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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연이어 체벌 관련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비단 이번 여고생 사건 뿐만 아니라 과거의 거의 모든 체벌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몇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체벌 문제는 상당히 입장의 스펙트럼이 넓은 문제 중 하나다. 체벌에 대한 찬반에서부터 체벌의 정도, 체벌의 방식에까지 체벌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견해는 매우 다양하다. 매번 체벌 관련 기사 아래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 댓글들을 분류해 보고 체벌에 대한 생각을 정리 해본다.



먼저 체벌의 찬성하는 쪽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체벌,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



주로 '우리 때는 더 했다.''그거는 약과다' 하는 식의 표현으로 드러나는 입장인데 이 경우는 체벌에 대한 일체의 문제 의식이 없는 경우다. 아니 정확히는 스스로의 편견으로 인해 문제 의식이 억제되는 경우라고 이야기 해야 맞겠다. 이와 비슷한 예로 '예비군 후일담'이 있다. 즉 자기 군 생활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심리와 거의 같은 사례다. 간혹 남자들의 모임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의 군 생활이 힘들었음을 경쟁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현상이 자주 빚어진다.



군대의 부조리는 굉장히 만연한 사례 중에 하나다. 부조리가 일상화 되고 이것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게 되면 부조리를 문제라고 인식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처럼 받아들이게 되는데 일종의 사회적 학습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분명한 문제임에도 해결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는 까닭은 문제점에 대한 개인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왜 우리는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중권씨가 그의 저서 호모코레아니쿠스에서 답 한 적이 있다.'거대한 것은 분노를 허락하지 않는다'



군대의 부조리, 학교의 체벌처럼 개인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기에는 군대와 학교라는 집단은 너무나 거대하다. 군대의 부조리에 저항하면 영창을 감수해야하고 체벌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퇴학을 감수 해야한다. 때문에 이런 문제에 있어 파편화된 개인은 무력 할 따름이다. 무력한 개인은 그 사회적 문제를 희화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군대에서의 부조리와 관련된 경험담을 진지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술자리의 재미 있는 주된 안주 거리가 군대 이야기이다. 이렇듯 대상의 희화화는 무력한 개인이 그 대상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식이기도하다. 다만 사회적 학습효과로 인해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일종의 저항이라는 것 조차 모른다는 점에서 풍자와 차이가 있다.



어찌되었든 문제 자체에 익숙해져버린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이제는 불편하지 않는 그 상황의 지속성이 주는 안정감이다. 때문에 이것은 나아가 처음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역으로 옹호하게 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등병때 구타로 여겨지던 것이 병장 달고는 군기로 여겨지는 처럼 말이다. 체벌의 필요성을 적극 옹호하는 이들은 이미 학창시절을 지나 체벌이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며 조직이 개인을 폭력적으로 다스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관성이 깨지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는 존재다.



체벌은 필요악이라고 보는 입장



선생님들 중에 이런 사고를 가지신 분에 굉장히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체벌 관련 기사에서 자신을 교사라고 밝히면서 체벌의 필요성에 대한 고충을 댓글로 이야기하는 분들을 여럿 본 적이 있다. 사실 사람이라는게 입장이 바뀌면 생각도 자연스럽게 바뀌기 마련이다. 매체를 통해서 보는 체벌 사건과 실제 우리가 학창시절의 일상에서 본 체벌 사건은 약간 차이가 있다. 주로 매체에서 다뤄지는 것은 학생이 되었든 교사가 되었든 어느 한쪽이 일방적 피해자로 묘사되고 상대측은 가해자로 다뤄진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듯이 매체의 입장과 달리 객관적 상황은 가해와 피해를 명백하게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체벌의 형태도 기합에서 고문(?), 구타 등 매우 다양 할 뿐더러 선생님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처벌을 논해야 할만큼 심각한 사례에서 때리는 교사나 맞는 학생이나 서로 히죽거릴 만큼 장난에 가까운 사례도 있다.



주로 이런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학습 분위기를 심하게 해치는 일명 '불량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 의식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과한 체벌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반대하면서도 체벌 자체에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 교육이라는 것은 학교에서 모두 책임져야 할 사항이 아니다. 많은 부분 중 특히 인성적인 면은 학교보다는 가정의 영향이 더 크다. 공교육 하에서 가정의 문제점까지 학교가 다 해결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인성적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교육의 전체적 틀을 망가트리는 것에 대한 좌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체벌은 경험적으로 가장 쉽고 유효한 차선책이다.



체벌의 효과는 '교육의 수단'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으로써 발휘되는데 이것을 교육의 수단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흔하다. 간혹 '사랑의 매'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사랑을 가장한 위선이거나 폭력이 인간을 변화시킬거라는 그릇된 믿음의 소산일 뿐이다. 학창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말로 해서 듣는게 사람이고, 때려야 말을 듣는건 짐승이다.'라고 훈계하던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 봤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교육과 훈육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다. 나의 기억으로는 이런 선생님들이 결국에는 학생을 매로 다스리는(?) 경우가 흔했다. 물론 그것은 학생을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생님들도 하나의 아름다운(?) 명분이 있었는데 소수의 문제 학생으로부터 다수의 선량한(?) 학생을 지키기 위한다는 명분이 그것이다. 이것은 체벌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명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드러나는 그들의 문제점은 학생을 '선량'과 '불량'으로 이분 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과 불량 학생도 계도되어 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 그들은 이미 의식적으로 불량 학생을 낙인 찍어 교육에서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이 태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이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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