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이어서...)



체벌엔 동의하지 않으나 처벌엔 동의하는 입장



대체적으로 벌점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인데, 이 경우 긍정적인 것은 체벌 자체를 크건 작건 하나의 폭력으로써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벌이라고 하는 관습적 처벌은 사실 굉장히 봉건적인 수단이다. 누구는 체벌이 과거 서당에서도 볼 수 있는 우리의 전통적 모습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일제 시대의 잔재라고도 한다. 누구의 말이 맞든지 간에 신체적 고통을 가해서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이 방법은 근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결과물이다. 가령 오늘날 주차위반으로 적발되면 딱지가 아닌 그 자리에서 경찰로부터 매를 맞는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그 법의 효력을 떠나 아무도 그런 법이 시행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유독 체벌에 대해서만 관대한 구석이 있다. 적어도 이런 입장의 사람들은 체벌이 가진 봉건적 야만성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문제 학생'의 처벌에는 동의하는 입장인데 그 방식을 보다 근대적인 모양새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벌점제는 종종 너무 냉정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체벌 옹호론자들이 이런 입장에 대해 가지는 한가지 우월감 중 하나는 체벌은 적어도 해당 학생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 그나마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벌점이 많이 쌓이면 퇴학을 당한다. 그러나 매는 아무리 많이 맞아도 퇴학을 당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이런 논리다.



체벌 옹호론자들의 이런 논리가 결국은 체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라고 하더라도 제도적인 처벌 방안이 결코 피교육자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소위 벌점제 도입 주장은 문제가 되는데 벌점제 역시 학생을 통제, 관리하는 수단의 일환일 뿐 교육의 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며 체벌이 폭력에 복종하는 인간을 기른다면 벌점제는 제도적 권력에 복종하는 인간을 기른다는 점에서 그다지 대단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벌점을 부여하는 기준에 대해 학생의 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벌점을 적용하는 것은 결국 제도적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점제는 학생 통제 방안의 근대적 변화 일 뿐이지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의 변화는 아니다.



제도적 폭력이 신체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 관계 자체를 기계적으로 만든다는데 있다. 어떻게 보면 교육에서 인성은 쏙 빼버리고 교사는 지식 공급자, 학생은 지식 수요자라고 하는 시장적 매커니즘만을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이런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체벌을 비교육적 수단으로 보는 입장



가장 진일보된 견해라고 본다. 주로 인권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가진 진보성은 먼저 체벌을 인권으로써 접근한다는 점 나타난다. 이전의 모든 입장이 학생을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불완전한, 그래서 교사집단의 일방적 계도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넘어 학생도 성인과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할 인격체로 본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나아가 체벌 자체의 봉건적 야만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만큼 근대화 되어 있으며 체벌이 가지는 교육적 효력에도 의문을 제기 할 줄도 안다. 정확한 논리를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도적이건 신체적이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여 인간을 부당하게 규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의 문제점은 체벌의 문제점에 대한 의식은 훌륭하지만 교육적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교실의 현장에는 소위 막나가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것을 사춘기적 방황으로 보더라도 교육은 일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이 규율을 벗어난 학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지적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때문이 이들은 학생에 대해 무책임한 존재로 비난을 받는 현상도 벌어지곤 한다.



체벌 논란 총정리



체벌에 대한 사회적 의견의 굉장히 폭 넓고 각각의 견해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의식의 문제들이 깔려있다. 그러나 체벌 문제 해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우선적으로 비판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교육이 가진 전체적인 방향성이다. 우리 교육의 틀 속에서 체벌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체벌 문제의 해결도 가능하리라 본다.



본디 교육의 의미는 인간의 사회화다.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가치관, 기술 따위를 습득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그럼 과연 우리의 교육기관인 학교는 이러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가? 물론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공자가 제자에게 벌점을 주었다거나 매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벌점이나 매를 주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체벌이건 벌점이건 이 둘의 역할은 피교육자에 대한 통제가 목적이다. 과거에는 이런 통제가 없었다. 피교육자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은 교육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왜 우리는 통제를 필요로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군대에 처음 입대하면 누구나 훈련병이 된다. 전시 상황에서 군인으로써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초적은 군사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일반인을 군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이 과정을 조교들은 '교육'이라 부르지 않고 '훈육'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조교들은 고함을 치며 일반인을 윽박지르고 기합을 주며 벌점 등을 통해 일반인을 군인으로 만든다. 군인이라는 획일적 인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합리화 되는 수단이 바로 '처벌'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훈련병에게는 이 처벌에 저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군대 같은 집단은 국방이라는 하나의 절대적 목적 아래 수단의 비합리성도 합리화 한다. 결국 '통제'라는 것은 집단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려고 할 때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제도적이건 비제도적이건 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통제'는 결국 하나의 절대적 목적을 지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의 민주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어온 한국의 사회에서 가장 변화가 느리고 둔한 집단은 다름 아닌 학교다. 반공과 경제 발전이라는 국가적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사회는 날이 갈수록 분화 발전해 갔다. 독재 정권이 획일적 가치를 향해 국민을 옥죄는 일이 없어진 탓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도 학교는 획일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유는 바로 '명문대 입학'이다.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며 발전하는데 학교는 아직도 '학벌 사회'라는 구조 속에 같혀 있는 것이다. 오늘 날 문화 지체 현상으로 '체벌' 문제가 자주 회자 되는 것은 결국 우리 교육의 현실이 70년대의 현실에서 변화하지 못한 탓이고 그 배후는 '학벌 사회'라는 사회적 틀이다.



노골적으로 말해 지금 우리가 교육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학교 교육은 '훈육'으로 정정해야 맞다. 체벌이라는 구시대적 물리적 통제가 벌점과 같은 비물리적 통제로 진화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 사회 자체가 '훈육'에서 벗어나 '교육'이라는 본래의 가치를 찾는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벌 사회'를 무너트려야 한다. 체벌을 두고 교사와 학생이 대립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학벌 사회'를 끝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65 체벌 논란 총정리- 체벌 찬성편 정해찬 2008.11.02
» 체벌 논란 총정리- 체벌 반대편 3 정해찬 2008.11.03
3063 체리피커? 3 김우종 2007.12.28
3062 청춘의 詩.... 한편 해운 2011.05.11
3061 청주YWCA에서 신영복 선생님 강의 섭외 하고자 합니다. 7 청주YWCA 2012.03.13
3060 청주 강연회에서 들었던 문제의식입니다. 2 김용직 2009.11.17
3059 청송사람들 소나무 2003.05.27
3058 청소일지4 김상연 2009.09.11
3057 청소일지3 1 김상연 2009.09.09
3056 청소일지2-1 겨울바보 2010.12.14
3055 청소일지2 1 김상연 2009.09.08
3054 청소일지1 2 김상연 2009.09.07
3053 청소년들에게 귀한 만남의 자리를 허락해 주세요. 1 들레(한민정) 2012.09.15
3052 청소년 체벌 금지 카페에 가입 해 주세요^^ 고딩 2004.05.05
3051 청소년 우리강 체험 행사를 소개합니다.(7월 23일 토요일) 심은희 2011.07.16
3050 청명, 산소에 가져갈 음식을 준비하며 2 최동일 2010.04.04
3049 청개구리의 눈물 5 김우종 2007.05.25
3048 청강후 풍경..ㅋㅋ 2 최윤경 2006.11.29
3047 첫눈이 왔습니다 1 박 명아 2006.11.07
3046 첫눈 온 다음 날 2 김성숙 2008.11.19
Board Pagination ‹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