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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호(4살), 고규열(11살, 구리( )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감), 고윤선(9살, 구리(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감)
그리고 김한솔(9살, 밀양초등학교 2학년 올라감) 외 너른마당의 아이들

어른들이 신영복선생님 강연 들으러 너른마당 2층에 올라가자,
너른마당 1층은 그야말로 아이들 세상이다.
나는 4살짜리 꼬맹이가 잠이 드는 바람에 2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1층에 남겨진 한명의 어른이다.

* 고규열, 밀양 친구들과 만나다

어른들 여행에 따라와서 자기 또래 친구도 없이 다섯 시간의 긴 기차와 밀양역에서 너른마당까지의 5km의 도보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따라온 규열이는,
급기야 너른마당 1층에 덩그러니 남겨지자 심심하기도 하고 견디기도 힘든가 보다.
너른마당 아이들 노는데 살짝 기웃해 보더니 놀라서 돌아온다.
“아이들 말이 이상해요.”
“왜?”
“사투리 헉~”
그런데 너른마당 아이들은 규열이 말투가 이상하다 한단다.
서울말투와 영남의 찐한 사투리
그걸 이어 준 것은 몸이다.
통통볼이 엮어 놓은 몸놀이다.
공을 주고 받고 하더니 금새 엉겨붙어 논다.
점점 남자 아이들이 모이고,
그리고 여자 아이들도 구경하면서 까르르 웃어댄다.
여자 아이들도 끼어 든다.
금새 너른 마당 1층 방은 운동장이 된다.
추위가 풀렸다지만 그래도 밤추위는 남아 있는데,
아이들은 땀으로 머리가 흠뻑 다 젖었다.
이러다간 이 너른마당 1층이 벽이며 천장이며 문이며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아이들에게 타임! 을 외쳤다. 아이들은 너무나 순순히 몸을 쉰다.
그제서야 통성명을 한다.
“너 몇 학년이가?”
“4학년”
주위에 있던 밀양 아이들이 놀랜다.
“와~! 5학년인 줄 알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커서 규열이가 5학년인줄 알았나 보다.
“나도 4학년인데, 나는 키가 작음. 이상, 끝!”
키가 좀 작다 싶은 아이도 4학년이었나 보다.
이것으로 통성명은 끝났다.
다시 공놀이, 몸놀이는 시작이다.
규열이의 한 마디.
“내가 5학년이라고, 그렇게 늙어 보였나...”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규열이한테 어제 만난 친구들 이름 아냐고 물어봤더니,
규열이는 그걸 왜 알 필요가 있냐는 듯, 그저 심드렁하게 모른다 한다.
그런데 엄마한테 계속 묻는다.
내일 또 너른마당에 가냐고?
내일 또 만나자 했다고.
내일 만나야 한다고.
밀양에서 가장 찐한 연대를 하고 온 사람은 바로 규열이가 아닌가 싶다.

* 윤선이와 한솔이, 그리고 민지의 꽃 같이 예쁜 수다
너른 마당 1층,
왁자지껄 난리통이 되어버린 너른 마당 1층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아이,
김한솔.
어느새 저렇게 아가씨가 되어 버렸나.
밀양에 지난 번 왔을 때, 유치원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 봤는데,
한솔이는 자기를 빤히 바라보는 나를 한 번 무심히 보더니
여자 아이들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려와서, “세림이 부탁한데”
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예!” 한다.
한솔이는 외동이라서 동생이 없는데,  
아까부터 여자아이 한 명을 안고, 얼르고, 웃겨주고, 놀아주고 하는데,
그 아이가 세림인가 보다.
세림이라는 여자아이는 한솔이 언니한테 꼭 붙어있다.
얼마나 잘 놀아 주는지, 아마도 엄마가 와도 안 따라갈 눈치다.
세림이와 세림이를 돌보는 한솔이, 그리고 둘러싸고 있는 여자아이들이 까르르 까르르 재미있어 못 산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외동인 한솔이를 이렇게 어엿한 언니로 만든 것이
이 너른 마당이구나 싶다.
사실 기차 안에서부터 윤선이에게 동갑내기 한솔이 이름을 알려주었던 바이다.
그런데 윤선이와 한솔이는 쉽게 서로 놀아지지 않았다.
한솔이가 세림이 돌보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윤선이는 4살 세림이와 동갑내기인 건호를 돌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건호는 더불어숲 단체사진을 볼 때마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한 사람을 찾는다.
아빠 엄마보다 먼저 찾는 사람은 윤선이 누나다.
이번 밀양 여행에서도 기차 안에서 부터 밀양역에서 너른마당까지 걸어오기까지
건호 옆에서 한결 같이 건호를 돌봐준 사람이 바로 윤선이다.
네 살짜리 아이의 느린 걸음, 그 잡다한 호기심을 넉넉히 받아준 사람이 바로 윤선이다.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건호가 기차에서 똥이 마렵다 하여,
기차 화장실에서 똥을 누이고, 닦이고 하는데 여간 힘드는 게 아니었다.
아마 시간도 많이 걸렷을 것이다.  
그동안 윤선이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번에도 건호 똥 누는 걸 옆에서 보면서 똥냄새 난다고 하기는 커녕
건호에게 얘기시켜주고 휴지 건네주며 나를 도와주던 윤선이였다.
밖에 있던 윤선이가 가끔 ‘건호 다 됐어요’ 라고 묻는다.  
겨우 건호를 수습하고 나왔는데,
그제서야 윤선이가 얼마나 민망했을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화장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던 것이다.
윤선이는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미안하면서도,
건호가 편히 똥 싸라고 크게 말하지도 못하고 “건호 다 됐어요” 물었던 것이다.
윤선이를 보면, 딱 그 엄마다 싶다.
어찌 마음 씀이 그 엄마 딱 닮았나.  
하여튼 윤선이에 대한 인간성은 인간성 좋은 그 엄마도 인정할 정도니까.
나중에 들으니, 한솔이가 밀양에서 그렇단다.
한솔이가 밀양의 윤선이고, 윤선이가 구리의 한솔이다.
강연이 끝나고 마련해 주신 숙소로 갔다.
퇴로리의 마을 회관.
거기에서 드디어 윤선이와 한솔이가 다시 만났다.
윤선이와 한솔이는 그 즉시 단짝이 되었고,
한 이불을 머리까지 둘러 쓰고,
이불 속 친구가 되어 버렸다.
이불 둘러쓰고 일찍 자는가 했더니,
다음 날 아침 들으니, 이불 속에서 한참 얘기하고 놀았단다.  
밀양연극촌을 둘러볼 때다.
한솔이의 밀양 친구 민지가 왔는데,
민지는 그만 너무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단짝 친구 한솔이가 다른 친구의 손을 잡고 있다니!
민지의 허망함이 얼마나 컸던지, 민지는 그 분을 한 동안 이기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외양못에 다달았을 때, 드디어 윤선, 민지, 한솔을 동갑내기 세 친구가 되었고,
셋은 자동차 뒷자리에 조르르 앉아 웃음꽃을 피웠다.
여자아이들의 꽃같이 예쁜 수다!

* 네살짜리 배건빵
신영복선생님 말씀이 이번에 밀양에 다녀오면서 가장 많이 공부한 사람이
네살짜리 배건호라 하신다.
선생님께서 밀양역에 도착해서 영남루, 밀양초등학교, 그리고 너른마당까지 약 5km를 걷자 하셨을 때, 건호가 걸어 갈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기차 타고, 기차 안에서 잠도 안 자고 신나게 놀고 온 배건호는
밀양 분들이 안내해 주신 밀양강변길을 잘도 걸어 왔다.
어른들 무리의 맨 뒤에서 윤선이 누나랑.
그런데 사실 건호는 어른들보다 그 강변길을 가장 잘 느끼면서 걸었다.
밀양강변 길에 그 겨울 다 이기고도 남은 강아지풀을 딴 것도 건호요,
밀양강변 억새 따서 손에 들고 다닌 것도 건호요,
밀양강변 돌맹이 매만지며, 강물에 던져본 것도 건호요,
밀양강변 옆 기찻길 위에 큰 소리 내며 달리는 기차들을 빠짐없이 바라본 것도 건호요,
밀양강변 솔밭의 솔방울 주워 모은 것도 건호요,
밀양강변 잔디밭에 벌렁 누워 옷 가득 풀잎들 뭍인 것도 건호다.
무엇보다 1박 2일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과 손을 꼭 잡은 사람도 건호다.
건호를 손 잡아준 많은 어른들,
특히 건호를 건빵, 아니 건방이라 불러주던 밀양 아저씨를 비롯해서
여러 분들의 손길과 눈길 속에서 밀양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지금 너른마당의 기운을 느끼며 돌아다닌 건호는,
선생님 말씀대로 이번 밀양기행에서 가장 많이 공부한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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