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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단에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김애란이다. 1980년생으로 갓 30을 넘긴 어린 작가인데도 그의 글은 삶의 애환을 질질 짜지 않고 유머로 너스래를 떨고 딴청을 핀다.

정말 슬픈 것은 통곡이 아니다.
통곡보다 더 슬픈 것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고 그보다 더 슬픈 건 아무 표정 없는 멍한 모습이고 그보다 더 더욱 슬픈 건 하늘을 보고 하하 웃는 모습이다.
김애란은 어린 나이에 그것을 알고 있는 작가다.

이번에 장편 신작인 『두근두근 내 인생』이란 소설 속에서 열 일곱 나이에 늙어 죽는 희귀한 병을 앓는 소년의 얘기다. 소설 속에서 이 소년은 자신 때문에 병원비에 허덕이는 부모의 궁핍함을 덜어주기 위해 TV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소년을 인터뷰하던 젊은 방송작가의

“늙는 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니?”

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그럼 젊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에요?”

라고 되묻는다. 소년의 물음에 방송 작가는 대답을 못한다.

거기에서 김애란의 젊음의 한계가 드러난다.

만일 나에게 늙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니? 라고 물었다면 난 수십 가지도 넘게 대답했으리라.

‘엄마도 이랬겠구나.’란 생각에 자주자주 가슴 아프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엄마 혼자 감내해 냈을 것들에 슬프고 안타깝고 화까지 지는 것.

청국장 냄새를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즐겨 먹게 되는 것.

나물을 먹게 되고 채소를 먹고 건강식을 챙기게 되는 것.

영양제와 먹는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

병원을 찾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

문득문득 치매가 아닌가 걱정 되는 것.

제발 치매가 걸려 죽지는 않게 해 달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하는 것.


아이들 장래의 걱정이 잦아지는 것.


자주자주 말을 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잊어버리는 것.

물건들이 대부분이 지시대명사인 ‘이것’ 아니면 ‘저것’ ‘그것’으로 이루어지는 것.

비슷한 단어를 치환해 쓰는 것, 예를 들면 AS를 ARS로 신용불량을 신종 인플루엔자 등.

이해심이 점점 없어지고 사소한 것에 쉽게 노여워하고 서운해 하는 것. (젊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이해심과 포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님.)

공간 지각력이 더욱 약해져 툭하면 물건에 부딪히고 넘어져 무릎에 상처와 피멍이
가실 날이 없게 되는 것.

더 이상 마른 꽃을 좋아하게 되지 않는 것.

더 이상 가을을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

석양에 물든 장엄한 하늘이 쓸쓸한 것.

문득문득 자신이 맞을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

내가 얼마나 살고 내가 죽을 때 아이들의 나이는 얼마가 될까 계산하게 되는 것.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 (젊을 때엔 피곤해도 하루만 쉬고 나면 거뜬해 질 수 있었으나 나이가 들면 회복에 시간이 점점 더디어짐.)

손톱이 얇아져 부러지는 것.

골다공증으로 넘어지는 것을 무서워하게 되는 것.

눈물이 많아지는 것.

마음과 몸이 나약해 지는 것.

나약한 자신에게 자주 화가 나는 것.

젊음을 부러워하게 되는 것.

내가 없는 다음에 세상을 생각하게 되는 것.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되는 것.


기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늙기 전엔 절대 젊음을 알 수 없는 것.

늙는다는 느낌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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