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곽탁타의 나무심기
이은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2014.08.29
어느덧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봄에 심은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필자처럼 집안의 화분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무를 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773~819)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駝傳)`은 정원사 곽탁타의 이야기이다. 곱사병을 앓아 허리를 굽히고 걸어다녔기 때문에 그 모습이 낙타와 비슷한 데가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탁타`라고 불렀다. 그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잘 자라고 열매도 일찍 맺고 많이 열었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대답하기를 "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아 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가고 난 다음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가 없다. 그 결실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일찍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가 없다.(신영복 `강의` 돌베개(2005), 515쪽)"
곽탁타의 나무심기는 `나무의 천성에 따라 잘 심는 것`과 그 이후의 `버려두기`의 구분과 그에 따른 충실한 이행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도 쉽지 않지만 후자 역시 쉽지 않다. 곽탁타는 후자에 관하여 `사랑이 지나치고 근심이 너무 심하여 아침에 와서 보고는 저녁에 와서 또 만지는가 하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살핀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 나무는 차츰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삶에 있어 나무심기는 통상 자녀교육에 견주어지는데, 곽탁타의 나무심기의 지혜는 자녀 교육 외에 직장이나 가정 모든 영역에 적용이 될 수 있다. 자녀 등 가족, 일과 동료, 이웃 등의 천성 내지 지향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게 해야 할 것과 그저 지켜보아야만 할 것을 잘 구분하고 그에 따라 충실하게 노력해서 인생의 가을에 좋은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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