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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나는 지방선거와 기상이변을 동반한 장마를 기다렸다. 지방선거는 MB정권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으로 진보신당식의 진보정치운동이 정리되고 통합된 진보정치운동의 출발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마는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겠다는 4대강 운하 건설을 자연의 힘을 빌려서라도 저지되었으면 하는 바보같은 바램이었다. 두 가지 성격은 서로 다른 듯 하나 공통점이 있다. 너무나 신념이 확실한 정치집단, 혹은 정치인에 의해서 추진된다는 점이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틀내에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들이 인간의 이성적인 논의와 개입으로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번 이야기는 지난번 지자체 선거를 보는 나의 소회와 관련된 다른 의견이 올라왔으니, 거기에서 잠깐 소재로 나왔던 진보신당에 맞추어보면, 나는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권영길이 대표이던 ‘국민회의’ 시절부터 진보정당 당원이었지만, 진보신당과 분열된 이후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했다. 그 당시 유행처럼 일어났던 민주노동당 탈당→진보신당 가입의 경로를 따른 것이 아니라, 두 당이 합쳐질 때 까지 당 가입을 유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내부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몰라도 우리의 진보정치가 놓여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분열되기 전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진보정당의 입지가 시민사회에서 간판을 내밀정도가 아니었다. 사실 진보정당이 국회의원 10석이라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탄핵정국에서 열린우리당 바람 덕분이었듯이, 우리나라에서의 진보정당은 지금의 민주당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민주노동당에서부터 분당한 것이며, 서울시 시장에 대한 예비 후보들이 주변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노회찬씨가 당연 서울시장이 되어야 할 것처럼 본인 스스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 후에 5+4틀에서 진보신당이 다시 한 번 그 틀을 박차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현실정치 진입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인가 의문이 들었다. 새롭게 열려진 사회환경 흐름을 민감하게 활용하고, 학력이나 경력에서 세련된 스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주지만, 뭔가 깊은 신뢰는 보낼 수 없는 그런 곳이 진보신당이었는데. 두 차례에 걸친 ‘뛰쳐나오기’모습을 보면서 진보신당에 대한 믿음을 확실히 거둘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번 5+4는 과거에 되풀이되었던,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떡고물을 채어가는 후보단일화와는 성격이 달랐다. MB정권의 시작과 함께 동시에 시작된 파행과 퇴행, 무능과 몰염치, 거기에다 폭정까지 휘두르는 통에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초등생부터 노인들까지 스트레스와 짜증, 생활의 위협과 미래 전망 부재라는 절망에 놓이게 되었고, 그러한 궁핍을 만들어내는 중심은 MB와 그 부류들이었다. 이 비정상을 더 이상 계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출신 인사의 당선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으로 모아진 것이라 본다. 여기에는 진보정당이든 민주당이든 무슨 당이든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고, 1년전 노무현대통령 서거 때 보여준 국민들의 추모열기 속에 담긴 무언의 압력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또한 연대의 틀을 만들게 한 기반이었을 것이다. MB독주를 막아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에도 진보신당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중 하나는 진보신당에 달라는 거의 억지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어떤 바보가 광역단체장을 진보신당에 내어줄 수 있을까?

국민 절반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말이라도 통하는 진보정당내에서, 그리고 개혁적 시민사회세력이 주도해 만들었던 5+4틀에서 의견조율이 안되고, 그 틀을 벗어나야하는 정당이라면, 어떻게 현실정치판에서 진보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여전히 그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신념을 버릴 수 없다면, 국민의 선택에 진보신당의 향후 진로가 해결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내가 만나는 지하철 역무원, 청소하시는 아줌마, 식당 아주머니, 장가 못간 아들 걱정하시는 우리 어머니, 맛나 분식 아줌마, 성희인쇄소 아주머니, 가구점을 하는 나의 형을 비롯한 동생네, 군에 간 나의 조카 등등을 보면 분명 이들은 진보신당 혹은 민주노동당으로 투표를 하여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하나 같이 나라 걱정을 하는 이들의 마음은 투표장 가기 전에 이미 유시민, 한명숙, 안희정을 택하도록 했다. 진보신당에 대한 여론조사보다 더 낮은 득표율의 결과는 바로 이와 같은 성실한 사람들이, 진보신당 보다 더 깊고 지혜롭게 이 사회를 걱정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이들 하나 하나의 고민 속에 내린 결정들이 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의 바탕이라고 여겨진다. 정치인들이 투표를 통한 사회에 대한 희망을 그릴 수 없게하는 선택지형을 만든다면, 이처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복잡하게 얽힌 정치지형을 정리할 도리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와 같은 투표용지를 두고 고민스럽게 하는 과정을 진보신당이 반복하게 한다면 결국 진보정치에 대한 일반인들의 환멸로 쌓이게 될 것이다.

최소한 한나라당과 같은 극우적이고, 권위적이며 비도덕적인 집단이 정당정치 지형에서 3% 수준이 되었을 때, 다양한 진보정당이 자기의 정치적 자유의 정도를 경쟁할 수 있는 것이지,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계속 위를 향해 공을 차야하는 이 지형에서는 정치적 자유표출보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팍한 살림의 형편을 당장 해결해주어야 할 책임이 더 앞설 수밖에 없다. 뻔히 보이는 결과들과 분열로 인한 성과를 한나라당이 챙겨가는 현실에서, 분열하는 것은 정말 누구를 위한 진보정치 실험이라는 말인가?

아마, 우리 사회에서 3% 영향력 지분을 가진 집단의 독자적인 정치적 발언은 이제 누구도 막지 않을 것이고, 막을 이유도 크게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진보정치 실험을 막아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기주장을 행동으로 옮겨왔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이 나라의 앞날을 염려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왔다. 나는 이번 재선거에서도 진보신당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독자적으로 걸어가든 말든 관심이 없다. 또 다시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진보신당의 모습을 되풀이한다면 그들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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