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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6.05 02:48

박기범 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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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늦었습니다. 진작에 알려야 하는데....
더불어숲에서 모아 주신 이라크 어린이 돕기 성금은 잘 전해 드렸습니다.

박기범 님은 다친 데 없이 무사히 잘 돌아왔어요.
그리고 5월에는 전국 도시 여덟 군데를 돌며
이라크 이야기를 전해 주었어요.  
6월 중순에 다시 이라크로 간다고 해요.
이라크에서 총성은 멎었지만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하네요.

박기범 님은 한국이라크평화팀 사람들과 함께
이라크에서 난민구호 일을 하겠다고 해요.

지금 이라크에는
세계 각국에서 구호단체들이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전쟁 전부터 들어와 있던 단체는 한국이라크평화팀밖에 없다고 하네요.
전쟁 전에 들어와 있던 인간방패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
모두 각자 자기들 나라로 돌아갔구요.
그래서 전쟁 전부터 전쟁 중, 전쟁이 끝난 뒤까지 모두 있었던
한국이라크평화팀에게 미국의 구호단체들이
어떻게 구호활동을 시작할지 물어보러 올 정도라고 하네요.

이라크에 정부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
구호단체들도 누구하고 상의해서 구호활동을 시작할지 막막한 거지요.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부당한 일들이 생겨나고
구호물자가 제대로 나눠지지 않기도 하고
그 난리통에서도 부정과 부패가 생기나 봅니다.

병원도 다 부서져서 의사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 줄 병원이 몇 안 된다고 해요.
또 워낙 다친 사람이 많아서
그 안에서도 힘있는 사람들이 먼저 치료를 받게 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일지도 모른 채 차례를 기다려야 하구요.


박기범 님을 비롯한 한국이라크평화팀(이하 평화팀)은
커다란 구호단체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
그들이 전쟁 전부터 알고 지낸 바그다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그들과 의논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고 한대요.

박기범 이라크 통신팀이 그동안 모은 돈은 4천만원이 좀 넘는다고 해요.
평화팀은 그 돈으로 조그만 간이 병원을 차려
자원봉사를 원하는 이라크 현지 의사들과 힘을 합해
이라크 안에서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치료를 도울 생각이라고 해요.  

병원도 우리 나라 병원 같은 번듯한 병원이 아니라
뭐 야전 병원 같은 거겠지요.

물도 없고 그나마 있는 물들은 더러워져서 병원균이 득실댄대요.
마을을 날마다 소독하지 않으면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을지 모른다고
그곳 의사들이 경고하고 있대요.
그래서 평화팀은 병원도 병원이지만
마을 청소를 돕는 일과 사람들에게 위생 교육도 해야 한답니다.

지난 5월 23일에는 박기범 님이 광명 평생교육원에서 이라크 보고회를 했어요.
저도 가서 보았어요.
지치고 슬픔이 가득 배인 모습...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며
힘들게 이라크 소식을 전하던 박기범 님.

사실은 아무탈 없이 돌아와 준 것만도 고마운데
저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타박만 했습니다.

"언제쯤 돌아올 거야?"
"적어도... 석 달은 더 있을 거에요."
"몸도 시원찮은 게.... "
"그래서 이번에는 줄넘기도 챙겼어요."
"부채는?"
"네. 챙길게요."
.
.
.

아래 글은
박기범 님이 광주에서 보고회 한 걸 보고 어느 분이 쓰신 것인데
제가 퍼왔습니다.
보고회 이야기는 이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 안에 말이 박기범 님이 한 말이네요.
  
**********************

"제가 드릴 이야기는~요.....
전쟁이야기이긴 한데요.....
뭘 얘기해야 될지....
인제 시작인데...
어떡하지..... "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떠올리기도 싫었다.
그 악몽같은, 자기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조각조각 파편같은..
그는 아주 힘겹게 아주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라크에서 만난 아이들, 두고온 아이들, 순박한 사람들, 잘 웃는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
왜 그사람들 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해야하는지...
그저 먼 나라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들을텐데...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

그는 울고 있었다.
그의 큰 눈망울속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티그리스강변에서 데이트하던 두 손을 꼭잡고 있던 연인이 죽었어요.
우리에게 낌을 팔던 할머니가 죽었어요.
일 나간 아빠를 기다리며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죽었어요.
아이에게 먹일 곡물을 주우러 간 엄마가 죽었어요.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였어요.
그렇게 잘 웃던 사람들을.... "

그는 아픈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저는 다시 이라크갑니다.
소꿉 인형 선물 받으면 좋아하는,
아빠에게 안기길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처럼 똑같이 꿈을 가지고 있는 그 아이들 곁으로 갑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사 겁이 납니다.
폭탄이 떨어지는 속으로 들어갈때도 겁나지 않았는데 이제사 겁이 납니다.
다시가면 내가 밥을 먹었던 그 집은 그대로 있을까?
손을 잡고 걸었던 그 길은 골목은...
내가 기억하던 아이가 어디가 잘리고, 어디가 깨졌는지...
그 사람들이 살던 삶의 자리가 아떻게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그 사람들은 분명 다시 일어섭니다.
스스로 일어서는 힘이 있습니다.
그네들은 그네들 나름대로 견디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그들의 자리를 청소해주고, 곁에 있어 줄래요.
내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거예요.

반전운동이 평화운동이 뭔지 모르겠어요.
목숨을 살리는 일, 목숨을 가지고 있는 자끼리 서로 어울리며 사는것이 평화 아닌가요? "

그는 낮은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크고 강했다.
모든이의 가슴을 울리고도 남았다.
그의 작은 몸짓에 우리는 모두 흔들렸다.

"전쟁은 미국과 영국만이 일으킨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꾸만 더 갖으려고 하는 우리 마음이,
지금도 충분한데 더 넓은 평수를 지니고 싶어하는 우리 마음이
전쟁을 일으키고 힘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거라 생각해요. "

정말 그랬다.
우리 속에 들어있는 욕심이 서로 싸우게 하고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우리의 박기범은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터벅터벅 걸어 나가는 그의 뒷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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