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
협력과 호혜의 협동조합…청년들의 새로운 선택지
‘제2회 청년 협동조합 콘퍼런스’ 열려
이 시대의 대다수 청년은 승자가 없는 모순된 게임을 하며 살아간다. 성적이 좋아 명문대에 가더라도 힘든 취업의 관문에서 좌절을 맛본다. 청년들이 마주하는 고달픔은 ‘효율’과 ‘경쟁’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미 난 길을 아주 조금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 길을 찾아내도록 조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말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청년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길을 통해 미래를 모색해보는 ‘제2회 청년 협동조합 콘퍼런스’가 열렸다. ‘협력’과 ‘호혜’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이 청년들의 미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사진)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외면한 다양한 ‘관계’들을 협동조합 개념을 통해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그간 우리는 효율과 경쟁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개인주의화한 나머지 다양하고 유익한 관계들을 외면하고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공동체에서의 협력과 호혜성과 같은 유익한 ‘관계’들이 복원돼야 하고, 이럴 때 여러 생각이 어울려 새로운 길을 트는 동력이 생길 거라고 강조했다.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은 청년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주인의식을 들었다. 높은 직무 스트레스와 직원 개인의 다양한 욕구가 상충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에선 이러한 생각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종업원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의 지향점을 함께 설계하고 달성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존의 경쟁원리에 익숙한 기성세대에 비해 이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운 청년들이 협동조합 창업과 운영에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행사는 협동조합 관계자와 청년 협동조합 창업자, 그리고 협동조합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협동조합 기업에 대한 관심 때문에 참석하게 됐다는 오수지 학생(성공회대 경영학부)은 “협동조합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서 탈피해 협동조합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과 마음가짐 등을 이야기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임대아파트에 꽃씨를 뿌리는 사람들
<동네 안에 국가 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이 올봄 출간한 책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국정을 경험했던 그가 기초단체장으로 1000일을 재임한 뒤 ‘동네 안에 우주의 총체가 녹아 있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국가의 축소판인 마을과 동네에서 현 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먼저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강원도 원주시 토지문화관에는 마을과 동네에서 대안을 찾는 사람 30여명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마을형 사회적기업 설립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이었다. 엘에이치와 함께일하는재단은 2010년부터 엘에이치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중심으로 12곳의 지역에서 마을형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활동가들로부터 듣는 임대아파트의 현실은 참으로 삭막했다. 대부분의 임대아파트에 임차인 대표 회의나 부녀회가 없다고 했다. 정주의식이 없는 주민으로 가득 찬 아파트단지라니.
그런 곳에서 마을형 사회적기업을 일구는 이들은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사람들이다. 주민의 공동체 관계를 강화하고, 주민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적기업의 경제적 자립도 확보해야 하기에 그렇다. 무모해 보이는 시도이기에 이날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사정을 토로했지만 해결의 단초는 쉬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음날은 다 같이 협동조합의 메카 원주시를 둘러봤다. 원주협동조합 운동의 산실인 밝음신협 4층에 올라갔을 때 벽면의 액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시민여상(視民如傷), 즉 ‘민중 보기를 상처 입은 사람 보듯이 하라’는 맹자의 문구로, 원주에 협동조합의 씨앗을 처음 뿌린 고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의 글씨였다.
1960년대부터 ‘고리채로부터 농민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 ‘만민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등 지금도 울림이 큰 외침을 수십년간 실천에 옮긴 장일순 선생이 아닌가.
그런 선생이 성인의 문구로 자신을 늘 경계했다는 설명에 활동가들의 시선이 그 벽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자신의 마을마저 부정하는 임대아파트 주민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그들의 도전이 언젠가 꽃을 피울 튼실한 씨앗이길 바란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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