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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인근 아파트서 네 모자 투신 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 체한 것처럼 가슴이 꽉 막히고 생각날 때마다 손발이 저려진다. 그러다 일요일 오늘, 출근해 손에 잡히는 조선, 중앙일보 사설을 보다 꼭지가 반쯤 돌았다. 일 끝나고 들어오니 동료중 하나(40대 중반)가 그 신문 사설같은 얘기를 한다.

"나는 그 엄마가 문제가 있다고 봐. 자기가 죽더라도 아이들은 살려야 할 게 아냐? 아이들도 독립된 인격체인데 말이야. 자기는 실패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살 권리가 있잖아"

엉뚱한데서 꼭지가 확 돌아 버렸다.

"그럼, 그 애들은 누가 키울 거야? 아빠가? 공부방에 오는 애들 중 부자(父子)가정도 있는데, 애들 사람 꼴이 말이 아냐. 차라리 모자가정이 더 낫지.... 그러면 사회가 잘 돌봐져서 그 아이들이 자기 인생 알아서 잘 개척할 것 같애? 그 애들 거의가 중학교 갈 때쯤 사내놈은 가출해서 좀도둑되고 계집애는 원조교제해. 사회가 책임져 준다고? 애들 등이나 치고 강간이나 하지 말라고 해. 내가 죽은 엄마가 잘 했다는 얘기는 아냐. 말할 자격이 없는 놈들이 떠들어댄다는 거야. 없는 사람들 처지를 이해도 못하고, 평소 지 편하게 살 궁리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던 놈들이.... 없으면서도 베풀 줄 아는 사람만이 그 엄마 심정 이해하고, 그 처지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말 할 자격 있는 거야."

신문사를 폭파하지도 못하는 내 비겁한 분노가 동료에게 폭격을 해댔다.
옆에서 말리려고 우리 반 최고 상급자(40대 후반)가 나섰다. 그 동료도 부평에 산다.

"이놈의 자본주의가 문제야. 있는 놈들은 없는 사람들 심정 몰라요. 없는 사람들끼리 다툴 것 없지."

말리려다 내 꼭지 방아쇠를 더 당긴 격이다.

"없는 놈도 문제야. 있는 놈처럼 생각한다고.... 자기보다 잘 사는 놈 하는 짓은 부러워서 비굴하게 따라하고,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들은 뭔가 문제있다란 식으로 깔아뭉개잖아. 텔레비전 뉴스 보면서 그러잖아. 공공근로 하는 사람중에 놀고 먹는 사람 있고, 임대아파트에 고급자동차 있다고 방송국서 게거품 물고 떠들면, '먹고 살만 한가 보다'고 하면서 공공근로 없애고 임대아파트 없애려는데 같이 부화뇌동하잖아. 그래서 임대아파트 없애고 주공아파트 25평 분양받았어? 이 자식들 그 자리에 34평, 45평 아파트 짓잖아? 설령 공공근로중에 놀고 먹는 사람 몇 있으면 어떻고 임대아파트에 고급자동차 몇 있으면 어때? 있는 놈들이 빈대 몇 마리 찾아내서 없는 사람 초가삼간 태우려는데 지 꼬라지도 모르고 박수치는 놈들이 얼마나 많아?"

오늘 나를 꼭지 돌게 만든 것은 조선, 중앙일보 사설이었다. 이것들은 '없는 사람은 능력이 떨어지고 의지도 약하고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아주 밑에 깔고 흰소리를 지껄이고, 지들 추한 짓거리가 폭로되면 '개인의 존엄성과 사생활을  무시하는 짓'이라고 게거품물고 덤벼들면서 없는 사람들은 사람취급도 안하고 자기들 멋대로 막 한다.

사설 제목부터 이건 인간 말종들이나 할 짓이다.

"엄마, 살려줘, 죽기 싫어" ,  "엄마, 살려줘 안 죽을래… 살래…"

그 네 모자들의 마지막 장면만 떠올려져도 가슴이 소스라치게 놀래지고, 아이들이 애원하는 모습과 엄마가 애를 집어 던지는 모습을 머리 속에서 털어내려고 소름치면서 사래질하고 있건만 이 인간들은 무슨 심보로 사설 제목이라고 턱 올렸냐?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옆에 있던 동료도 그런다.
"형, 요새 난 잠도 안와요. 그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치고 아이하고 그 엄마 생각땜에 잊으려고 머리를 막 흔들곤 해요."  
"그건 네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세상이 생지옥이란 걸 네가 본능적으로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래."

조선, 중앙일보 사설쓰는 것들이 '그래, 여기가 지옥이다!'라고 얘기하려고 그런 제목을 붙였겠나?  아니다. 아이들이 애원하는 모습만 뽑아내 그 엄마를 악마처럼 연상시키고 '잘못은 그 아이들이 잘못 만난 「비정한 엄마」에게 있다'란 결론이 제목에 이미 내재하고 있다. 이것이 소위 잘 나간다는 신문들의 편집 노하우다. 이것들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도(道)를 넘어 촌철살망인(寸鐵殺亡人)까지 간 개망나니들이다.

조선, 중앙일보의 사설 내용도 거의 똑같다.
어줍잖은 인명존중을 내세워서 죽은 엄마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그 엄마의 심리를 '병리현상'으로 분석하고 아이들도 독립적 인격체임을 주장한다.

조선일보 사설부터 보자.
과연 조선일보다!

"이 주부의 생활고가 오죽 절망적이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동정심보다는 '마음의 황폐'를 먼저 개탄하게 된다. 이 어머니는 자기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서 당할 고통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극단적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러나 그런 심리는 자녀를 하늘에서 생명을 받은 독립적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유물이나 부속물쯤으로 여기는 '병리현상'일 뿐이다"
(나는 이 글 쓴 놈이어야말로 인간불신에 싸여있는 정신분열자의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본다. 그 이유를 나중에 설명하겠다.)

그러면서 이 엄마의 행위가 '용서받을 수도 없는 엄연한 살인 범죄'임을 판결한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떤 책임이 있는가?

"그렇다고 그늘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계층들을 받쳐줄 국가적 제도적인 안전망이 탄탄한 것도 아니다. 뒷걸음질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그 보완을 엄두조차 내기 힘든 형편이다."

결국 사회에 기대하지 말고 알아서 자기 살길 찾으란 결론이다. 있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니깐.....
(그러나 이 사설의 원래 의도는 혹시나 네 모자 투신자살로 불어올지 모를 '사회복지 예산 늘리자'는 여론에 미리 초치자는 저의임을 나는 확신한다.)

중앙일보 사설을 보자.
양심은 쬐금 있는지 없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살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사회적 구난체계'를 확립할 것을 촉구한다. 그런데 지 버릇 개 못주고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 그 탓을 '그럼에도 정치권은 어려운 민생문제는 도외시한 채 신당타령'하는 개혁신당 추구세력으로 돌리며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제 논에 물대기한다. (수구정당은 책임없는겨? 수구정당에게는 애당초 기대 안하는겨?)

내 주장은 이렇다.
처지가 다르면 주접떨지 말고 나서지 말란 말이다.

카드빚 2000만원 때문에 목숨을 끊는 게 얼마나 인명경시 풍조인가!
이에 반해 일전에 벤쳐 투자한다고 1조억 사기대출 받고 외국으로 튄 일당들, 부정축재하고 부실기업 만든 후 안 게워내고 보란 듯이 골프치고 다니는 인간들 모두가 얼마나 자기 생명을 존중하는가! (그렇지, 빚 갚으려면 건강이 우선이지.)

누가 죽은 엄마에게 돌을 던지냐?

은행이 부실채권 회수하고 국민에게 공적자금 돌려주려면, 빚을 못갚아 가족의 생명으로 대신한 죽은 엄마와 애들을 기리고 열녀문이라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

아파트값 올라서 앉아서 몇억, 몇십억 벌었다고 희희낙낙하는 년놈들이 평생 자기 집 가질 꿈도 못꾸는 사람들에게 책임없다고 할 수가 있냐? (그 때만 이런 치들이 사회 탓한다.)
  
아이들은 독립적 인격체라고?
(줏어 들은 것은 있어 가지고....)
조선, 중앙일보 같은 치들이 보는 독립적 인격체란 이런 것이다.
그것들이 벌이는 '소년소녀 가장 돕기' 캠페인을 보면 안다.
소년소년 가장들이 가정과 생계를 책임지는 게 얼마나 장한 일이냐며 상도 주곤 한다. 사실 그 어려움도 못참고 사회탈선하는 종자부터 낙오자인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년소녀 가장이란 것부터 희안한 발상이다.
아이들이 돌봐주는 사람과 시설없이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6.25때 전쟁고아들 얘기 말라. 지금도 금요일 아침마당에 이산가족 찾으면서 "형, 그 때 왜 나 버렸어?"하며 울고불고 난리다. 그 때는 없이 살아도 서로 돕고 사는 '촌티나는 공동체'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었지만 지금은 공동체가 해체된 '선진사회' 아니냐! 아이들이 거리에 나가면 등쳐 먹으려는 년놈들 투성이다. 사람을 탓하는게 아니다. 사회가 그렇다는 것이다.

죽은 엄마는 소년소녀 가장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았을 게 확실하다. 그 주변에 그런 아이들이 참 많다. 처자식들이 능욕당할까봐 죽이고 간 계백장군도 있다.
네 놈들은 계백장군은 (이율배반적인 너희들과 다르지만 표면적으로는) 기리고, 죽은 엄마는 왜 매도하냐?
계백장군도 잘 했고, 죽은 엄마도 잘 했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가당찮은 것들이 자기 이해와 처지에 따라 멋대로 해석하는 게 더 추악하고 혐오스러울 뿐이다.
  
처지가 같은 사람들만이 그 사람들을 진실로 이해하고 대안을 찾아낸다.
그 죽은 엄마에게 빚독촉한 게 재벌놈 카드회사인가, 아니면 같이 없으면서도 받을 생각없이 돈 융통을 해 준 이웃들인가?

내 주변에 모두 그런 사람들이 부딕끼며 살아 가고 있다.  
우리의 피눈물을 함부로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글 처음에는 사실 부평 이야기 하려고 했다.

조선, 동아일보!

당신들이 줄곧 씹어대는 소위 '청와대 386'만 운동권 아니다.
지금도 운동권들이 어렵게 살면서 그 엄마가 살았던 가정동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살고 있고, 그 엄마와 애들이 죽은 산곡동 아파트가 예전에 LPG가스통 제조공장일 때부터 공장에 다니고 있다.(삶의 터전이 죽음의 터전으로 바뀐 셈이다.)

당신들이 생지옥이라 보는 데서 우리는 미래의 대안을 일구어 낼 것이다.
  
(홧김에 회사서 게시판을 열어 놓은채 글을 썼는데, 올리는 중에 다 지워져 버렸다. 쓴 것 다시 쓰려니 얼마나 고역인지, 게다가 가슴이 진정되니 글발이 안 서진다. 써야겠다는 억지 마음에 욕만 나오는 글이 되었는데, 나도 냉정하게 사건을 분석할 줄 안다. 나중에 다시 쓰겠다고 게시판에 약속을 해야지 마음에 구속력이 생겨 쓸 것 같아 이렇게 사족을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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