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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컨테이너, 낫, 곡괭이, 삽, 갈퀴, 가마솥, 중고 냉장고와 승합차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필요한 물품들, 거기에다 지목변경을 위한 측량, 건축허가신청 등과 같은 행정절차와 비용, 그리고 끝없이 앞에 놓여있을 자잘한 일들 ……. 빚을 내지 않으면서 형편이 되는 대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당분간 빚에 눌려 살아야 할 것만 같다.
 
이게 옳은지 아주 가끔씩 흔들리기도 하지만, 내 인생의 방향은 분명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야라며 주문을 넣어본다. 지난 늦가을. 나는 인생계획의 순서를 바꾸어 시골에 땅을 장만했다. 그 과정은 복잡함과 신경, 시간과 피로를 동반했으며 될 것 같지 않던 일이 강원도 화천으로 결정이 되어졌다.

서울에서 호구를 건사할 방편을 얻으며 살지만, 서울의 공기와 화해하기 어려웠고, 그 불편함과 ‘화’가, '구질구질하게 정년까지 있지 않겠다'는 오기를 만들어냈고, 그 오기가 나를 공부하게 만들었다. 나와 친해질 수 없는 비인격성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모순이 역설적으로 내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들고, 지금과는 다른 삶을 도전하게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얼마간 서울살이는 새로운 삶의 근거지를 완비해놓고, 소외된 노동이 아닌 창조적인 자유가 가능한 노동으로 전환을 위한 전문역량과 굶어죽지 않을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종의 인생정기적금 기간이 될 것이다.
 
게으르고 게으른 나와 함께 이 복잡한 과정을 해결해나가는 직장선배에게 고마울 뿐이다. 거의 10년 전부터 우리는 늘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직장 생활이 아니라 뒤꼍에는 앵두나무를 심고, 연못을 파 연꽃을 띄워놓고, 강아지와 병아리랑 살면서, 청국장과 막걸리를 담아 찾아오는 이들을 즐겁게 대접해주는 삶을 얘기해왔다. 다만 나의 삶의 모델은 스콧니어링 혹은 정약용 선생의 삶이었고, 그분은 부지런하게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성취하여 남에게 베푸는 자연이 부여한 인간 본연의 삶을 살고자하는 것이었다. 큰 방향에서 보면 다르면서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에,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지원해준다는데 이견이 생길리 없었다. 짧지 않은 세월의 공부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몇 년 동안의 안착을 위한 준비기간이 끝나면 나는 정말 ‘시골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오전에는 노동을 하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강아지와 주변 산과 개울을 탐색하면서 사는 ‘깨어있는 시골사람’, 곧 함석헌 선생님이 말하는 ‘얼을 가진 들사람’ 말이다.
 
그 삶을 위해 지금도 잘해왔지만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 지치거나 낙담하지 말기가 올해부터 새삼스럽게 다지는 내 삶의 결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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