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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지요?
결혼식 끝나고 제대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하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네요.
결혼식에 오셔서 축하해주신 모든 쌤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비록 못왔지만 마음으로 축복을 빌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구용.
찾아뵙고 인사 못드려서 이렇게나마 소식을 전합니다.

벌써 여행을 시작한지 2주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류시화로 대표되는 인도에 대한 환상과 간디의 나라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첫 여행지, 인도-

동인도회사를 떠오르게 만드는 옛수도 콜카타, 강가(갠지스강)으로 유명한 바라나시, 타지마할로 친숙한 아그라, 현재 인도의 수도인 델리..

처음에 인도에 도착해서는 더럽고, 덥고, 사기가 남발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특히 바라나시는 길거리에 소, 개가 수도 없이 많고 그들의 배설물에 파리, 모기 또한 많았던데다가 모든 골목과 큰 길에 동물들과 사람들과 오토릭샤, 사이클릭샤, 자동차, 오토바이 등이 무작정 경적을 울려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물에 15루피라고 써있는데도 관광객인 것 같으면 일단 20루피를 부르고, 15루피라고 써있다고 따지면 그때서야 쏘리~를 말하면서 15루피만 받고, 처음에 흥정해서 릭샤나 오토릭샤를 타고 목적지에 가면 더 달라고 하고...

길에는 노숙자와 거지들이 가득한데 반면에 우리나라 삐까번쩍한 건물과 비슷한 곳에 들어가보면 럭셔리하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한 가득이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뜨거운 태양와 끈적함으로 인해 돌아다니는 내내 찜질방에 있는것처럼 비오듯 땀을 흘려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질서한 속에서도 교통사고가 거의 없고, 경적은 울려대지만 기다리기를 짜증내지 않고, 불평등과 불합리함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순응하는 모습이 묘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강가(갠지스강)에서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한쪽 가트에서 시체를 태우고, 한쪽에선 동물들을 씻기고, 한쪽에서 사람들이 씻고 수영을 하고, 한쪽에선 관광객들이 보트 투어를 하고, 한쪽에서 초를 띄우고, 한쪽에선 힌두교 의식을 치루고... 동물이든 사람이든, 사람이라면 천하든 귀하든, 살아있든 죽어있든.. 모든 생명이 함께하는 역동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새벽 5시에 강가를 가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강 중에서 가장 살아있는 강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델리에서 버스타고 12시간쯤 북쪽에 위치한 다람살라에 와 있습니다.

다람살라에서도 맥그로드 간지(또는 맥로드 간지)에 있는데 이곳은 티벳의 망명정부가 있고, 달라이라마 14세가 거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티벳인 마을이라 사람들의 생김새도 친숙하고, 우리나라 만두나 칼국수, 수제비 같은 것이 주식이라서 음식도 저렴하고 맛있습니다. 게다가 히말라야 산맥 밑에 1800미터나 되는 고원지대라서 저희가 다녔던 인도 지역에 비해 선선하고 공기도 좋습니다. 그래서 인도인들이나 외국인들에게도 각광받는 휴양지라고도 하더군요.

이곳은 인도의 다른 지역과 느낌이 좀 다릅니다. 인도와 중국과 티벳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티벳인들은 대체로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수공예품을 많이 팝니다. 수공예품을 파는 사람들은 가게 앞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고, 음식을 파는 식당에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사진과 Free Tibet 을 외치는 내용들이 붙어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느 인도 지역에서 보이는 아동 노동도 거의 없습니다. 6월 12일이 아동노동 반대의 날이라고 캠페인이 진행될거나는 벽보가 붙어있더군요. 인도의 도시를 갈때마다 달려드는 삐끼도 이곳엔 거의 없고, 거지도 인도인인 거지는 있지만 티벳인 거지는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인도인 거지들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돈을 넣어주는 것도 대부분이 관광객이 아니라 티벳인들입니다.  사람들은 과한 친절을 베풀지 않고 무뚝뚝하게 자기 일을 하는 모습입니다. 여태까지 묵었던 숙소 중에서도 가장 깨끗하고, 식당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합니다. 종교적인 이유인지, 정치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민족적 품성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이면서도 관광객을 상품으로 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욱 살갑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달라이 라마 14세가 거주한다는 사원에 들렸다가 그 안에 있는 티벳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중국의 인권탑압의 모습은 우리나라 민주항쟁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달라이 라마 14세의 중국 탈출은 마오쩌둥의 대장정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Free Tibet을 외치는 모습은 일제강점기하에 독립노력을 하던 상하이 임시정부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떠나기 전 신영복 선생님께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더불어숲 쓰면서 세계여행 하실 때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어디셨는지...
그때 선생님께서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있는 곳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는데, 다녀보니 저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왕비를 위한 사랑의 징표인 타지마할보다도, 생명이 역동하는 강가(갠지스강)보다도, 간디를 기념하는 박물관보다도..  인도 안에 있지만 인도 같지 않은 곳, 다람살라의 맥로드 간지. 인도에서 가장 인상깊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버보니 한국은 장마날씨가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이곳도 우기가 시작되었고, 밤마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하루 중에도 비가 자주 내립니다.
하늘과 가까워서 그런지 개인 하늘은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소식 전할께요. 잘 지내시길...

*덧말: 보트에서 본 강가(갠지스강)의 풍경 보냅니다. 삶과 죽음도, 동물도 인간도 모든 생명이 신 앞에 겸허해지는 강... 저 또한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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