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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안녕하세요?

주민등록 실명이 명숙으로 돼있는 이해인 수녀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오니 집이 새 단장을 했군요.
꽃샘 바람 부는 봄이 오는데...마음은 아직 춥기만 하네요.
다들 건강하십시오. 여기에 근래에 쓴
추모시 하나 올리면서 기도 안에 함께 합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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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님들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이니

-대구 지하철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에게

이 해 인 수녀



매화 향기가 봄을 재촉하는 2월18일 오전
봄과 같은 설렘으로 길을 나섰다가
1079호,1080호 전동차에서
불의의 참변을 당한 그리운 님들이여


눈에 익은 환한 웃음
귀에 익은 정겨운 음성
결코 잊지 못하는데
지금은 어디에서 울고계십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당장 살려내이소'

까맣게 타버린 전동차 보다
더 처참한 슬픔 속의 유족들이
애타게 오열하는 소리로
대구는 온통 눈물 바다입니다

갑자기 덮쳐오는 불길 속에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숨도 못 쉬는 어둠 속에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싶었을까요

정말 죄송해요.정말 부끄러워요.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먼 곳의 적이 아닌 가까운 우리가
님들을 죽였습니다
님들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입니다

잘 가라는 말, 안녕이라는 날
차마 쉽게 할 수 없어
우리는 내내 울기만 합니다
밤에는 잠들지 못합니다

말 대신 마음을 전하는
한 송이 국화와 애도의 촛불이
전국민의 기도임을 알고 계시지요?

고통 속에 일그러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예수님의 모습
우리의 죄 때문에 희생당한
예수님의 모습이 님들의 모습이군요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가 힘과 지혜를 모을게요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깨어있을게요

님들의 육신은 타버렸어도
남기고 간 사랑은 사라지지 않을거에요

문이 잘 열리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어둠이 없는 밝은 곳에서 환히 웃으세요
대구의 앞산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사랑을 드립니다. 안녕히!

(2003.3.2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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