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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이야기
계수님께


맴 ― 맴 ― 찌 ― 찌. 장마 지난 여름 한낮의 매미소립니다.
옥담 바깥 쪽을 빙둘러 서 있는 단풍나무와 미루나무에서 울어제끼는 매미의 합창은 교도소의 정적을 한층 더 깊게 합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유지매미와 참매미는 수명이 6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인 6년 가운데 5년 11개월을 고스란히 땅 속에서 애벌레로 살아야 합니다.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먹으며 네 번 껍질을 벗은 뒤 정확히 6년째 되는 여름, 가장 날씨 좋은 날을 택하여 땅 위로 올라옵니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엄청나서 곤충학계에는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왔다는 기록도 보고되어 있을 정도라 합니다. 땅을 뚫고 나온 애벌레는 나무등걸을 타고 올라가 거기서 다섯번째이며 마지막인 껍질벗음을 합니다. 이 순간 애벌레는 비로소 한 마리의 날개 달린 매미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미는 화려하지만 지극히 짧은 생애를 끝마치도록 운명지어져 있습니다. 불과 4주일 후에는 생명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매미 중에는 이 짧은 생애를 위하여 무려 17년이나 땅 속에서 사는 종류도 있다고 합니다. 긴 인고의 세월에 비하여 너무나 짧은 생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널리 알려진 개미와 매미의 우화(寓話)는 거꾸로 된 이야기입니다.
개미는 여름 동안 하루 한두 시간 일할까 말까 하며 도리어 매미가 나무등걸에 파놓은 우물을 치근덕거려 빼앗기 예사입니다. 겨울철에 굶주린 매미가 개미집으로 지팡이 짚고 밥 빌러가기는커녕 죽어서 개미들의 양식이 되는 것도 매미 쪽이라 하겠습니다.
매미가 노래하는 것은 즐기기 위한 유희(遊戱)가 아니라 종족보존을 위하여 암매미를 부르는 것이라 합니다. 그것도 집단으로 줄기차게 울어제껴야 암매미가 날아올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겨레의 번영을 갈구하는 아우성인 셈입니다.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더욱이 새들의 맛있는 먹이이며 비무장인 매미가 저처럼 요란한 합창으로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소리치는 매미들의 사랑과 용기야말로, 수많은 수목들과 날새들과 짐승들은 물론, 한 포기 풀이나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든 살아 있는 생물들에 대한 힘찬 격려이며 생명에의 예찬입니다.
맴 ― 맴 ― 찌 ― 찌. 매미들의 아우성 만세.

 

특별구매로 수박 사먹었습니다. 옥방에서 나누어먹는 수박맛은 아마 계수님이 사주시겠다던 동큐빵집 팥빙수보다 나을 듯싶습니다. 덕분에 그날 밤은 변소 옆의 내 잠자리가 통행인들로 불이 났습니다.

 

화용이, 민용이의 여름방학은 나까지 덩달아 마음 가볍게 해줍니다. 방학 시작하자마자 일기까지 포함해서 방학숙제를 모두 해치우고 나면 방학을 훨씬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198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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