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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일엽(賀正日葉)
아버님께


아버님께
섣달 그믐 이튿날이 바로 정월 초하루이고 보면 1월 1일이란 실상 12월 32일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세모나 정초가 되면 저마다 자기 자신을 정돈하고 성찰하게 됨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한 해 동안에 받은 아버님의 편지를 한장 한장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역시 '염려와 걱정의 편지'가 가장 많았습니다만 그중에 '대화의 편지'도 적잖이 있어서 무척 흐뭇하였습니다. 금년에는 '대화의 편지', '이해의 편지'가 더 많았으면 싶습니다. 지자(知子)는 막여부(莫如父)란 말이 있듯이 이미 아버님께서는 염려와 걱정 속에서 대화하시고 이해해오신 줄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머님께
세배 대신 드리는 이 몇 줄의 글월이 도리어 어머님을 마음 아프게 하지나 않을까 붓끝이 머뭇머뭇 합니다. 그러나 어머님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울지 않는 어머니', '강한 어머니', '웃는 어머니'가 되신 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보내주신 책, 영치금, 편지 모두 받았습니다. 요즈음의 소한, 대한은 그리 대단치 않습니다. 걱정하시지 않기 바랍니다.

 

형님께
아무려면 형만한 동생이 있겠습니까.
모든 것을 형님께 짐지운 채 한해 두해 그저 헛나이만 먹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새겨봅니다. 그러나 비록 응달진 동토이긴 하지만 제 나름의 정진을 위한 참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형수님께
온장 편지를 받고도 뒤늦게야 엽서의 작은 구석을 빌어 답신을 드리면 말로 받고 되로 갚는 격이 됩니다.
시부모님을 비롯한 시갓집의 곳곳에 걸친 아주머님의 노력을 계속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용이가 삼촌을 닮은 데가 있다니 어차피 한번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영석에게
내가 있는 감방의 벽에, 누군가가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고 적어놓았다. 나는 이 때에 찌들은 '낙서'를 네게 전하고 싶다. 흥미 있는 일과 가치 있는 일의 차이는, 곧 향락과 창조의 차이이며, 결국 소(消) 장(長)의 차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누님들, 누님댁 꼬마들께도 기쁜 새해를 기원하며 이만 그치겠습니다.

 

1974.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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