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1. 교장실에서 한 시간여 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주로 많이 듣고, 조금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그 조금 드린 말씀을 당신께서는 소화하시기 힘들어 하셨다.)

...............................................................


# 2.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나는 이틀간 휴가(병가)를 냈다.

늘어난 인대보다는 비틀어진 마음때문에..



# 3.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교육청별 배구대회에서 우리 학교는 지구별 우승을 해서 최종 결승리그에 진출했다.첫 경기에서는 감격적인 역전승을 했다. 그 다음은 준결승전.. 결국 다 나은 줄 알았던 인대에 무리가 온 것이다. 다 이긴 경기를 아쉽게 놓쳤다. 결국 나는 그 날 이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학교 구석 구석을 누비고 있다.


## 하지만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교장선생님은 나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순시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거니시는 걸 좋아하는 교장선생님은 유독 우리반 앞에 서성거리신다.

그럴때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좋은건가', '안목이 좀 있으신거지' 이렇게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지난 주 월요일에는 창문 너머에서 한 몇 분간 움직이지 않으신다.

내가 교탁에 기대어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장면 때문인 듯 싶다.

굴하지 않고 수업을 했다.

(발목이 아파서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 시간에는 그 어떤 누구도 신성한 수업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아! 이게 오늘 교장선생님과 만나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런데 그 자체가 문제란다. 감히 교장선생님이 계신데 어디 선생이 버르장머리 없이 자세를 고치지 않느냐는 말씀이셨다.)

<나는 그 순간이 아이들과 호흡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순수하게 내 생각을 말씀드렷다 >




# 5. 교장선생님께서는 원통하신가 보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면서 나를 책망하신다. 아니 우리 시대를 책망하신다.


그리고 내가 당신의 건강을 헤아려 말씀을 많이 받아들이고나니,

이내 내게 군사학 강의를 시작하신다.




군대에 다녀온 나 보다 군대 조직의 생리를 잘 아시는 듯 싶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중대장이나 대대장에는 역시 만족하실 수 없으신가 보다. 사단장과 교장은 동급이시라는 듯 싶다. 당신의 말씀을 들으면서 새삼 유쾌하지 못했던 군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땅의 교육이 왜 이토록 끔찍했던 군대와 비슷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말씀 내내 박노자씨를 생각해봤다. 그 양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건낼까 ^^*

(나는 군대가 참 싫었는데, 당신은 군대를 무릉도원 너머의 꿈의 공간으로 생각하신다..)



# 6. 결국 긴 설명끝에 교장선생님께서 화 나신 이유를 알았다.

당신이 쳐다 보는데 아직 4개월도 안된 이등병 나부랭이 (신규)가 그냥 그대로 수업을 하는 것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라고..." 그것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참히..


그랬다. 당신께서 살아오신 길을 비추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당신은 진정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다.

흥분하시면 안되실텐데 말씀 내내 나는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많이 무딘 편이라는 걸 새삼 느꼈고..




# 7. 오늘 나는 말씨와 태도는 최대한 부드럽되,꼭 해야 할 말은 하는 방식으로 당신을 만났다.

그럼에도 꼭 드려야 할 말씀은 드렸다.

그래서 비록 시간은 많이 늦어졌지만.. 당신과 나는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것 같다. (나만의 오해는 아니겠지..)


수업시간에 대한 생각, 그리고 교직 생활에 임하는 자세 등등 학교 생활 전 반면에 대하여..


하지만 나는 미운 털이 많이 박혀있는 듯 했다.

그래도..교대 교수들과 많이 부대꼈던 경험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최대한 일방적으로 하시는 말씀을 다 듣고, 찬찬히 내가 해야 할 말씀만 드렸더니..

당신께서도 목청을 낮추신다. ^^*



그리고 교장선생님 건강도 헤아려드렸더니 당신께서는 꾀나 긴장하신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느냐'는 그 짠한 눈빛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지닌 그 이상한 느낌으로..)



### 팽팽하게 맞설 대상이 있고, 찬찬히 달래면서 마주서야 할 사람이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사실 교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그렸던 상황 시나리오가 제법 많이 맞아 떨어졌다. 덕분에 당신의 순간 순간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면서 독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당신 이야기처럼 나는 군대에 다시 입대한 건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런 일들은 분명 바보짓거리 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는 군대가 아니라 학교다.

나는 학교이기 때문에 일련의 실험들이 계속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거울을 비추듯 내 마음을 당신께 비추어 보는 연습을 했다.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안 좋은 기분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듯 싶다.


서로 "잘 해 보자! " 라고 이야기를 했다.

한데 당신과 나는 그 잘 해 보는 대상이 약간은 다를 듯 싶다.

하지만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울 때는 세우겠지만,

부드럽되 지킬 것은 꼭 지키는 방식으로 당신과 마주서고..




당신에게 시집을 건내고 싶다.

마음을 열어주는 ..


그로 인해 막내(당신의 표현대로)와 대빵이

진정 더불어 한 길 갈 수 있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85 그럼요..지금도 사과가 예쁘게 달려 있지요..아직 작지만요.. 이행순 2003.07.08
2984 그대 그릇은 천년을 살았으면 합니다 전혜련 2003.07.08
2983 참 좋은 인연입니다 옹기나라 2003.07.07
2982 짜투리웃음 짜투리 2003.07.08
2981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14 조원배 2003.07.08
2980 아첨과 기회주의 육체노동자 2003.07.08
2979 내 생애 첫번째 메일 1 혜영 2003.07.08
» 학교를 위한 군사학 세례를 받고.. (생각이 다른 당신과 마주서며) 레인메이커 2003.07.09
2977 사람이 소중하다. 2 연꽃 2003.07.11
2976 해외유학이나 어학연수가려는 나무님은... 1 이승혁 2003.07.11
2975 신문 이름을 바꾼 아이들의 힘 ^^* 2 레인메이커 2003.07.11
2974 [내가 읽은 시] 벚꽃이 진 자리에 1 장경태 2003.07.11
2973 무엇을 좋아한다는것은.... 2 연꽃 2003.07.12
2972 村老의 아름다운 삶.. 5 이한창 2003.07.13
2971 우리 오빠 4 신복희 2003.07.15
2970 반가워요. 소나무 2003.07.15
2969 엄마의 편지 1 연꽃 2003.07.15
2968 뒷자리 레인메이커 2003.07.16
2967 어디 놀고 있는 노트북, 없나요? 박경화 2003.07.16
2966 내 의식의 나무는 어떻게 가지를 뻗고 있는가? - 조정래 산문집을 읽고 2 주중연 2003.07.16
Board Pagination ‹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