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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련한 토끼는 굴을 파지 않고 밖에서 잤습니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박스를 깔고 자기도 하고 광장에서 술 먹고 나자빠져 자기도 했습니다.


안동에서 자기도 하고 익산에서 자기도 하고 해남에도 자기도 하고 태안에서 자기도 하고 수원에서 자기도 하고 춘천에서 자기도 하고울산에서 자기도 하고 통영에서 자기도 하고 충주에서 자기도 하고 서귀포에서 자기도 하고 울릉도 도동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면 풀 뜯어먹었습니다.





사막에서 자기도 하고 사하라 사막에서 자기도 하고 칠레 탄광에서 자기도 하고 유럽에서 자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 자기도 하고 북미에서 자기도 하고 뉴질렌드 호주에서 자기도 하고 중미에서 자기도 하고 북한에서 자기도 하고 여관에서 자기도 하고 하늘에서 자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면 풀 뜯어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자고 있는 데 누가 깨웠습니다.


거북이였습니다. 뜀박질 한 번 하자는 거였습니다.


자는 데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고  가실 길 가시라고 했습니다.


한 번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냥 가시든 길 가시라고 했습니다.


자꾸 한 번 겨뤄보자고 했습니다.


맨날 잠만 자다 일어나면 어리벙하게 풀이나 뜯고 해서 만만한 뭘로 보였나 봅니다.


했습니다. 그래도 가락꾸가 있지 뛰었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뛰었습니다.


토끼는 뛰다가 멈춰서서


아니, 내가 왜 이렇게 뛰고 있지 싶었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바다 가까이 가보아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미쳤나, 혼자 왜 뛰었지?


토끼는 나무 밑으로 가서 잠을 잤습니다.


자고 먹고 자고 먹고 토끼는 또 그렇게 살았습니다.


어느 겨울 민가 가까이 가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풀 속으로 살살 가서 귀를 세워 들어보았습니다.


얼마 전 거북이가 경주를 해서 토끼를 이겼다며.


그렇다네 토끼는 자기 재주를 믿고 나무 밑에 자서 거북이에게도 졌다는구만.


하여튼 재주는 너무 믿을 게 못 돼.


토끼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왠 멍청한 토끼가 종족 망신시키고, 인간들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었을까...





세월은 유수 같이 흘러 토끼는 거북을 따라 용궁에 갔습니다.


간을 내어놓으라는 걸 간은 바위에 널어두었다고 해서 사지에서 살아나왔습니다.


인간들이 그랬습니다.


토끼는 참 꾀가 많아. 멍청한 인간 같으면 간이 빠져 죽었을 것인데.


토끼는 그 소리에 우스워 데굴데굴 옆으로 구르다가 절벽에서 떨어졌습니다.


무협만화나 무협지나 영화 같은 곳에서 천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 밑에는 폭포가 있는지, 바다가 있는지, 풀이 있는지 공기 주머니가 있는지,


나무가 있는지 아무도 따라 가보지 않아 모릅니다.


세상 때로는 옆으로 굴러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거북이가 있었습니다. 토끼가 있었습니다.


간이 아파 죽을 것 같아 토끼간을 뽑아먹어야 할  용왕이 있었습니다.














게 눈 속 연꽃 / 황지우








1.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


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


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


나는 또 하품을 한다





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


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


흔들리는 들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다


나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짐승이다





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


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


돌 속에 추억에 의해 부는 바람,


흔들리는 풀꽃이 마음을 흔든다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


불을 기억하고 있는 가마득한 석기 시대,


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


내 마음 깨뜨려 이름을 빼내가라





2.


게 눈 속에 연꽃은 없었다


普光의 거품인 양


게가 버끔뻐끔 담배연기를 피올렸다


눈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연꽃을


게는, 그러나, 볼 수 있었다





3.


투구를 쓴 게가


바다로 가네





포크레인 같은 발로


걸어온 뻘밭





들고 나고 들고 나고


죽고 낳고 죽고 낳고





바다 한가운데에는


바다가 없네





사다리를 타는 게


게座에 앉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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