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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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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잠 묻히고 묻힌 이 땅에
계수님께


이삿짐 싸느라고 한창입니다. 일도 많거니와 주변도 어수선합니다.
자기 짐이 많은 사람은 남의 일손을 도울 겨를이 없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은 도리어 적게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빈손이 일손입니다. 적게 가지고 살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버려야 하는데 작은 것 하나 버리는 데도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는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기 3개, 칫솔, 수건, 젓가락 각 1개씩만으로 징역을 살아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비록 무기징역을 핑계삼는다 하더라도 아직 더 버려야 합니다. 용기는 선택이며 선택은 골라서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버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며칠 후 마지막으로 사람이 떠나고 나면 중촌동 1번지 대전교도소의 65년 역사도 끝입니다. 짐 싸 부치고 난 뒤의 휑뎅그렁한 거실, 운동장에 서면 훌훌 털어버리고 집에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어쩐 일인지 마음 홀가분하고 즐거워집니다.
야! 거기 화단자리 밟지 마라.
이제 이사갈 텐데 어때.
아니야, 우리가 떠나고 난 뒤 이곳에 꽃이 피게 해야지.수만(數萬) 잠 묻히고 묻힌 이 땅에 필시 빛나는 꽃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중촌동 교도소에서 쓰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198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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