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블로그에 수천개 서평·글실어
일·앞으로의 삶 등 미래준비에 큰힘
헤럴드경제 2014.09.16 | 허연회 기자
정양호(54ㆍ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에너지 시장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토대로 나라 전체 전력공급의 기본 계획을 세우는 일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일이다. 그가 맡은 업무 역시 딱딱하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정 실장은 지난 2008년부터 수년간 함께했던 취미 생활만은 버릴 수 없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열정이 없다면 쉽게 포기하고마는 ‘독서’와 서평 쓰기다. 그는 다양한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글 읽은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에 꾸준히 올려 왔다. 6년여간 그가 읽었던 책의 분량은 무려 1100권. 정 실장은 ‘예스24’를 통해 꼬박꼬박 자신의 서평을 올려 파워블로거가 됐다. 서평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상을 적기도 했다. 이렇게 6년여간 올린 글은 4000여건에 달한다. 열정이 통한 때문일까. 그의 블로그(http://blog.yes24.com/cyhyes24)는 하루 평균 3만여명이 방문하고, 누적방문객이 760만명에 이르는 인기코너로 자리잡았다. 틈만 나면 책을 읽는 그는 2~3일에 한 권의 책을 독파할 정도로 책벌레가 됐다. 정 실장에게 독서에 빠진 이유를 물었다.
“에너지 쪽에 빠져 일을 하다 보니 제 스스로 아집이 생기더라구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귀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책에서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정 실장이 독서광이 된 또 다른 이유는 은퇴 후 어떤 인생이모작에 대한 고민과도 무관치 않다. 노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책이 길을 찾아줄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파워블로거로 만들었던 책 3권만 꼽아달라는 주문에 정 실장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저), ‘3차산업혁명’(제러미 리프킨 저), ‘강의’(신영복 저)를 지목했다.
엄청난 양의 독서는 그를 산업통상자원부의 ‘상식박사’로 만들었다. 얼마 전 산업부가 내부 행사로 진행했던 퀴즈 골든벨에서 정 실장은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그에게 책을 통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느냐고 또다시 물었다. 그의 대답은 지체없었다.
“스마트 그리드나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어 미래에 우리나라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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