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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1.06.13 22:58

파혼,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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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년이 연락이 두절되고 이틀째 되던 날 문자가 왔다.

‘엄마, 나 엄마에게 먼저 상의하지 않고 불쑥 결혼얘기 꺼낸 것
정말 미안해. 엄마에게 전화해야 하지만 무서워 문자로 보내는 거야.
엄마는 좀 어때? 건강 챙기고 힘내 엄마.’
(퍽도 생각한다. 넋 나간 년 같으니)

한참을 생각하다 전화를 했다.
“엄마다. 속은 어때?”
“병원 갔다 와서 겔포스와 약 타왔어. 죽 먹고 있어.”
다 죽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다.

“신경도 신경이지만 너 웨딩사진 찍는다고 다이어트 하며
끼니를 챙겨먹지 않아서 그런 거야. 너 그러다 위암 걸려
결혼도 하기도 전에 죽을 수 있으니 끼니는 챙겨.
굶는 다이어트가 제일 무식한 다이어트야.
조금씩 하루에 횟수를 늘려 먹어.
그 몸에 어디 다이어트 할 데가 있다고.

이 철없는 것들아, 웨딩사진만 잘 찍으면 잘 살줄 아니?
그래, 고생을 좀 해서 세상 무서운 걸 알아야지.

영이는 어디 있니?”
“죽 쒀서 지금 가져왔어.”

“열부 났다, 하긴 원인은 그놈 때문에 생긴 일이니 그래야지.
영이 좀 바꿔.”
“어머님, 저 영입니다.”


“소윤이 병 난거 결국은 너 때문이란 거 알고 있지?”
“네. 어머님.”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다.

“어머니, 저의 어머니가 아버지와 다시 상의하셔서 무리가
되도 최선을 다하시겠다고 하셔요.
그런데 저의 어머님이 소윤이 어머니가 너무 무서워 전화를
못 하시겠다고, 소윤이 어머님께서 편하신 날을 잡아
뵙자고 하세요.”
(흥! 이 사람들이 이제야 상황파악이 됐나보네. 주지도 못할
아파트는 왜 준다고 하고 철없는 애들을 현혹시켜!

처음부터 자신들의 사정을 진솔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정직하게 말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나가지는 않았지.

누굴 바지저고리로 보고 남의 집 딸, 얼렁뚱땅 결혼시키려고
잔머리를 굴려. 네가 딸 고생하는 것 보지 못할 테니
답답하면 네가 하겠지, 하는 마음보를 내가 모를 줄 알아.
딸이라면 부들부들 떨고 다 해줄까봐? 사람 잘못 봤어.)

“알았다. 일단 소윤이 좀 바꿔.”
“네.”

딸년이 방금 전보다 훨씬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응, 엄마 나야."
“영이 집이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전세는 얻어주지 못할 거다.
영이 집이 넉넉한 형편은 아니야. 돈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해.

직업군인으로 퇴역하는데 형제 둘 대학공부 시키고 얼마나 있겠니.
네가 나중에 일본에서 돌아와도 살 집을 마련해 주지는 못할 거다.
그래도 영이와 결혼할 거니?”
“응. 엄마 절대 엄마에게 피해가지 않게 손 벌리지 않을게.”

“그건 네 마음이고 현실이 꼭 네 마음처럼 되진 않아.
네가 현실에 대해 뭘 알겠니! 영이 좀 바꿔봐.”
“어머니 전화 받았습니다.”
“너 소윤이와 결혼 꼭 할 거니?”  
“네! 어머니.”
제 딴엔 아주 강한 어조로 대답하느라 애쓰는 것 같다.

“그럼 잘 들어,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내 딸이
고생하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겠다. 너의 들의 선택이고
난 세상이 너희들 뜻대로 되어 주는 것도 아니고
몰캉한 것도 아니라고 충분히 경고했으니
이제 책임은 너희들이 져야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고생하는 것 외에 다른
문제로 소윤이 속 썩히면 그땐 내가 이혼시킨다.

나는 이혼은 옵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내 사전에 버려야할 남편을 자식들 위해서 참고
남의 눈 때문에 억지로 살고, 이런 일은 절대 없어.

사위는 백년손님이다, 뭐다, 하는 데 난, 무식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리고 나에겐 그런 말 안 통해.
알았니?”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우리 집 여자들은 대대로 기가 세, 나의 엄마가 아버지의  
폭력을 받고 살았지만 아주 대항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엄마가 아버지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쳐 열 바늘을 꿰매기도 하고
톱으로 다리를 내리쳐 입원까지 했었어.

엄마 말로는 죽이려고 목을 겨냥했는데 빗나가 다리를 맞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확실히 몰라.
결과는 죽지 않고 한 쪽 다리만 좀 절게 되었으니까.
서로 이기려고 하지 말고 서로 배려하고 잘 살아."
"네."

(난 우리집 여자들 기가 세다는 것을
엄마를 통해 들었다.

증조 외할머니가 시집보낸 딸을
보러 사위집을 가셨는데 사위는 방 안 가득
기생들을 불러다 술상을 가득
받아놓고 놀고 있고, 딸은 눈물을 흘리며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곤  
증조 외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서
사위 상투를 오도오독 잡아 뜯어 놨다는 말을 들었다.

상투를 튼 시대니 조선시대일 거다.
상투를 잡아 뜯기고 상투 없이 어떻게 지냈는지  
엄마에게 묻진 않았다.

민머리가 되도록 잡아 뜯진 않았을 거다.
머리털이 남아있지 않게 민머리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숱만 좀 적게 만들었을 거다.
조선시대에 감히 백년손님인
사위 상투를 잡아 뜯은 걸 보면
증조 외할머니 때부터 아니, 훨씬 윗대부터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우리 집 여자들에겐 안 통했나보다.)

소윤이의 외할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말 안 해도
너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더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네, 어머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띠에 호랑이 시에 태어난 소윤이,
그년 기도 보통이 넘거든, 그러니 그년 잡으려고 힘 빼지 말고
잡혀 사는 척 해, 여자에게 이겨서 뭐 할래?
그게 잘난 남자고 이기는 거야.”

“네, 어머니. 전 뭐 소윤이 잡을 거 이미 포기했습니다.”
“그 점은 상황판단이 빠르구나.”
“네, 해보려고 해도 역시 안 되더라구요.”

“그래, 그럴 거다. 그런 외가와 마적단 친가의 피가 합해졌으니
어떨지는 잘 알겠지? 하지만 마냥 드센 것만은 아니야.

네가 경우에 벗어난 짓만 안 하면 아주 천사가 되는 게
또 소윤이야. 밥도 잘하고 음식도 잘하고 손재주도 있고
예쁘고 직업 좋아 돈도 벌고, 그러니 넌 횡재한 거 맞지?”
“네, 어머니. 맞습니다.”

“그래, 그러니 서로 아끼고 살아.
너 내 울타리인 남자친구 알지?”
“네, 압니다. 뵙고 인사 드렸잖아요.”

“그 사람도 기가 보통 센 사람이 아니야. 고집도 있고 성질도 있고
나름 자신이 아주 똑똑하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도 나에겐 그러려니 하고 잡히는 척 해 줘.

내 성질을 건드리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아니까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면
‘이거 또 시작하겠구나.’ 하고 침묵해.
그 점에선 똑똑한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경우 없이 달려드는 사람은 아니야.
상대방이 예의와 도를 넘지 않으면 아주 순해.

너도 그동안 겪어봐서 내가 쿨하고 프리하고
쪼잔하지 않고 뒤끝 없고
마음이 넓고 이해심 많다는 것은 알잖아?”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
(그래, 지금 상황에 몰라도 안다고 해야지, 이제야 군기가 슬슬 잡히는군.)


(너무 무섭게만 하면 안 되지.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줘야지.)

“그러니까, 영이야,
한 마디로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도를 넘지 않으면
나도 아주 순한 여자야. 부드러운 여자지.

선전 문구에 남자는 여자하기에 달렸다는 말처럼
여자도 남자하기에 달린 거야. 알았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긴 네가 뭘 잘 알아, 그래서 그렇게 말대꾸를 했냐?

장인 없다고 쉽게 보면 어떻게 된다는 걸 네도,
너희들 부모님도 충분히 알았을 거야.
날 건드리면 내가 얼마나 악종이 되는지를.

그러니 진즉에 경우에 벗어난 행동을
하지 말고 잔머리 굴리지 말고 정직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나갔어야지, 이 사람들아.

세상에 솔직함과 정직한 진정성보다 힘이 센 설득력을
난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 그걸 모르는 당신들은 어리석어.
당신들 그렇게 살면 안 돼요.)

여러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니
일이 잘 되는 방향으로
진행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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