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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우울했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는 연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신문 보면서도 그렇고 요 며칠은 참으로 우울하다.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남 탓만 하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 풍토가 참으로 아까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참담함을 지울 수 없었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접하면서, 사회적 기풍을 저급한 퇴보상태로 만들어 놓아야만 생존하고 득세하는 보수언론이라는 괴물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공모는 우리 사회에 무엇하나 가능성의 실험 자체를 틀어막고 있는데, 특히 정몽헌 회장이 행했던 사업은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었다. 한나라당에서 현대의 자금이 북한의 핵개발과 핵실험자금으로 유용되기 때문에 현대의 "퍼주기"는 용납 못한다고 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하이에나 언론들은 떼거리로 달려들어 부풀리면서 물어뜯고 능멸했다. 김대중 정부에 진저리를 쳤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협잡에 의한 사기극에 암묵적으로 묵인하면서 남북간의 경제협력도, 노무현이 하는 것도 어디 두고보자 하는 식으로 남의 일 보듯 했다.

거대한 사회적 괴물인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 이성적이지 못한 시민사회의 삼자 카르텔에 의해 형성된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은, 정직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역류로 작용했다. 그가 얼마나 외로웠고 속상했으며, 자신의 뜻이 쓰레기같은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폄하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제 형성되고 있는 사회적 조류 사이의 거리가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혼란스러워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미력한 생물학적인 존재일수밖에 없음을 절감한 그가 느꼈을 실존적인 고독은, 그의 내부에서 감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선 이상을 넘어섰을 것이다.

재벌에 대해 이러저러한 좋지 못한 평들이 많지만 그래도 현대는 우직할 정도로 민족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 만큼 나름대로 우리 사회와 미래에 대한 책임도 여타의 기업보다 많이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다른 재벌들은 비중있는 사업분야를 해외로 이전하고, 외국의 지분을 끌어들이는데 비해 현대는 북쪽에 투자를 하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 즉, 현대는 산업화 초기에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간접분야인 중공업, 건설, 플렌트 등 자본 회수가 빠른 분야에 눈을 돌리지 않은 점에서, 여타의 재벌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냉전의 틀이 붕괴되고, 지구적 경쟁이 강화되는 시점에 다른 기업들은 해외로 산업시설기반을 재빨리 옮기면서 돌파구를 찾는 것과는 반대로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북한에 투자하는 점에서 역시 현대는 다른 모습이다.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방법 또한 잘 나간다는 삼성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노조의 활동이 시작되는 단계에서는 이를 봉쇄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다가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는 좋든 싫든 하나의 '제도'로 인정한다. '현대'의 노사관계가 사회에 불협화음과 파장을 내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름대로 합의과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정직하다. 기업내부 산업민주주의의 싹을 아예 잘라내는 식의 삼성과 같은 방식의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자본의 활동과 완전히 결별해서 살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라면, 우리 사회에 정직한 기업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자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현대는 민족이라는 말이 곰팡이처럼 하찮게 여겨지는 오늘이지만 여전히 민족적 성격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뒤 처진 듯 세련되지 못하지만 우직한 근대화되지 못한 남성적인 정직한 면모를 갖고 있다. 이런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가 그를 시기하고 폄훼하는 악의적인 사이비언론과 정치에 떠밀려 안타까운 삶을 마감한 사건은, 양심적이고 섬세한 이들을 보호해주고 하나의 모범으로 승인해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기풍이 지독하게 폐쇄적이고 왜곡되었다는 뼈아픈 확인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죽음에 대한 한나라당의 성명이나 간간이 이어지는 그 정당 정치인들의 발언과 북한의 성명이 왜 이리 대조적인지를 보고 기가 막히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는 그들의 장기에 진저리가 날 뿐이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무엇을 원하는 정당인지 혐오스럽기만 하다.
정몽헌 회장의 죽음이 좀처럼 바른 길로 돌아서는데 주저주저하는 우리사회가 진로를 바르게 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아마 그가 죽음을 통해서 말하고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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