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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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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누운 새의 슬픔
형수님께


교도소의 아침 까치소리는 접견을 예고합니다.
기상 나팔소리와는 달리, 까치소리는 우리들의 곤한 심신에 상쾌한 탄력을 부여하여 우리를 스스로 눈뜨게 합니다. 까치를 일컬어 희조(喜鳥)라 한 옛사람들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도시의 빌딩들에 쫓겨 머물 곳을 잃은 까치들은 이곳의 몇 그루 키 큰 갯버들에 둥지를 만들어, 마찬가지로 고향을 잃은 수인들과 벗하여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는 많은 수인들을 마음 아프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두 마리의 까치를 잃은 일이 그것입니다. 어미까치가 새끼를 데리고 취사장 뒤 고압선에 나누어 앉아 부리로 먹이를 건네는 순간 그만 합선을 일으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땅에 떨어져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날 아침, 우리는 정전으로 말미암아 마른 건빵으로 아침밥을 대신하면서 창공을 잃고 땅에 누운 새의 슬픔을 되씹고 있는데 스피커에서는 종종 합선사고를 내는 교도소의 까치를 없애달라는 한전 측의 무심한(?) 요구가 소내(所內)방송으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아프던 기억도 엷어지고 남은 까치, 새로운 까치들이 그전과 다름없이 새벽 하늘을 가르며 잠든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이 가을에 형수님께도 큼직한 수확이 있기를 빕니다.

 

 

1981.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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