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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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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부모님께


해마다 7월이 되면 어느덧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마음이 됩니다. 금년 7월은 제가 징역을 시작한 지 12년이 되는 달입니다. 궁벽한 곳에 오래 살면 관점마저 자연히 좁아지고 치우쳐, 흡사 동굴 속에 사는 사람이 동굴의 아궁이를 동쪽이라 착각하듯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저러한 견해가 주관 쪽으로 많이 기운 것이 되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서울을 가장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가 어디인가를 놓고도 남산 팔각정이다, 시청이다, 영등포 공단의 어느 작업기 앞이다, 시비가 없지 않습니다. 훨훨 날아다니는 하늘의 선녀가 아닌 다음에야 여러 개의 조망대를 한꺼번에 가질 수는 없고 어디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로서는 제가 사는 터전을 저의 조망대로 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자신의 처지에 따른 강한 주관에서부터 생각을 간추리지 않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주관의 양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더 많이 수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바닥에는, 주관은 궁벽하고 객관은 평정한 것이며, 주관은 객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객관은 주관을 기초로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각자가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 깊숙히 발목 박고 서서 그 '곳'에 고유한 주관을 더욱 강화해가는 노력이야말로 객관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곳'이,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전체와 튼튼히 연대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사고의 동굴을 벗어나는 길은 그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맹자}의 일절이 상기됩니다.

 

시인유공불상인 함인유공상인 무장역연 고술불가불신야矢人惟恐不傷人 函人惟恐傷人 巫匠亦然 故術不可不愼也(활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방패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할까 두려워한다.)

 

스스로 시대의 복판에 서기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시대와 역사의 대하로 향하는 어느 가난한 골목에 서기를 주저해서도 안되리라 믿습니다.
한창 더울 때입니다만 하루 걸러 내리는 비가 큰 부조(扶助)입니다. 지난 접견 때는 우중(雨中)에 돌아가시느라 어머님 발길이 더 무거웠으리라 짐작됩니다.

 

 

198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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