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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02.10 20:41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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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아가는 분홍색원을 따라가며 봅니다.
2. 이제 중앙에 있는 십자를 응시해보세요.
3. 돌아가는 분홍색원이 녹색원으로 보이시지 않나요?
4. 조금 더 십자를 응시해보세요.

5. 헉~

Created by M Bach & JL Hinton



[펌] 세균에게 건배를!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마다 숙제로 곤충채집을 했다. 당시만 해도 동네 야산, 풀섶을 발로 툭 차면 메뚜기, 사마귀, 여치 등등이 날아올랐기 때문에 친구들과 칼싸움질하며 며칠 야산을 뛰어다니면 되는, 신나는 숙제였다.

그렇게 4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 몇 개의 메리야스 박스 안에 핀으로 고정시킨 곤충친구들을, 행여 떨어질까 두손으로 받쳐 들고 조심조심 등교했더랬다(메리야스 박스는 투명 비닐커버로 된 속뚜껑이 있어 곤충 표본틀로 딱이다).

그런데 그 날, 방학숙제 검사를 하는 시간. 우리 반 모두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방학 직전, 바닷가에서 전학 온 놈이, 바퀴벌레를 크기별, 종류별, 날개유뮤별로 따로따로 채집해 온 것이다.

여자애들은 비명을 지르고, 난리부르스인 와중에 그 전학우 녀석이 똘망한 눈으로 선생님께 물었다.

"이것들 곤충 아닌가여? 여기 보면(손으로 만져가며) 다리 여섯 개, 머리, 가슴, 배 나뉘고 날개 달린 놈들도 있는데여. 제가 집에서 잡았는데 이름을 잘 모르겠어서...이름은 다 못써왔는데..."

그 녀석은 도시로 이사 와서 바퀴벌레를 처음 본 것이고, 크기도 형태도 이동 스타일도 서로 디퍼런트한 그 곤충들이 다같이 바퀴벌레로 불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도시에 직장을 잡아 방학직전에 이사 온 바람에, 엄마 출근하시면 나가서 놀 친구도 없고 집에서도 늘 혼자였단다. 낡은 집 무수히 많은 바퀴벌레만이 녀석의 유일한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던 모양이다. 당근 메뚜기나 풍뎅이 정도의 곤충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고.

하여튼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은, 녀석이 날개 달린 바퀴벌레에 싸인펜으로 "땅방개" 라고 써붙여 온 것이다. 난 그게 너무 웃겨서 박장대소하고, 여자애들 비명소리 들리고, 옆반에서도 구경오고, 한바탕 대규모의 소동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애써 채집해 온 그 녀석을 배려해서 한참동안 잘 설명해 준 후, 녀석과 함께 소각장에 그 "해충" 들을 갖다 버리셨다.

그 뒤로, 가엽게도 일부 여자애들은 학년이 바뀔 때까지 녀석을 피했다. 난 작명센스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날 바로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 녀석 별명이 바퀴벌레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정작 녀석은, 갑자기 알게 된 만큼 더 무서웠던지 바퀴벌레를 끔찍이 싫어했고, 엄마를 졸라서 이사까지 갔다.



우리는 세균이 너무 무섭다.

항균, 살균딱지가 붙은 제품은 높은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훨씬 잘 팔리며, 정수기 뿐 아니라, 오존, 자외선, 스팀, 뭐 이런 살균기가 필수가전이 되어가는 추세다.

TV에서는 결벽증환자만 살 것 같은 하얀 집을 배경으로 바퀴, 개미, 집먼지진드기 등이 있으면 한 달 안에 집에서 중환자가 나올 것처럼 광고하고, 흰 소복에 머리풀고, 꼭 세 번씩 물어보면서 세균잡는 여자귀신이 세탁조 안에 들었음직한 호러블한 세탁기 광고도 있다. 심지어는 요구르트도 세균 죽이는 게 잘 팔린다.

유신시절, "북괴"가 일으키는 전쟁이 무서웠다면, 지금은 "세균"이 무섭다.


‘세균’ 에는 유해세균과 그렇지 않은 세균이 있다. 또한, 세균은 박테리아를 말하는 것이고 바이러스는 엄연히 다른 놈이다. 그 이외에도 기생충, 유해세균을 옮기는 해충 등등이 있겠지만 일일이 구분해서 불러주기 귀찮으므로 이 글에서는 뭉뚱그려 “세균”이라는 대표명사로 칭하겠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주변, 대인망을 두세단계 이상까지 멀리 보면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꽤 많지만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광우병, 조류독감. 하다 못해 AIDS로 죽은 사람 한 명 없다. 과연,


“우리를 지배하는 [세균에 대한 공포]의 강도, 지금 레벨이 적절한가?”



요즘, 김치에서 발견된 회충알 때문에 우리나라, 중국, 심지어 일본, 대만마저도 떠들썩하다. 언제부터 질병으로써 회충의 지위가 이렇게 격상됐는지 모르겠다. 지금 같아서는 회충이 AIDS 바이러스를 능가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요즘 젊은 여자들이 살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다", "김치를 사먹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 며 개탄하는 사람들. 집집마다 김장 담그던 그 시절엔, 일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구충제를 먹었었고 회충은 가장 흔한 기생충이었다.

당연히 회충을 무서워 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충제  한 알이면 간단하게 아웃됐으니까. 요즘도 일부 유기농산물 생산자들은, 유기농식품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1년에 1회 정도 구충제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기생충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기생충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아토피" 는 알다시피 대표적인 문명병이다. 후진국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같은 자가면역질환인 천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산대에서 한 실험에 의하면 천식에 걸리도록 유도한 쥐에 기생충에서 뽑은 단백질을 미리 주입하면, 천식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병리학적으로 봐도 기생충 단백질을 주사한 쥐는 정상적인 폐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보다 앞서, 일본의 후지타 코이치로 교수의 연구도 있었다. 항생물질, 방부제 등의 과다섭취로 장내에 기생충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이 되면, 기생충에 대응하는 항체 [면역글로블린 E]가 기생충과 유사한 단백질구조를 가지는 우유, 계란 등의 단백질에 과민반응해 아토피가 발병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약 25년 전에는 초등학생들의 기생충 감염률이 75% 정도였고, 이 때 아토피환자는 "전무"에 가까웠다. 지금은 초등학생들의 기생충 감염률이 0.05% 미만으로 "전무"에 가까워진 반면, 전국의 아토피 환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대부분이 20대 이하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원병(母原病)이란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일본의 소아과 전문의 규토쿠 시게모리 박사가 1990년대 초에 처음 주창한 용어인데 말 그대로 "엄마에게 원인이 있는 병" 이란 뜻이다. 이 중에 핵심적인 내용이 지나치게 청결하게 키운 아이들의 질환에 대한 것이다.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에서도 과도하게 청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천식과 알레르기, 습진에 걸릴 위험성이 월등히 높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정리하자면 "자가면역질환"은,

인간이 세균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절교" 선언하는 과정을,
정작 우리면역체계가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면역체계" 란 놈은 갑자기 변이돼서 나타나는 신종세균보다, 갑자기 없어져버린 "세균친구" 들이 더 당황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는 [정상세균 총]이란 게 있다.

인류가 오랜 시간을 진화하면서, 공생하게 된 세균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인데 대표적으로 유산균이 있다.

피부, 구강, 장, 질 등 인체가 외부 혹은, 음식물과 접촉하는 부분을 빽빽이 뒤덮고 있는 정상세균총들은 백혈구, 적혈구와는 달리 원래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세균이다.

그러나, 이 세균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그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무척 복잡하고, 비중 또한 막대하므로, 얘네들이 없으면 인간은 생존하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세포질 안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 라는, 인체의 에너지를 담당하는 부분은 과거 독립된 박테리아였는데, 진화과정에서 인체 안에 합병되어 같이 살게 된 공생기관이란 설이 있다. 또 흔히, 항생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복통·설사나 구강질환은, 항생물질이 정상세균총까지 소멸시킴으로써 발생한다.

즉,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독세포로는, 적혈구, 백혈구, 임파구 등등 외에 "세균" 이 있다.

인류의 역사는 길다. 그리고 딱 그 역사만큼 세균과 함께 해왔다. 또한 어떤 세균은 이미 인체의 일부이다. 굳이 '가이아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구의 생명체들은 모두 복잡한 3차원 그물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생태계의 밸런스를 무시한 채, 그 구조의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세균의 절멸은 곧 인류의 절멸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는 유해세균과 정상세균총도 제대로 구분 못한다.


인간은 시각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에게 훨씬 큰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고질라> 보다 <엑소시스트>가 무섭다.

게다가, 현대는 공포를 생산해 내는 사회이다. 비만을 질병이자 사회적 손해라는 공포로 연결시켜 다이어트 상품을 팔고, 땀냄새와 구취를 제거하지 않으면 직장이나 지하철에서 왕따 당한다고 겁줘서 각종 체취제거상품을 판다. 세스코나 하우젠도 마찬가지다. 부시 역시, 언론을 통해 공포를 조장해서 전쟁찬성여론을 만들어냈다.


[세균과 질병에 대한 공포] 라는 것은, 산업에게나 미디어에게나 너무도 매력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종종 "불시성(不視性)" 과 맞물려서 과도하게 증폭되곤 한다.

담임선생님의 설명 한 번에, 잘 갖고 놀던 바퀴벌레를 하루아침에 끔찍한 존재로 인식한 "전학생 친구" 와 우리는 다르지 않다.

물론, 바퀴벌레는 주거공간에서 추방해야 하고, 기본적인 위생관리와 청결유지는중요하다. 이 또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발전시켜온 기술이다.


문제는 그 노력의 정도와 그에 따른 효과인데...

지금의 추세라면 머지않아 자외선샤워기, 가정용 위세척기, 멸균미네랄을 용해시킨 멸균증류수 진공팩, 알콜욕조 이런 게 판매될 것만 같다. 그렇게 해봤자 별 효과도 없을텐데 설마 그러겠냐고?

오바하지 말라고? 하지만, 20년전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를 본다면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


요즘 "항균" 이상의 화두가 "친환경" 이다. 그런데 이 친환경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세균에게도 좋은 환경이다.

예를 들어 하천이 공해물질로 오염되면 간디스토마는 살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간디스토마 실험을 위해, 중국에서 간디스토마 유충을 가져오곤 한다. 강물이 공해물질로 오염되는 것은 반환경적이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고 나아가서는 담도암까지 유발하는 간디스토마의 멸종은 환영할 일이다.

본디, 상극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얻으려면 나머지 하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원하는 것을 다 얻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과 잃는 것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다.


과학은 인간이 살기 좋은 최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이고, 우리 "면역체계"는 이미 수백 만 년 동안 그 일을 해왔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면역체계"를 믿고 생업으로 돌아가자.

제발 호들갑 그만 떨고.

어차피 우리는 세균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p.s

헬리코박터 얘기를 잠깐 하겠다. 헬리코박터가 위암의 원인이라고 대대적으로 박멸을 한 미국에서는 헬리코박터 보균자가 줄어듦과 동시에 식도암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알고 보니 식도암은 위에서 식도로 음식물이 역류함에 따라 생기고, 헬리코박터는 그 역류를 막아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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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가는 길에 읽을 거리를 찾아 볼려고 했는데,
엉뚱한 글만 퍼 온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착시 그림, 세균에 대한 글을 한군데 모으게 한 것은,
'독립'된 실체 - 분명하게 보이는 것?- 를 믿는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독버섯' 예기도 생각 나네요.

- '진', '선', '미' 를 안정된 물체로 확인하려는 기도.
-  규준에 따라 진위, 선악, 미추를 재단하는 '일방'적 시각.


"비뚤어진 것은 그 것이 있을 곳을 찾아주고, 깨어진 것은 다시 때우고 고치는 것이 더 예술일수 있다는 합의가 아쉽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 나무야 나무야 '이천의 도자기 가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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