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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성노동자 존엄성' 말하는 지율스님처럼 마음문을 열자


- 환경운동 벌이던 지율스님이 성노동자 존엄성을 거론하는 의미는


요즘 세상사란 게 튀어야만 인정받는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튀는 데에는 뭐니뭐니해도 언론매체가 제격이다. 어느 신문에 기사화되고 어떤 TV에 출연했다는 건 당사자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인해주는 직간접적인 역할을 한다. 패러디는 역설이다. 반어법으로 세상의 모순을 마음껏 풍자하는 패러디가 언론에서 튀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무리수를 두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종종 생긴다.

예컨대, 김 아무개씨가 쓴 패러디 컬럼 '족발휘 대학교'에는 “오갈 데 없는 성매매 여성들을 학내에 불러들여 '학생 위안센터'를 건립해, 남학생들의 명랑한 향학열 제고에 힘쓰도록 배려하는 방안”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는 성노동자들을 마치 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던 것에 빗대어 희화화 하고 있다. 패러디가 아니라 가히 무뇌아가 저지른 경망함의 극치라고나 할까. 어떻게든 튀어보려던 이 친구의 글 돌멩이가 성노동자들에게 무책임하게 던진 꼴이 돼버렸다.

지난해 이라크 반전운동의 과정에서 한 수도자가 단식에 들어갔었다. 반전운동의 주축이었던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이 지속적이어야 할 반전운동을 지지부진하게 포기하자, 카톨릭의 김재복 수사가 청와대 코앞에 있는 무궁화공원에 자리를 잡고 한국군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필자도 반전운동에 동참한 사람으로 김수사를 격려 방문했는데, 그의 바로 옆자리에는 지율스님이 이미 천성산 살리기운동을 위한 단식에 돌입해 자리잡고 있었다.

사회운동도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면 좋은 의미로 부득이 튀어야 한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반전운동의 김수사보다는 환경보호운동의 지율에게 보도진이 몰렸다는 점이다. 김수사를 방문할 때마다 기둥하나를 등지고 앉아있는 두 사람 중 지율을 향해 카메라가 집중하는 걸 볼 때 마음이 씁쓸했다. 보도진들에겐 이라크민과 자이툰부대의 생명보다 도룡뇽 살리기가 우선인 듯 했다.

명분도 없이 침공한 미국에 의해 피로 물든 이라크는 제2의 베트남전 조짐이 여실하건만, 이미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이제 슬슬 권력의 눈치를 보며 딴전을 피웠다. 기왕에 터진 전쟁이니 한국이 미국에 줄건 주고 경제적 이득이나 챙기자는 정치권력의 논리에 가담하며 내심 권언동맹을 맺은 것이다. 그러니 카메라가 지율만 향하는 걸 보는 필자의 심사가 편할 리 없었던 건 당연지사다.

후일 지율은 사회운동의 경험이 없던 비구니로서 자신의 거처이기도 한 천성산 살리는 데에 급급했지만 옆자리에 앉아 단식하던 김수사로부터 세계민들의 생명을 살리자는 반전운동이 지닌 의미를 배웠다고 전한다. 어쨌든 지율은 초인적인 단식이 세간의 관심을 유발하여 본의와 무관하게 언론과 시민운동에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고, 덕분(?)에 이라크 반전운동은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언론은 인기있는 한가지만 집중 보도하는 선정성이 지나치다. 지율 관련보도도 '00일째'라는 단식일수와 그가 ‘죽느냐 사느냐’ 를 중계방송하는 데 치중했다.)

지율이 단식할 때 또 하나 그에게 섭섭한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성노동자들이 생존권 투쟁을 위한 처절한 단식이 진행 중이었다. 반전운동이 수면아래 잠긴 것처럼 성노동자들의 단식이 보도가 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지율 집중보도에 가리워진 측면도 일정부분 있었다. 물론 지율 탓은 아니지만. 그리고 단식에도 귀족이 있고 천민이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필자는 기회가 닿으면 지율에게 성노동자들 문제를 한번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늘 문득 튀어도 지율처럼 튀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가 성노동자 문제를 입에 올린 것이다.

불교에서는 여성을 마성을 지닌 존재로 여기며 또한 사문이 범해서는 안될 죄의 하나로 성관계를 든다. 반면에 대승불교의 참뜻을 일깨운 신라시대 원효는 요석공주와의 스캔들을 통해 설총이란 아들까지 두었고 파계를 통해 중생과 하나가 된 소성거사였다. 해서 뜻있는 이들은 역설적으로 요석이란 여성이 없는 원효라는 큰 그릇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렇듯 성에 대한 양면성이 있는 불교계에서 지율이 던진 화두는 의미가 크다.

'지난 겨울 단식할 때 성매매 금지법을 반대하며 집창촌 여성들이 단식농성을 하는 것을 봤다. 그들이 옳다 그르다에 대한 판단을 떠나 나와 다르지 않은 절실함을 갖고 단식을 한 이들의 존엄성을 생각하며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그들을 위해 불법을 전하고 싶다' (21일. 경남 양산 명곡동에서)

지율은 또 천성(千聖)이라는 이름의 유례를 설명하면서

"천성산의 천성(千聖)이란 이름에는 3가지 유래가 있어요. 첫 번째는 원효대사의 1000명 제자가 화엄벌에서 화엄경 설법을 듣고 모두 성인이 됐다는 데서 유래했죠. 두 번째는 한 비구니가 1000명의 남자와 잠을 자고 1000번째 남자와의 동침 후에 성인이 됐다는 얘기예요. 신라시대 전쟁 등으로 홀아비가 되거나 가난한 남자들, 다시 말해 사회 하층의 남자들에게 자신의 몸을 보시해 성인이 된 비구니가 득도를 해 성인이 됐다는 얘기죠. 마지막은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 1000명의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이라는 얘기예요..“

지율이 성노동자들의 존엄성을 거론(시비를 유보하긴 했지만)하며, 사회 하층 남성들에 몸 보시해 득도한 비구니 얘기를 언급했음은 순혈주의가 팽배한 기존의 한국 종교계 관행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독교계 여기저기서 서로 질새라 경쟁적으로 성매매 반대 서약운동(서명운동)에 나서는 현상을 보며 지율이 이 사회에서 좀 더 크게 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지율이 고통스러운 단식으로 언론의 스타가 되는 동안 반전운동과 성노동자운동에 끼친 누를 상쇄시킬 훌륭한 방법이며 동시에 화쟁(和諍)으로 상호 업그레이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효와 요석공주를 만나자. 그리고 1000번째 남자와의 동침 후에 성인이 됐다는 비구니도 만나보자. 화쟁사상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경계선을 허무는 지혜를 제공할 것이다. 지율만 튈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마음의 문을 열고 좁쌀들의 놀이터에서 벗어나 세계로 우주로 일취월장 튀어보자. 바로 거기에 우주가 있다.

스님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지율스님. 당신은 나이들어서 성노동자에게 전할 거라는 불법을 오늘 이미 전하고 계십니다."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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