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내가 자주 가는 가톨릭대앞 제본소가 있다. 50 중반이신 아주머니는 나의 유일한 수다대상이다. 가을이면 시골에서 감을 따왔다고 큰 비닐 봉투에 한 봉다리, 혼자 살면 먹는 일이 제일 걱정이라면서 이런 저런 밑반찬들을 싸주시기도 하고, 음료수며 이런 저런 음식들을 내오신다. 살림집을 하면서 제본소를 하기에 일요일이든 밤 12시든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어제 늦은 밤 제본소에 들렸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요즘 같은 세상이면 착하고, 성실하게, 다른 사람들 생각하면서 살아오려고 했던 내 인생이 후회가 되요. 세상 인심이 너무나 자기 잇속만 차리고, 학생들도 보면 예절도 없고, 무슨 학교에선가 있었다는 청소아줌마에게 대학생이 막 대했다는 얘기가 어디 그 학생 잘못인가요?” 하신다. 이 아주머니가 내가 힘들어하는 걸 어떻게 집어내신 건지. 이심 전심?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다시 제본소에 들렸다.
선거에 대해 “사실, 사람들이 너무 책임들이 없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으면 되는데, 주욱 따라가서 남들 하는대로 찍고, 그것 마저 하지 않으면서 세상이 어떻다 얘기하는 사람들 보면, 기가막히기도 하고” 사실 복잡하긴 하지만, 관심만 갖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알아 볼 수 있다. 그것 마저 어렵다고 그러면 세상을 온전히 공것으로 살으려는 못난 사람들이다. 고맙게도 아주머니는 지난번 선거에도 내가 말해준 후보를 찍으셨다. 이번엔 조금 복잡하니 간단한 표를 만들었다. 맛나 분식 아주머니도 복잡해서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셔서 그 아주머니께도 드릴 ‘정답지’를 만들어드렸다.
“아줌마, 혹시 제가 이러는 거 불쾌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아니 무슨, 저는 너무 좋아요, 사실 이런 얘기는 형제들하고도 하기 힘든데, 이웃들하고도 어려워요.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야기하고, 잘 모르고 있는데 어느 사람이 나은지 얘기해주는 것은, 저는 너무도 좋고, 오히려 고마워요”

학교에 가기 위해 들른 신촌역. 식당 아줌마 역시 투표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줌마 혹시 김문수예요?" “에이, 그 사람은 맨날 뭘 건설하고, 규제를 푼다고만 허더만, 도지사는 정했는디, 나머지는 뭐가 뭔지 모르 것이유” "제가 좀 답을 알려 드릴까요?" 해서 식당 아줌마, 청소 아주머니들에게도 제본소 아주머니에게 드렸던 ‘정답지’를 만들어 드렸다. 그리고 조금 아까 시골에 계신 우리 어머니도 정답을 알려드렸는데, 어머니를 비롯하여 이 분들의 반응은 의외로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것이었다. 혹시 그 분들이 가지고 계신 생각을 무시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닌가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의외로 진실로 고마워하시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먼저 주변 분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여, 주의 깊게 알려드리는 일이 작은 희망을 만드는 것이라 본다. 우리 신촌역 동료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 분들도 오늘 내일 사이 살아오면서 배운 지혜들을 다시 모아낼 것이라 믿는다. 아마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이러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85 진정한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박철화 2006.08.14
2984 진안에서 인재를 찾습니다 양윤신 2008.01.09
2983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장경태 2003.10.09
» 진실함으로 주변에 다가서기 1 장경태 2010.05.31
2981 진보의 연대, 명망가 중심 뛰어넘어야 - 선생님 인터뷰 14 나무에게 2011.04.27
2980 진리의 말씀 솔방울 2003.08.23
2979 진리와 사랑은 하나입니다. 연꽃 2003.08.22
2978 진리를 바탕으로 화합해야.. 솔방울 2003.08.03
2977 진달래 능선 - 대학로 신동하 2006.04.17
2976 직장에 나오면 왜 이리 답답해지지? 3 장경태 2010.06.17
2975 직업을 구하고 있나요? 박경화 2003.03.24
2974 직업상담원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직업상담원 2003.08.08
2973 지하철에서 만난 우리의 미래? 3 장경태 2008.02.29
2972 지율스님이 노동자를 말하다 ... 김미희 2005.05.26
2971 지율스님과 네티즌 1 정해찬 2008.10.25
2970 지옥을 보았다 4 박명아 2011.11.14
2969 지영선배 더불어숲 계좌번호 좀 알려주세요. 강태운 2004.05.26
2968 지식인의 두얼굴-폴 존슨 양해영 2008.05.26
2967 지방자치 선거를 보면서 5 장경태 2010.06.03
2966 지리산 천왕봉 해넘이 1 김세호 2006.12.29
Board Pagination ‹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