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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요약 해보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다. 이 말이 가진 뜻은 넓고 크고 개인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섬세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그냥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모든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고 말았을까?

지난 겨울의 일이었다.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신영복 함께 읽기”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이미 논제를 올려둔 뒤여서 나는 다음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이며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 꿈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알기 위하여, 그의 과거를 묻는 것 못지않게 그의 꿈을 물어봅니다.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더불어 숲> 아메리칸 드림에서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는 꿈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참 많았은데 한번도 꿈을 통해서 그의 내면으로 들어 가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함께 맞추어보면서 나의 꿈에 대한 분석만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래된 어떤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이해하지 못한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고 기다리고 있다. 융의 책을 읽어보면 유년시절 꾸었던 꿈을 연금술을 연구한 후에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해석도 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나는 연금술까지 공부하지는 못할 지라도 어느 날 홀연히 깨우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때 알게 되는 세상은 그 전에 알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되는 그런 변곡점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꿈에 대해 얘기하다가 한 경제부 저널리스트가 “나는 꿈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날카로운 반대에 부딪쳤다.  반대 설명을 한참 듣고 보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미래가 없다는 우울한 생각과 밤마다 꾸는 꿈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는 그의 생각이 이해가 되었다. 그 순간 우리는 생리적인 “꿈현상”과 미래를 기획하는 꿈을 구별하기로 했다. 즉, 모든 눈에 보이는 꿈은 제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아의 신화’ 에 대해서 얘기하기로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직업을 바꾼 이야기와 요즈음 젊은이들이 심각하게 먹고사는 일에 대한 불안함을 내보이는 것, 그리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며 2월 1일자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는 이야기들을 하며, 진정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누구든 심각하게 자기의 살아온 날과 한판 치열한 투쟁을 해보지 않았다면 ‘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처럼 그저 그런 모습으로 젊은 날은 흘러 가버릴 것이다. 물론 우리는 고전도 함께 읽었으므로 "수신제가"와 “치국” “평천하”도 열심히 토론했고 결론은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로 맺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 ‘자아의 신화’로 되돌아 왔다. 그러나 여전히 “꿈이 도대체 뭡니까? 눈에 보입니까? 꿈을 이룬 사람이 이 세상에 있습니까?” 라는 소수 의견은 남아 있었다.

나는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코엘료가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걸어갔으며, 그의 고난의 젊은 날과, 실패들을 이야기하며 "람"이라는 스승을 만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가 자신을 정화시켜나갔는지 이해한 만큼 설명했다. 결국 그는 그의 마음이 이끄는 데로  행동을 했고 <순례자의 길>과 <연금술사>를 써서 마침내 작가가 되는 꿈을 이루어 나간 긴 인생행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양치기 산티아고가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덧붙였다.

나에게 너무나 생생하게 공감과 이해를 선물해 준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가 한 모든 말들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니 나의 이야기처럼 사막의 체험과 통곡장과 눈물이 있는 바로 그곳에 보물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바로 그 자리가, 그 어두운 밤이 곧 새벽 동이 터오르는 시간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자리에는 처음 모임에 온 사람도 4명이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잘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의 차원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만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밥을 먹고, 밥을 위장으로 떠 넣어 몸을 안심시킨 다음에 꿈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단지 꿈을 물었을 뿐인데 꿈과 함께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낮에 꾸는 꿈, 생각해 보지 않은 꿈, 지나쳐버린 꿈, 돼지꿈, 로또꿈, 꿈이란 꿈은 모두 나와서 우리의 머리 위를 윙윙 날아다녔다. 진짜 꿈도 있었을 것이고 말을 위한 꿈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순간은 지나가고 신의 표지를 알아 본 사람은 그의 길을 찾아 갈 것이다. 보물이 묻혀있는 바로 그 곳을 향해 모험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주제로 회상을 시작해 본다. 얼마나 많은 꿈을 무심히 지나쳤으며, 멜키세덱이 늙은 왕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신의 표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내를 했건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스쳐지나간 사건들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모든 행복했던 시간들이 그 순간이 바로 떠나야 할 시간이었으며,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새벽동이 트는 걸 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일찍 마침표를 찍었을 것 같은 순간들을 찾아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고, 나는 지나온 나의 인생 모두를 이미 댓가로 치루었으니, 아직 무엇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내 몫의 신화를 찾는 일은 나의 마지막 숙제가 될 것이다.    마크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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