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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기범이 오빠가 이라크로 떠난다는 소식을 지난주 목요일, 제주도에서 들었습니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토요일 아주 오랜만에 경상도 어느 시골 마을로 둥지를 옮긴 오빠와 통화를 했지요.
- 지현아!! 언제 한번 놀러와.. 라고 했었는데..
사실 오빠가 경희대 앞에 작업실을 마련해 치와와 슴이와 살고 있을 때부터 언제 한번 놀러와 고기라도 궈먹자고 되뇌이던 약속이었어요.

많은 기억과 생각이 오고가더군요.
대학 1학년 때던가.
저희 과방 바로 옆이 기범 오빠가 학생회장으로 있던 국문과 과방이었습니다.
개량한복을 걸친 맑은 눈을 가진 국문과 짱은 어딘가모르게 열사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장난처럼 건넸던 말들.. 처음봤을 때, 열사같았다고..

그런 예전의 기억들이 중첩되며 웃는 달 언니의 글처럼 그러나 나도 역시 기범이 오빠 답다는 생각이 들고 맙니다.
스스로 많은 부끄럼을 지닌 사람.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늘 부끄럽게 만들던 선배.

저이는 왜 저렇게 힘든 삶을 자처하는가 하면서도
가끔 그리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을 솟게 하던 선배.

오늘은...
먼 이국으로 떠난 기범 오빠의 안녕을 기원하며
한마음으로 그곳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안녕 또한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기범이가 22일 토요일에 이라크로 떠났다고 한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범이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낮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눈과 비가 내렸다.
>일을 하고 있는 시간만큼만 기범이 생각을 잊을 수 있다.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
>한달쯤 전에 인간방패가 되어 전쟁을 막겠다며 이라크로 떠난 '평화 지킴이' 소식을
>오마이뉴스에서 읽었을 때, 순간 나도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
>
>'어쩌면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로 몰려오고
>국제 여론이 미국에게 점점 불리해져서 전쟁이 안 일어날지도 몰라.
>그럼 내 일생에 그만큼 보람있는 일은 없겠지. 죽지 않고 전쟁도 막고.
>그래, 좀 유명해지는 불편함쯤이야 감수할 수 있지.
>하지만 그런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부시와 미국이 금방 망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 갈 때는 목숨을 내놓고 가야 한다!'
>
>만약 떠난다면, 유언장을 써야겠지. 유언장이라니,
>몇 년 전부터 해마다 12월이 되면 유언장을 새로 써 둔다는 숲이되어 님이 생각났다.
>죽음이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까.
>나도 유언장 한 번 써 놓아야지 생각만 했는데.......
>
>무엇을 어떻게 처리할까. 영혼이 맑은 혜숙이 언니에게 모든 뒤처리를 맡길까.
>아니, 괜히 짐만 되겠다. 아무래도 식구 중에 맡기는 게 낫겠지.
>요셉 오라버니나 해강이 엄마에게 시킬까. 아니다. 그들은 너무 멀리 있다.
>나 죽은 뒤 뒤처리하러 여기까지 오게 하기 미안하다. 내가 다 처리해 놓고 떠나야겠다.
>아, 그런데 당장 다음 달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부터
>길게는 올해 내내 그리고 내년에도 하기로 미리 약속해 놓은 일들은 어떻게 하나.
>그러고 보니 어머니 칠순이 얼마 안 남았다.
>진짜 떠난다면 엄마에게는 차라리 말하지 않고 떠나는 게 좋겠다. 그렇다 해도 내가 죽고 나면 어차피 알 텐데... 그땐 어떻게 하나. 아...무슨 날벼락인가. 엄마한테는...
>
>하지만 ㅇㅇㅇ 선생님께는 말씀을 드리고 떠나야겠지.
>선생님께 내가 말씀드리러 갈 것을 상상하자마자 눈물이 쏟아진다.
>아.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절대로 선생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된다.
>무슨 명분으로도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선생님이 얼마나 놀라실까?
>언제나 자기 목숨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이런 건 먹지 마세요. 이런 게 몸에 좋은 거예요. 하나하나 일러 주시던 선생님에게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안 되겠다. 이라크로 떠나는 일 같은 건 하면 안 되겠다.
>나는 거기서 이라크로 떠날까 하던 막연한 감상을 바로 접어버렸다.
>
>그리고 지난 주 월요일에 ㅇㅇ 홈페이지에서 기범이가 올린 글을 읽었다.
>이라크로 떠난 평화지킴이 2기에 자기 대학 후배가 있다 했다.
>자기에게 얼마 전까지도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아이가 말도 없이 떠난 걸 다른 후배에게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주가 다 가기 전에 기범이는 떠났다.  
>
>아, 기범이는 도대체 그토록 사랑하는 엄마를 두고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기르던 강아지가 죽자 사흘 나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하던 아이가,
>그 강아지 묻어주고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파하던 아이가...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더니,
>기범이는 한없이 여리고 착하기만 해서 나를 늘 부끄럽게 만들더니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
>몇 년 전 겨울,  세상에 오직 혼자인 것 같은 날, 그런 날이 있었다.
>나는 몹시 침울해져서 기범이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나처럼 기범이를 놀려먹다가 내가 그랬다.
>"너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 나를 버린다고 해도 내 편이 되어 줄 거지?"
>"어떻게 알았어요. 누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핀잔 주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따뜻하게 말해 주던 아이.
>기범이는 늘 그렇게 약한 것, 못난 것의 편이었다.
>
>이제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도를 시작해야겠다.
>그의 말처럼 저절로 갔듯 저절로 돌아오기를.
>그래서 그동안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기쁨을 돌려주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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