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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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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 산다는 것
계수님께


'편지'가 아무려면 '만남'에 비길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중동 그 먼 거리를 메우기에는 항공엽서가 너무나 약소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는 십수년의 참담한 징역을 그 작은 봉함엽서로 서로의 신뢰와 사랑을 키워온 어느 젊은 부부의 귀중한 승리를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헤어져 산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인간 관계이었든, 지금까지 자기가 처해 있던 자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계수님의 생활과, 그 생활 속에 스스로 어떠한 뜻을 심어가고 있는가에 대하여 전혀 무지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남편을 자신의 세계로 삼는 것이 꼭 현모의 자리, 양처의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의 별리(別離)를 계수님의 보다 큰 성장을 위한 값진 계기로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지난 11월 말에 서화반이 열세 편짜리 큰 방으로 이사온 후로 십여 명의 악대부원들과 동숙하게 되면서 화제가 훨씬 젊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통금이 해제되었대" , "밤티 보기 좋을 것 같으지, 좋아하지 마" , "학삐리들 머리하고 옷하고 지들 멋대로래" , "잊어줘, 넌 청의삭발에다 순화교육이나 잘 받으라구" , "롯데호텔이 아무리 높아야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 "쳐다보지마, 모가지만 아프다구" , 가방끈이 길어서 영양가 있는 화제, 후지고 곰삭은 화제, 너비가 19인치를 못 넘는 화제…….
유행가를 배우고, 통기타를 배우고, 일본어를 배우는 젊은이들, 빌딩 그늘에서 도시의 비리를 배우는 젊은이들…….
나는 이러한 젊은이들과 그 구사하는 언어에 있어서나 그 발상과 감각에 있어서 하등의 격의 없이 섞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을 "발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경험 속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곧 나의 '사회학' 이기도 합니다.

 

 

198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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