까지 예약했거든요? 훌륭해요 정말! 그리고 엄마는 지금! 그대들이 만들어 놓은 이 상황만으로도 충분! 아주 충분해요! 충분히 만족하고 흡족해요! 대충 큰 틀은 잡아주었으니 나머지는 제발 너희들이 대충 생각하실래요? 그리고 예물도 아주 간단하게 커플링과 시계만 한다더니, 간단한 게 불가리인지 불가사리세요?”
“엄마, 그거 불가리에서 제일 싼 거야.”
“뭐? 제일 싸? 싼 게 그거니? 내가 네년과 무슨 말을 하겠니? 도둑년 같으니! 그리고 너 일본 갈 때 자동차 재홍이 주고 가!”
“그럼 재홍이 주지! 내가 누구 줘?”
“야! 그런 년이 너 서울 가면서 필요 없다고, 네 방에 TV까지 팔아먹고 갔니? 그런 년이니 자동차 팔아먹고 갈지 내가 어떻게 알아?”
“엄마! 내가 TV팔까? 했더니 엄마가 그러라고 했잖아?”
“뭐라고? 너 매번 엄마 약 먹고 아무 정신없이 자고 있을 때, 뭐라고 해 놓고, 다음날 기억도 안 나는데 내가 그러라고 했다고 사기 치잖아?”
“엄마가 정말 그러라고 했어!”
“야! 엄마 약 먹고 자고 있을 땐,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없는 거 뻔히 알면서 너 그거 이용해 매번 사기 치면서 뭘 그래?”
“내가 무슨 사기를 쳤다고 그래! 엄마가 정말 그러라고 다 해놓고 다음날이면 딴 말하면서!”
“그러니 왜 엄마가 자고 있을 때 말을 하냐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는 엄마가 언제나 자고 있는 걸 어떡해?”
“그래, 그만하자. 내가 너 같은 도둑년하고 무슨 말을 하겠니!”
“매일 나보고만 도둑년이라고 하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래 다 네가 잘하셨어요!”
“매일 할 말이 없으면 저 말이야!”
“아이구! 저 원수!”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라잖아!”
“아니고! 입은 있어서 말씀은 잘하시네! 아주 똑똑하세요!”
“엄마가 언제나 하는 말이잖아!”
“아이구, 빚쟁이님! 이집도 저 집도 내가 가진 모든 것 창자 비장까지 다 가지고 가시지 그러세요?”
“그래도 어떻게 엄마 창자 비장까지 가지고 가겠어? 나 같은 효녀가!”
“효녀 두 번만 낳다간 거지 되겠네!”
“아! 치사해! 내가 다 갚아준다! 갚아줄게!”
“언제? 언제 갚아줄 건데?”
“조금만 기다려! 점쟁이가 나보고 돈 많이 번다고 했으니까, 그때 갚아줄게!”
“그러셔? 내가 너를 믿느니 차라리 우리 강아지 꼬봉을 믿겠다!”
“맞아, 정말 엄마! 꼬봉이가 엄마 엄청 생각해! 엄마가 전에 울었을 때 꼬봉이도 막 낑낑 거리며 따라 울었잖아!”
“관두자.”
“그래, 관두고 얼른 들어가 쉬어, 엄마! 또 병나겠다. 약 먹었어?”
언제나 우리 모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난다.



‘내가 저년에게 또 당했네! 얼마 전엔 자동차 보험료를 300만원이 넘게 나오게 해 사람 놀라게 하더니 지금 저년이 또 뒤통수치네! 그래서 한 마디 했더니, 저는 세 마디 네 마디 해가며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고, 천재지변으로 사고가 난 걸 어떡게 하라고 하냐며 300만원이 딸 생명보다 중요하냐고 몰아세우더니, 아이구! 나에겐 저년 자체가 천재지변이다! 어쨌든, 평지풍파가 일어나지 않는 한, 결혼식은 11월에 할 거고, 앞으로 당분간 결혼에 대해선 좀 잊고 좀 쉬자. 나쁜 년! 엄마가 머리 나쁜 것 알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들은 만들어 정신이 없게 결정하게 하다니! 귀신같은 년!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고 남편은 원수라더니! 저년이 원하는 건 어떻게 해서든 사람을 홀려 지가 원하는 것은 꼭 손에 넣더니 내가 저년에게 또 당했네!’

머리가 빙빙 돌고 멍한 상태에서 내 방으로 와 내 이불 위에 쓰러져 버렸다.
“아! 자식이고 뭐고! 다 귀찮고 지금은 내가 누워있는 이 시간! 이 장소! 내 굴이 정말 편하다! 저 천재지변 같은 년이나 빨리 결혼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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