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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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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치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완벽하게 절망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식인’
‘깨어있는 양심’

이미 이제 그런 말들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은지 오래다.

전에 우리 세대들이 말하는 것조차 범죄행위가 되어 쉬쉬하던 광주민주화 운동이 교과서에 기재될 정도니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세기를 살아낸 시간의 힘으로 뇌의 탄력성과 주름들이 적당히 늘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변절하는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들을 보며,
‘오~너도?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잠시 한숨을 내쉴 뿐 분노도 열정도 관심도 시간의 무게만큼 늘어지고 무거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젠 가야할 길을 시간과 세월에게 돌리며,
“늙은 우리가 또 뛰어들어야하겠니?
이젠 너희들이 좀 하지?
지금 너희들이 살고 있는 자유가 거저 생긴 것이 아니야.

‘민주주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식인’

이런 말들에 목숨 걸고 희생한 사람들 덕분에 너희들이 편하고 자유스러워졌어.
우린 할 만큼 했어,
군번이 몇 번인데 끝까지 우리가 나서야겠니?
그러니 나머진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그렇게 적당히 발을 빼고 나머진 ‘모르쇠’로 일관하고 살리라,는 심뽀였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사람들이 꼭 이렇게 말한다. 그 중에 나도 끼어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행동을 뺀 나머지 ‘깨어있는 양심’ 까지는 잃고 싶지 않아 주위를 기웃거렸
고   ‘더불어 숲’을 만나게 되었다.
생각들이 깨어있는 사람들이 모인 ‘숲’이 참 좋았다.
타자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숲이 참 좋았다.
내가 그렇지 못하니까.

그런데 요즘 난 숲에 오면 혼랍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솔직히 난 김진숙이란 사람을 몰랐다.
최근에 숲에 와서 알게 되었다.
160일 째 목숨을 걸고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의 제 밥그릇 챙기는 악취 나는 싸움이 아니라
해고된 노동자들을 다시 복직 시켜 달라는 애절한 몸부림이란 것을.
제발 살 수 있게 밥을 먹여 달라는 마지막 처절한 울음이란 것을.

이제는 뉴스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된 것이 직접 자신들이 회비를 내고 스스로 희망의 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가 노숙을 하며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김진숙씨 혼자가 아니라는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아래는 ‘숲속의 소리’에 올라온 글이다.


'제2차 희망의 버스 참가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2011/06/24 56 1
3103   크레인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2011/06/17 144 6
3102     이계삼 선생님의 1차 희망 버스를 타고 2011/06/19 88 2
3101     공권력 투입 절대 안돼!!    2011/06/19 49 3
3100       [re] 공권력 투입 절대 안돼!!  2011/06/19 64 2
3097   함께 밥먹어요~  2011/06/16 117

      
  아래는 숲의 ‘공지사항’에 올라온 글이다.        


        [번개] 더불어 한솥밥 나누는 날(6월25일,토,10시-) 2011/06/16
365   [re] 그날의 식단 메뉴^^ [1]  2011/06/19 135 2
364 [re] [번개] 더불어 한솥밥 먹을 곳(6월25일,토,1시쯤?)                      2011/06/16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 숲의 단결과 결속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이런 때, 한 사람은 밥 먹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홀로 크레인 위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일 때,
우린 결속과 만남을 위해 꼭 지금 한 솥밥 먹기를 해야 할까요?

행동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가 응원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라도 응원은 해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은 밥을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데 우린 결속력과
만남을 위해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
물론 엄격한 현실이고 냉정한 사실입니다.
자식을 보내고도, 슬프고 뼈가 녹는 아픔에도 먹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우린 무릎 꿇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삶이 비정하고 비루하다는 것,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나라에서, 그것도 다른 나라의 비해 조그만 섬 정도 크기에 나라에서
한 사람은 밥을 먹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외로운 사투를 벌일 때,

다른 쪽에선,

‘오랜만이다.’
‘반갑다.’
‘와우~ 정말 보고 싶었다.’
‘별일 없지?’
'잘 지내지?'
이렇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꼭 지금 밥을 먹어야 할까요?

숲을 비난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숲을 사랑하기에 쓰는 글입니다.

행동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눈감지 말고
깨어는 있자, 는 말입니다.

함께 크레인에 올라가지는 못 해도
먹고 살기 위해 생사를 걸고 있는 사람들을
가슴으로나마  함께 응원하자는 말입니다.

밥을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결속력과 친목을 다지지 말자, 는 뜻이 아닙니다.
한 나라 안에 같이 더불어 사는 같은 인격체로서
한솥밥 먹기를 김진숙씨가 크레인에서 내려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 줄 수는 없었나요.


공지사항에 올린 글을
다음으로 미룰 수는 없었나요.

전 지금
아주
많이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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