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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좋아하는 직원에게 TV를 안 보면 무엇이 문제냐고 질문하자 유행에 뒤떨어지게 되고 친구들과 대화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등 약간의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TV를 봐야 한단 말인가?

죽도록 즐기기...
처음에 난 Carpe Diem의 또 다른 표현법인줄로만 알았다.
표지는 깔끔했지만 오래도록 익숙한 결코 독창적이지 않은 투명인간을 뒤집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약간의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성찰없는 미디어 세대를 위한 기념비적 역작'이라 소제목을 보고서야 나는 이 책에서 얼굴없는 지배자에 대한 이미지를 느꼈고, 한 템포 늦게 책의 성향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TV랑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내가 동조할만한 내용이었다.

미디어법 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싫어 할만한 내용으로 가득하고, 매우 논리 있게 현대 미디어가 얼마나 해악적인가에 대한 비판적인 이론이 탄탄하게 전개 되었다. 동감의 연속~ 그 논리 정연함에 감탄을 하면서 잠깐 책 날개를 펼쳐 작가의 프로파일을 봤는데... 작가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럼 이 책은 언제 써진 것인가?'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살펴보니 이럴 수가! 무려 24년 전에 써진 책이다. 20세기에 그것도 전두환 독재시절에... 21세기 현실을 꿰뚫어 보다니... 오! 놀라웠다.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상상한 20세기 초반의 문학 작품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도 태생의 영국인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가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1948년에 그 해의 뒤에 두 자리 수를 뒤집어 발표한 '1984'이고, 역시 영국인으로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앨더스 헉슬리(Aldus-; 국어 번역서에는 주로 올더스 헉슬리로 더 알려져 있다)가 1932년에 발표한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가 바로 그것이다.

나도 감명 깊게 읽은 이 두 가지 문학 작품은 최근에 각각의 방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일본 문학계에서는 무라카미 하루끼가 1984를 확장시켜 1Q84(이치큐하치욘)을 발표 하여 돌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헐리우드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는 영화에 주인공 버나드로 열심히 촬영 중에 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감독도 믿음직한 리들리 스콧이라 기대할만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죽도록 즐기기 딱 좋은 세상...
활자 시대는 쇠퇴하고 있으며 텔레비전 시대는 부상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신군부와 더불어 컬러TV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그 시절 1985년부터...
이 책을 발표한 닐 포스트먼은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예견한 독재자의 암울한 통제의 세계는 1985년 현재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음을... 결코 현실화 되지 않았음을 선언한다. 오히려 1985년 미국 사회는 반유토피아적 풍자 소설인 멋진 신세계를 닮아 가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아직 케이블TV가 보급도 되기도 전에 말이다. 다가올 미래 미디어의 폐악을 너무도 심도 깊게 예고 하며 오히려 너무 시대를 앞서간 까닭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정도였다. 24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가 정말 앨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그 누가 부정하리오?

영상 매체로 인해 정치,종교,교육,토론 등 모든 것이 쇼비즈니스의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은근하면서도 뿌리 깊은 TV의 문제점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한 이 가벼운 책은 참으로 깊은 혜안으로 21세기의 세상을 예언했다. 죽도록 즐기기 딱 좋은 멋진 신세계의 역설을...

뉴스는 심각하지 않고, 재미 삼아 진행될 뿐이다. 그저 겁을 주는 매체일 뿐이다. 뉴스 자체보다 배경 음악이 영향력 있으며, '다음 소식은~'으로 뉴스 간의 단절은 파편화 된 세계의 공허감으로 우리를 별 생각없이 빨려들어 오도록 유도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국내에 진출에 실패했던 누드 뉴스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네이키드 채널은 어떤 성찰거리를 남긴 것일가? 사람들은 이미 길들여져 있다. 일관성을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죽도록 즐기기 좋은 이 아름다운 21세기에...

TV는 시간을 분초로 나눠서 판매할 뿐이다. 말 자체보다는 이미지가 우선이며, 시청자는 전혀 생각할 틈도 필요도 없으면서 스스로 뭔가 대단한 논쟁에 빠져든 듯 뉴스 쇼를 본다. 심도 깊은 프로그램이라고 착각하는 것들에도 생각이란 존재하기 벅차다. 추구하는 목표는 성찰이 아닌 박수갈채일 뿐이다. 생각은 막간이 아닌 행간에 존재하는 것인데, 숨돌릴 틈없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도덕성과 성찰을 가미하면 오히려 장사가 안될 정도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근심 걱정이 생길 때마다 먹는 기분 좋아지는 알약, 소마를 소개했다.
현대 사회에서 소마는 무엇일까? 나는 TV와 MP3, 인터넷 쓰레기 정보들이 현대판 소마라고 생각한다. 이미 TV를 바보 상자라고 부르기 시작한 선구자가 있었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고 더욱 더 진화하는 TV에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다. 아무 의미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열광하고 그렇게 얻은 가치 없는 정보들을 지식이라 여기고 소통의 매개체로 여기기에 TV를 자주 보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할지 모른다는 괜한 두려움에 빠진다. EBS의 어떤 프로그램이 조사한 결과가 그렇듯 TV 앞에서 가족간의 대화는 철저하게 단절된다. 다마뉴 같은 쇼파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TV가 사라지면 며칠은 불편할지라도 가족간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 않은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라던 말씀이 허탈해지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거실 TV 앞에서가 아닐까?

"멋진 신세계에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없이 웃고만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 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웃는지, 왜 생각을 멈추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

앨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닐 포스트먼의 지적과 일맥상통 한다.
닐 포스트먼의 아들인 앤드류 포스트먼이 남긴 에필로그도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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