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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라도 가파도 우도

갑자기 제주도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가는 길에 마라도를 한번 가보고 싶었다. 부지런히 네이버에게 물어 길을 찾아 나섰다. 제주공항에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고 다시 모슬포 항으로 갔다. 어쩐지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았다. 폭우에 잠긴 서울과는 다르게 해가 내 비치고 있었고 바람이 선선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선착장에는 마라도행 배는 결항이라는 쪽지가 나붙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배가 뜰 것 같다고 대답을 해주더니....벌써 다섯 번 쯤 된다. 마라도 선착장 앞에서 거절을 당하는 일이....겨울 가을 봄을 다 겪어보아서 여름은 괜찮으려니 했었는데....어쩔 수 없어 그냥 가파도를 가기로 했다. 사실 가파도에 관해서는 미리 공부를 해놓지 못했는데....갑판에 보이는 사람만 20여명 정도 된다. 제주 올레 10-1 코스로 만들어진 가파도를 걸으려 가는 사람들과 낚시 꾼들이다. 가는 길에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망망대해이지만 멀리 육지가 보이니 그래도 희망은 있는거다. 하멜이 바로 이곳에서 표류해서 송악산아래 용머리해안으로 들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잠시 어지러워서 사진찍기를 멈추게하던 큰 파도들이 몰려왔다. 눈감고 10분 정도 지나가니 드디어 섬이 보이고 가파도가 나타났다. 무사히 선착장에 닿았을 때 내리지말라는 방송이 나왔다. 풍랑 주위보가 내려서 이 배로 곧바로 되돌아가야 한단다. 으앙,

결국 마라도 해물자장면도 못먹어봤고 청보리가 아름답다던 가파도 땅도 못걸어보고 다음을 또 기약해야 했다. 다시 서귀포로 가서  월드컵 경기장 옆에서 해물자장면을 먹으며 스스로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먹는 자장면인데라며.... 초점을 다르게 맞추었다.  마라도 다녀온 사람들은 제일 먼저 원조 자장면집 얘기를 한다. 매스 미디어의 광고 효과다. 내가 지금 먹고잇는 이 자장면이 마라도에서 다시 배달해 온 철가방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재미도 있고 맛도 잇었다. 바다끝에서 마라도와 서귀포를 잇는 밀가루 줄기만큼 긴 자장면 면빨을 즐겁게 먹었다.

하염없이 털털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성산포로 갔다. 한낮에 정류장마다 서며 가는 시외버스는 한시간 반이 넘게 달려 겨우 성산포에 데려다 주었다. 그냥 아까운 시간 중 하루는 바다의 끝에 가보고 싶었다. 우도는  내게는 익숙한 곳이다. 친구들과 함께 잠깐 다녀왔던 그 등대 언덕의 바람이 그리워서 혼자서 다시 찾아갔던 곳이다. 우도의 동쪽 끝 비양도에는 그때 만난 사람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을  닮은 부부가 살고 있다.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나무로 책상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때 처음 말을 트며 친해진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휴가철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도항선 앞에는 하루에 605대의 자동차만 입항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6시 반 막배를 타고 들어가서 마을버스를 타고 비양도로 갔다. 스코트 니어링은 왜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선착장까지 마중 나갔을텐데...라며 반긴다.

그곳에서 바람에 먼저 눕는 풀들을 바라보았다. 화산석 사이로 솟아오르는 흰거품도 익숙했다. 처음 이곳엘 왔을땐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예 이사를 와버릴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일년에 하루 이틀이라도 이곳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기쁨을 충분히 누려보려고 한다.   답답할 땐 언제나 바다를 보고오면 좀 나았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단 하루저녁이었지만 남쪽 끝 마라도를 대신해서  동쪽 끝 비양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 모든것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 무리를 해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 서울이다. 아직 비가오고 있고 뿌옇고 어둡다.  새로운 걱정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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