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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9.09.07 18:35

청소일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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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놀이터와 잔디밭에서 수확한 반찬의 총량은
보통크기 검정비닐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거의 눈에 띄는 반찬들로 비닐을 가득 담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숨어있는 것들과 듬성듬성 흩어져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며 주었습니다.

가장 많이 주은것은 비비탄이고, 그 다음이 담배꽁초, 유리조각 등의 순이었습니다.

청소 중에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우리 자신의 욕망 역시 무의식중에 통제되고,
강요되고, 억압되고, 위축되고, 한정지어져 있음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의미로 마음에 새겨보았던 말씀입니다.

그런데 오늘 청소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를 하다보니까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보기 싫었던 것을 보게되고,
가지 않았던, 가기 싫었던 곳들을 가게 되는구나.
그래! 청소공부를 통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는 문맥(우물)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구나."

이야기를 잠시 돌려서,
오늘 놀이터에서 있었던 물물교환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비탄을 나무젓가락으로 열심히 줍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나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말을 겁니다.

"아저씨, 쓰레기 줍는거에요?"

"어~~ ^^"

갑자기 저에게 노란 걸 내밀며 "이거요."
자세히 보니 깨진 라이타입니다.
놀이터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워왔나봅니다.

"고마워."

"아저씨, 저 이거 주세요."

그 아이가 가리키는 건 땅에 떨어져있는 비비탄이었습니다.
저는 나무젓가락으로 정성스레 집어서
곱게 모으고 있는 아이의 손바닥 위에 놓았습니다.
그 아이는 뭐 대단한 거라도 얻은 거마냥
친구에게 달려가서 "저 아저씨가 이 총알 줬다~~"라며 자랑을 합니다.

아이에게 비비탄을 준 것은 전혀 기쁘지 않았지만,
그 아이에게 받은 깨진 라이터는 너무 기뻤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아이들과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될지
괜히 기대됩니다. ^^

p.s 혹시 또 손으로 '반찬거리'를 주워오는 아이가 있으면
집에 가서 손 깨끗이 씻고 다음부턴 손으로 줍지 말라고 말해줘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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