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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21:10

주몽의 활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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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주몽님께서 고민하신 화두로 머릿속을 채우며 저 역시 많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저의 성격이 꼴값을 떤다고, 한 번 생각을 했다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어제는 남친과 「반도체 소녀」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허필두님의 얼굴도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한 4년 만인가요? 그 정도 됐을 것 같아요. 4년이 지나도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없어 반가웠습니다. 뒤풀이를 못 간 것이 아쉬웠지만 제가 이제 술을 마실 수가 없어 다른 분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각설하고,
주몽님께서 고민하신 부분입니다.

「행동하는 지식인,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양심
그 분들의 화합이 안된다는것이 이해가 안갑니다.
솔직히 묻고 싶은 것이였거든요.

그럼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희생하고 행동 한다는
그런 결과 인데요.
그래서 정말 희생하고 희생당하는 그런 분들이
아프고 죽을때까지 그냥 그대로 흘러 가는 것인지요?
정말 뼈아픈 질문 입니다.
앞으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 모르는 그런 질문 입니다.
정말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그런말들이 거짓 인가요>?
그럼 이세상에 살만한 가치가 무엇이 있겟씁니까?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그냥 기대어 살기는 싫고
아이들하고 먹고 살아야 하지만 부조리 불합리를 따라갈 수
없는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 합니다.?」

주몽님의 고민의 무게가 진지한 만큼 저도 주말 내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전,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비겁하지요. 솔직히 이제 기운도 없고(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여) 정열 또한 옛날과 같지 않습니다.
저의 짧은 결론은 ‘사람에게 기대를 하지 않아야 살 수 있다’입니다.
기대, 바람, 희망, 배려, 더 나아짐, 이런 것들에 이제 기대하지 않습니다.

어제 반도체 소녀 연극 대사 중에
시위를 하던 여자분이 교수님께
“그날이 올까요?” 하고 묻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그 질문은 저 역시 전에 교수님께 묻던 말이었습니다.
교수님 대답입니다.
“물론 회의가 드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전 사람의 이기심이 있는 한 절대 전 그날이 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연대 안에서 연대를 할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 것이 우리의 진실한 모습입니다.
지금의 김진숙님을 폄하하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자신들이 처한 곳에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지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 산화한 많은 노동자들 역시 용기있는 사람들입니다.
김진숙님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 85호 크레인 위에 올라갔지요.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그것이 본능입니다.

그 본능을 뛰어넘은 사람들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크레인 위에 올라가는 사람들.
행동하는 지식인과 양심 있는 분들이지요.

예를 들면,
신영복 선생님.
고인이 되신 아프리카 성자 이태석 신부님.
이태석 신부님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온 분이지요.

행상을 하시는 이태석 신부님의 어머니께서 아프리카로 가겠다는 이태석 신부님께
꼭 이렇게 가야 하겠냐고 물으셨을 때,

“어머니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마음이 저의 양심이 저에게 그렇게 시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상병 시인, 김남주 시인, 그 외에 민주화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기꺼이 부와 명예와 목숨을 던진 많은 분들……


이렇게 착하게 사신 분들이 복 받으셨나요?

서울대를 두 번이나 들어간 천상병 시인은 고문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돼 평생을 ‘소주 한 병’으로 시를 쓰며 사셨습니다.
김남주 시인 역시 고문으로 자신의 명을 다 살지 못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 역시 황금 같은 20년을 감옥에서 보내셨습니다.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는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 수단에서 병든 이들을 고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다 짧은 생을 마친 이태석 신부님.
그 외 자신의 명예와 부를 던진 양심 있는 지식인들……


주몽의 활님,
소외된 이웃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 있는 지식인, 깨어있는 양심은
선한 사람이 끝내 잘 된다는 믿음을 떠난,
이태석 신부님 말씀대로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기심을 던진 양심 있는 지식인들이
저처럼 평범한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수가 더 많은 사회라면
달라질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덧붙이자면 전, 다시 태어나도
위의 분들처럼 할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임을 고백합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저는 결코 ‘지식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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