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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과 발, 책과 현실


   鄭人有且置履者 先自度其足 而置之其座 至之市 而忘操之 已得履
   乃曰 吾忘持度 反歸取之 及反市罷 遂不得履 人曰 何不試之以足 曰 寧信度 無自信
   也        ―「外儲說左 上」
   정나라에 차치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의 발을 본뜨고 그것(度)을 그 자리에 두었
   다. 시장에 갈 때 탁度을 가지고 가는 것을 잊었다. (시장의 신발 가
   게에 와서) 신발을 손에 들고는 탁을 가지고 오는 것을 깜박 잊었구
   나 하고 탁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다시 시장에 왔을
   때는 장은 이미 파하고 신발은 살 수 없었다. (그 사정을 듣고) 사람
   들이 말했다. “어째서 발로 신어보지 않았소?” (차치리의 답변은) “탁
   은 믿을 수 있지만 내 발은 믿을 수 없지요.”

   시장에 신발 사러 간 사람이 발의 본을 뜬 탁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탁을 가지러 구태여 집까지 갈 필요가 없음은 말할 필요가 없지요. 탁을 가지러 집까지 가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입니다만 위 예시문의 핵심은 사람들의 반문에 대한 차치리의 답변에 있습니다. 직접 신어보고 신발을 고르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말에 대한 차치리의 대답이 매우 엉뚱합니다. 탁은 믿을지언정 내 발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개하는 구절입니다. 나로서는 나 자신을 스스로 경계하는 뜻으로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차치리가 참 어리석고 우습다고 생각하지요? 내가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웃지 않았어요. 나는 내가 바로 탁을 가지러 집으로 가는 사람이라는 걸 곧바로 깨달았어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탁을 가지러 집으로 가는 사람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탁이란 책입니다.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탁을 가지러 갑니다. 현실을 본뜬 탁을 가지러 도서관으로 가거나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지요. 현실을 보기보다는 그 현실을 본뜬 책을 더 신뢰하는 것이지요. 발을 현실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도 발로 신어보고 신을 사는 사람이 못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물론 제자백가의 공리공담空理空談을 풍자하는 글입니다. 학문이나 이론의 비현실성과 관념성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학문적 풍토에 대해서도 따가운 일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송나라 사람 예열兒說에 관한 이야기도 같은 뜻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송나라 사람 예열은 대단한 능변가로서 흰 말은 말이 아니라(白馬非馬)는 변론으로 직하稷下의 변자辯者들을 꺾었다. 그러나 그가 흰 말을 타고 관문을 지날 때 말의 통행세를 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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