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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선생의 책에서 제일 훌륭한 것은 삶과 사상의 일치를 꾸준히 제기하신 것에 있는 듯 하다. 집을 짓는데, 설계사의 '머리'보다는 '손'과 '발'이 동원된 '아래'부터 집을 짓는 단순하고 평범한 사실을 설파하신것을 보면. 그 점을 '선생'에게서 가장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후에 어떤 이론들이라도, 나는 나의 삶과 반추하면서, 기 죽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기가 죽지 않도록 힘을 주는것. 그것은 의외로 깊은 성과를 낸다.

80년대 이후, 노출과 학출의 긴장. 나는 학출이 아니어서 단호히 말하지만, 학출들은 대부분, "민중"에 대한 <감상적 이상주의>(감옥...에서 선생이 언급한 논어대화에서)에 많이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출 또한 자기 신분적 우위(?)에 기반해서 무식한 것을 자랑삼아 근거없이 '이론'자체에 대한 '삶'의 우위를 주장하는 듯. 마치 신선생님이 '욕'에 대해 경험했던 과정처럼.

가장 나쁜 것중에 하나가 나는 '이론'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이라고 여긴다. 특히 90년대 이후에 마치 이론때문에 사회주의운동이 망한듯 말하며 '청산'하는 사람들. 이런 태도는 실은 '삶'과 '사상'의 불일치, 깊게 보자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분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겠지.

여튼, 이론가들에 대해서 기가 죽지 않는다는 말은, 그 '이론'들에 대해서 거부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로 자기경험(태양은 섬에서 뜬다?)만을 우김질하는 짓은 아닐것이다. 그점을 전제하고 나는 선생님의 <하방연대>론에 기반한 '관계'론에 대해서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많다.

첫째 하방연대의 근거는 무엇인가? 대기업 노동자가 중소기업 혹은, 외국인 노동자와 연대해야 할 '이해'의 근거가 있는지. 물론 있다.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자본과 대립되니까.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대기업 노동자들은, 중소기업노동자나 외국인 노동자들 '보다' 더 잘살기 위해 산다. 노동하는것이 사회유지와 건설, 조국부강을 위해 하는것이 아니라, 내새끼, 내 마누라, 내 삶을 위해 하는것. 그게 아니라고 강변해봐야 모두 '정언명령'이다.

도덕적 정언명령이 아닌가? 도덕적 정언 명령으로 운동이 일어날수 있는가? 사회운동이 '도덕'적 정언명령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종교 아닌가? 사회운동은 <욕망>과 밀접한 것이 아닌가?


둘째. 내 경험속에서 관계론이 의미가 있다면 맑스의 <흑인은 흑인이다. 다만, 그가 특정사회관계속에 있을때야 노예다>라는 테제만이 유일하게 의미가 있다. 선생의 관계론은 내 이해범위를 벗어나 있을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변화라는 불교적세계관(연기?)을 상기시키는 것외에 별다른 의미가 내게는 적어도 없다. 또한 선생의 관계론은 <동일성>-인간이라는 추상적인-을 전제하고 논의를 계속하는 듯 하다. 진정한 관계란, 선생이 편지에서 언급했듯(어린왕자의 길들임을 예시하며) 서로의 '차이'속에서 서로를 변혁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론이 아니라 사실은 '차이'를 더욱더 강조해야 한다. 화이부동론을 물론 선생은 예비하고 있지만, 내 주변에서 착한 사람들이 선생의 '착한'말씀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잘해줘야지. 특히 불쌍한 사람한테 잘해줘야지. 저 사람들과 나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을것이니까"라는 따위의 값싼 동정이다.

그러나, 나는 동정과 비슷한 연민 따위(선생은 제선왕 고사를 인용하면서 동정을 긍정하지만)가 결코 인간들의 '숲'에서 도움된 적이 없다고 믿는다. <동일한 '입장'>과 <한배탄 마음>, <미나리아제비꽃>과 "숲"을 모두 보는 지혜가 우리를 해방으로 이끌지 못한다고 여긴다. 오히려 너와 나는 차이가 있다....

내 경험속에서 "관계"를 잘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나 불쌍한 사람을 도와줄 여력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인맥을 잘 맺고 있는 사람들. 늘상 부지런하고, 능력있으며 타인에게 친절한분들 말이다. 그런데 늘 '관계'를 못맺고 있는 사람들이 또 동시에 있더라. 한국사회에서 관계란 말은,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한 '인간'과 '사랑'을 이야기 할때는 인맥/학연/지연을 통하지 않고서는 말이 안된다.

신영복선생의 과외제자가 바톤을 이어 정운찬선생으로 이어진단다. 그 제자가 선생의 책을 함께 읽기에 그걸 자랑스럽게 썼다. 그렇게 축복인 삶도 있지만, 그 연배의 우리 이모는 아직도 책을 못읽고 있다. 그리고 그분은 계속 그렇게 관계들을 맺고 바로 그렇게 '인간'스럽게 살지만, 한국사회는 선생이 <감옥>이라는 학교에서 목격했듯, 창녀촌의 노랑머리처럼 10부1처제도속에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계속 관계, 관계, 하방연대를 운운하는가? 나는 선생님의 글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이 바로 민중들이 감상에 빠지지 않고, 연민과 동정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산층적 '인간주의'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선생님의 <학교>바깥에서 학교퇴임식을 보면서 찹찹했다. 20년전, 선생을 찾아 뵈었을때 선생에게 일자리(짜장면배달부탁했음)를 부탁했었다. 선생님은 편지에 나오는 <일자리부탁하는 수인>(우산이야기?)을 언급하시면서, 이제 사람자체가 달라져버린(관계자체의 변화) 선생님에 대해서 언급하신다. 즉, 이제 자기 친구들이 거의 도둑놈, 폭력배 뿐이 없다는것. 그렇다. 나는 선생님이 자부하는 '사람자체의변화'(감옥이라는 학교가 제공한 커리큘럼)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그것이야 말로 관계론의 핵심이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선생님의 <학교>바깥에서 선생님은 과연 어떤이들의 친구셨나. 냉정한 시선으로 선생의 친구가 된 이들이 서오릉에 소풍을 갔던 아이들이나, 미싱을 타면서 곰보빠꾸미 이야길 하던 좀도둑놈이나, 혹은 마약 먹었던 놈이었나? 노동자였나? 농민이었나?  선생님에 대해 '한마디'하는 분들을 "신영복함께 읽기"에 보라. 선생님의 관계에 뭣이 남았나. 선생의 서울대'학'연줄이 남았고, 선생님의 '교수'질의 연줄이 남았다. 그걸 어떻게 부정할수 있는가?

나는 강준만의 <마당발은 위험하다>란 도발적문제제기에 공감한다. 한국사회에서 관계는 해체되어야 할 무엇이다. 그 엄정한 기초를 철저히 하지 않는한 선생님의 관계론은 공허하게만 내게는 들린다.

늘 사회에 적응못하고, 특히 "좋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잘맺기"를 하는 디인 경험이 내게는 너무나 쓰라리다. 그래서 <말죽거리잔혹사>에 나오는 꼰대새끼의 대사. ..."인간이 되어야 하는기라"라는 말을 나는 알뛰세르의 반인간론으로 이해를 쏙쏙한다.

하여간, 나는 선생님이 지금 시작이라고 여긴다. 이글을 보실리도 없겠지만, 선생님은 학자니까 더 엄정하고 정밀한 이론들을 생산해주시길 바란다. 선생님은 스스로 '누'가 될까봐 운동권과 거리를 두셨다고 하셨지만, 그거,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바 있지만, 내가 스승으로 삼고싶은 모양새는 아니다. 운동보다는 선생님은 학자타입이고 보다 높은 경지의 공부를 하셨다고 믿기에 나는 차라리 선생님이 많은 '관계'들(강연들?)을 줄이시고 공부에 매진하셔서 한국이라는 용광로같은 사회속에서 생산할수 있는 이론이라도 생산해주시길 바란다. 지금으로선 선생님이 동성연애자나, 마약중독자나, 지금 나처럼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새끼...의 친구가 될수는 없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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