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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더불어숲 신년산행은 성공회대에서 개설 중인 노동대학 동문회인 ‘느티나무’ 여러분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혹한의 행렬이 연일 이어지던 속에 다행히 예년기온을 되찾은 날이라 그닥 춥지는 않았지만 아침 일찍 가볍게 흩날린 눈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지요.

서울역 맞은편 대우빌딩 앞에서 만나 남산 팔각정에 올라서 장충동으로 하산하면서
어떤 분은 ‘산행이 아니라 산책’이라고도 할 정도로 두 시간여 소요된 가벼운 코스였지만
왠지 익숙한 곳들이었기에 각자 자신의 앨범 속 추억을 꺼내보는 시간을 갖는 분도 계셨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잃어버린 동생을 술집에서 마주쳐 서울을 증오하던 재소자를 만났던 경험을 선생님이 들려주곤 하시는데, 통혁당사건으로 처음 잡혀가 고초를 당하던 안기부가 있던 곳이 바로 남산이었고, 글 ‘청구회추억’ 속 아이들과 만남을 가졌던 곳은 장충체육관 앞이었지요.

아마 다른 분들도 남산케이블카나 팔각정, 남산도서관 등등에 얽힌 추억 한두 가지씩 있으실 겁니다. 그런 것들을 반추하며 반가웠던 얼굴들과 새해인사를 나누고 뒤늦게나마 새로운 약속과 계획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셨길 바라면서 팔각정 근처에서 전체가 모여 한 말씀을 청했을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녹취는 그루터기 김종화님이 수고해주셨는데, 약간 요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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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여곡절을 겪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리라고 봅니다. 작년에 우리가 보며 느꼈던 고통을 교훈으로 삼아서 새해에는 정말 새해답게 만들어가야죠.
연말이나 연초 같은 때 해마다 뭐 사자성어로 얘기하자고 그러지요? 나한테는 누가 물어보지는 않는데, ‘고통이나 곤경을 겪고서도 모른다’는 곤이부지(困而不知)보다 한 단계 위가 곤이지지(困而知之, 곤경을 겪고 아는 것)인데, 올해는 곤이지지(困而知之)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생이지지(生而知之)가 못 되고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저절로 아는 사람은 못 되고 학이지지(學而知之), 즉 ‘공부해서 아는 사람 정도이다’라고 자신을 술회했는데 우리는 困而不知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고통을 겪고서도 선거 때 투표를 엉뚱하게 하는, 그래서 困而不知의 연속선상에서 살아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금년에는 정말 작년에 겪었던 굉장히 침통한 고통들을 제대로 학습한 효과를 실제생활에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오늘 남산 올라오면서 참 좋다는 얘기도 여러 번 했는데 늘 서울의 빌딩에 짓눌려 살다가 높은데 올라와서 발아래 내려다보니 기분이 참 상쾌한 것 같습니다. 가끔씩 높은 데 올라와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그런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농담이지만 언젠가 후배 한 사람하고 북한산 꼭대기에서 서울을 보면서 서울에 집들이 너무 많다, 서울이 무거워서 꺼지는 거 아니냐, 그런 걱정을 했는데, 지금 꺼지고 있다는 거예요. 무슨 소리냐, 인수봉 봐라, 서울의 뼈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이 꺼지는 거다, 그랬습니다.

또 농담으로 저 빌딩하고 집들이 다 임자가 있을 텐데 그런 거 보면 서울에 부자가 참 많겠다, 물론 소유주가 임자긴 하지만 반은 은행들이 소유할 것이다, 금융자본의 엄청난 위력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저걸 다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건설 회사들이 공사를 했겠냐, 우리나라 건설자본의 파워가 엄청나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남산에 올라오면 잘 보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북악산길 가면서 밑으로 창경궁, 경복궁 내려다보면서 거기서 피 비린내 나는 조선조의 정치적인 참혹상들을 떠올리고 그랬는데 높은데 올라오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자기 자신을 한번쯤은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금년에도 일단 남산에서 시작을 한 것만큼 좀 큼직한 시각으로 한 해를 설계를 하시고 건강하게 또 내년도 맞이하고, 금년에도 여러 사람 만날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특히 오늘 처음 본 분들은 돈독하게 서로 인사도 하면서 반갑게 이야기도 하시기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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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참가자>
좌경숙, 정용하, 안지영, 정준호, 장지숙,
(윤미연, 고규열, 고윤선), 배상호, 오세형,
배기표, 이승진, 이상필, 한혜영 김종화,
최윤경, 신정숙, 박명선, (김무종, 임성수)
조진호, 신명선, 선생님, 황정일, 류지형,  
주성춘, 김종호, 윤현정, 홍찬희, 김영일,  
조성희 양원석, 김미경, 윤미연선배 지인 6명
+ 느티나무 선배님들
<뒤풀이참가>
김우종님 가족(4인), 강태운님 가족(4인), (심은하, 배건호), (허선숙 조서희),

총 약 80명

<수입>
느티나무, 선생님, 더불어숲 참가비  730,000원

<지출>
식비  895,500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165,500원

--> 작년부터 조금씩 적자를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적자 액수가 조금 많네요~.
다음에는 '살림' 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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