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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낭비
계수님께


3층의 빈 방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오늘 따라 세찬 바람은 끊임없이 창문을 흔듭니다. 창문은 다시 어수선한 내 마음을 흔들어, 잊어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을 어지럽게 휘저어놓습니다.
한 주일간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계수님의 친정 식구들의 후의(厚意)를 잊지 못합니다. 그것은 위로와 연민과 인정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공감을 바탕에 두지 않고서는 베풀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주일 내내 마치 온몸에 바늘을 가진 사람처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에 지금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계수님처럼 나를 가장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아프게 하고 온 느낌입니다. 그러나 계수님께서는 그 아픔을 개인의 아픔으로 간직하지 않고 우리의 이웃과 우리 시대의 삶의 진상을 깨우쳐주는 사회적 양심으로 키워가리라 믿습니다.
주위의 여러 사람에게 아픔을 나누어주고 대신 자기가 기쁨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기에 한 주일 동안 가슴에 담아온 것은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픔의 응어리들입니다.
그러나 이 응어리들을 그대로 담아둔다는 것은 아픔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제가 서둘러 해야 하는 일은 나와 내 주위의 모든 아픔들의 낭비를 막는 일입니다. 어쩌면 아픔을 끝까지 앓는 행위야말로 그것의 가장 정직한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198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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